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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택조합 환불 청구 대법서 제동 “계약 유지 땐 반환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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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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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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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담금 납부-착오 주장, 모순된 행위”
투명성 부족, 일정 불확실 등 제도 허점
초기 비용 지출한 조합은 반환 여력 전무

대법원이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의 분담금 환급 요구를 기각하며 계약 유지 상태에서의 환급은 ‘신의칙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간 시장에선 지역주택조합 제도를 둘러싸고 불확실한 사업 진행에 불안을 호소하는 조합원들과 이미 사용된 비용을 이유로 환급 여력 부족을 내세워 온 조합 측이 팽팽히 맞서 왔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사실상 조합원 탈퇴 후 분담금 회수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합원 환불 요구 법적 통로 좁아져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은 최근 지역주택조합원 A씨 등이 부산의 한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낸 분담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 등 원고 4명은 2016부터 2017년에 걸쳐 지역주택조합과 가입 계약을 체결하고 분담금 등을 납부했다. 계약서엔 “토지 관련 문제로 조합 설립 인가 신청을 못ㅍ해 사업이 무산될 경우, 조합원들이 납입한 계약금과 업무 추진 용역비 전액을 반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A씨 등은 이 같은 조항이 조합 총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계약 무효와 분담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선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졌다. 계약금 등 환불을 규정한 안심 보장 확약이 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아 무효인 이상 조합원들은 계약을 취소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납입 금액 전액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게 당시 재판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2심에선 판결이 뒤집혔다. 조합이 설립 인가를 완료한 만큼 토지 관련 문제로 조합 설립 신청을 못해 사업이 무산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실제 해당 조합은 2019년 2월 설립 인가를 받고, 이후 사업계획 승인을 받는 등 아파트 건설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었다.

대법원 역시 2심 법원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A씨 등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조합 가입 계약의 무효 또는 착오 취소 주장을 하는 것은 기존의 분담금 납부 행위와 모순되는 행위”라고 짚으며 “원고 측의 모순된 태도로 인해 나머지 조합원들이 원고 몫의 분담금에 상응하는 손해를 부담하는 것은 정의 관념에 비춰 용인될 수 없는 결과”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이 조합을 상대로 조합 가입 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와 분담금 반환을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업 장기화에 심리·경제적 부담 호소하는 조합원 다수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조합원들의 환불 요구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사업이 전개된 이상 환불이 어렵다는 원칙이 제시됐지만, 조합 사업의 지연이나 불투명한 운영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여론이 여전한 탓이다. 특히 조합이 사업 추진에 진전을 보이지 못하거나 자금 사용 내역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경우엔 환불 가능성을 타진하는 움직임이 거세다.

반대로 조합 운영자 사이에선 조합원들의 환불 요구가 늘어날 경우 사업 진행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주를 이룬다. 이 때문에 일부 조합은 사전에 법률 자문을 거쳐 계약서를 정비하거나 조합원에게 사업 추진 현황을 주기적으로 알리는 등 분쟁을 예방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갈등이 발생하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해 이에 따른 조합 운영 부담도 상당하다는 게 업계 전반의 분위기다.

결국 지역주택조합 제도의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 요구도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계약 해지 여부와 환급 가능성 사이의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조합마다 정관 내용이나 운영 방식이 달라 조합원과의 분쟁이 반복되고 있으며,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만 최종 결과가 나오는 구조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나 지자체 차원의 표준 지침 도입과 감독 강화 필요성도 거론되는 추세다.

“땅도 돈도 다 썼다”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 탈퇴자에게 분담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상의 제약이다. 일반적으로 조합은 설립 이후 광고비, 인건비, 설계비 등 운영 비용을 선지출한다. 이후 토지 매입이나 인허가 과정에서도 상당한 자금이 집행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합원이 중도에 탈퇴하며 환급을 요구할 경우, 해당 자금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환급금 확보 자체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셈이다.

특히 사업 초기에는 조합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경로가 없는 만큼 탈퇴자에게 분담금을 환급해 주면 남은 조합원들에게 그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조합에서는 환급 요청이 들어오더라도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조합의 환급 거부를 단순한 고집이나 비협조적 태도로 치부하기보다는 구조적으로 환급이 어려운 재정 운용 방식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결과로 봐야 한다는 게 운영자들의 주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계약 유지 상태가 계속된다면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 한 환급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조합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실질적으로 조합이 운영되고 있다면 환급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시로 인해 향후 유사한 사례에 동일한 법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조합원들에게 가입 전 단계부터 신중한 계약 검토와 조합 재정상황 확인이라는 선행 과제가 주어졌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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