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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아파트도 친환경 기준 강화 신재생으로 13% 이상 채워야 전기요금 절감 및 온실가스 감축 효과

오는 6월부터 공동주택 등 민간 건축물도 전체 소모 에너지의 13%가량을 태양광 설비 등 신재생에너지로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업계는 태양광을 설치하는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체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사들은 공사비 부담과 아파트 미관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전력 비용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 등 이점이 더 크다고 반박한다.
아파트도 ZEB 5등급 수준 설계 기준 충족해야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부터 연면적 1,000㎡ 이상 또는 30가구 이상 공동주택 등 민간 건축물도 인허가를 받을 때 제로에너지빌딩(ZEB) 5등급 수준의 설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ZEB 등급은 단위 면적당 에너지 소비량 대비 생산량으로 계산되는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최고 1등급(100%)에서 최저 5등급(20% 이상~40% 미만)으로 나뉜다.
당초 정부는 민간 건축물도 5등급을 달성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최근 이를 완화했다. 5등급보다는 낮은 ‘5등급 수준’의 설계 기준만 충족하면 되는 쪽으로 정한 것이다. ZEB 5등급 수준의 에너지 성능 지표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한국에너지공단은 자체 분석을 통해 ZEB 5등급의 80∼90% 설계 기준이면 5등급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잠정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 자립률 13∼14% 정도면 5등급 수준을 충족할 전망이다. 건물 전체 소비 에너지 가운데 13% 이상은 태양광 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해 에너지 자립률을 달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민간 건설사는 에너지 자립률 달성을 위해 1차 에너지(수력·화력·원자력 등)로 얻는 전기를 줄이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현관문과 창호의 기밀 성능(실내 공기가 밖으로 새는 것을 최소화하는 성능)도 강화해야 에너지 자립률 달성에 도움이 된다.

가구당 월 1만3,000원 전기료 절감 효과
건설업계는 나름대로 대비책 마련에 나서면서도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측은 “옥상이나 벽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면 전용면적 84㎡ 한 가구당 260만~270만원의 공사 비용은 더 소요되고 분양가도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도 "벽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미관을 해치고 단가가 비싸 공사비가 높아진다"며 "패널 교체 등 유지 관리에도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태양광 설치에서 얻는 비용 절감 효과가 더 크다고 강조한다. 경기도 남양주시 ‘위스테이별내’는 7개동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를 통해 2022년 한 해에만 약 30만㎾h(킬로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했다. 지하주차장이나 승강기 등 공용부 전기료가 그만큼 절감됐는데, 공용부 사용량이 줄면서 한국전력과 계약한 요금제를 기존 종합계약에서 ‘단일계약’으로 바꿨다. 요금제를 바꾼 덕에 가구 전기료도 월평균 7,500원씩(280㎾h 사용 기준) 절감됐다. 여기에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전기료로 환산한 것과 합하면 가구당 월 1만3,000원가량 전기료를 아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설치비 부담도 크지 않았다. 2023년 기준 태양광발 전기 설치비는 총 3억450만원으로, 이 중 3분의 2가량인 1억9,509만원을 한국에너지관리공단이 지원했다. 이에 따라 월 납부액은 절감액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국내 핵발전소나 석탄발전소 반경 5㎞ 이내 주민들이 받는 전기요금 보조액이 월 7,350~1만7,950원임을 고려하면 옥상에 태양광 발전기를 올리는 것만으로 주민들은 그에 못지않은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린 셈이다.
‘RE100’ 정착 및 전기료 리스크 분산 효과도
뿐만 아니라 RE100 이행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얻을 수 있으며, 예상되는 전기요금 인상 위험도 대비할 수 있다. 에너지 정책을 주로 다루는 민간연구단체 넥스트의 김승완 대표(충남대 교수)는 “전기요금 상승으로 생애 평균 발전단가가 ㎾h당 160원 정도인 지붕형 태양광과 130.5~166.6원인 일반 건물과 공장 전기요금의 골든크로스가 시작됐다”며 “경제적 요소만 따지면 지붕형 태양광을 설치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해 보이는 시대”라고 했다.
그러면서 “에너지요금 상승으로 정치적 압박에 직면한 정부 입장에서도 연이은 전기요금 상승에 대응해 자영업자나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지붕형 태양광 설치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 하나의 효과적인 물가 관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게다가 세계적으로도 태양광은 대세다. 2023년 세계 태양광 투자 규모는 사상 처음으로 석유를 넘어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3년 6월 발간한 연례 투자 보고서에서 2023년 청정에너지 기술에 한 해 전보다 24% 늘어난 1조7,000억 달러(약 2,400조원) 이상 투자된 것으로 추산했는데, 이 중 태양광발전 투자가 5분의 1가량인 3,800억 달러(약 545조원)였다. 사상 처음으로 석유 생산 투자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