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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만 정규직 자리 옮긴 일본, ‘정규직=평생직장’ 공식 깨지며 사회 체질개선 초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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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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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4세 이직자 최대 비중 차지
인구·근로 시간 감소에 인력난 심화
경력 단절 여성 취업도 활발한 편

지난해 일본의 정규직 이직자 수가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 회사에 입사해 정년을 채우는 ‘평생직장’ 문화가 옅어지는 배경으로는 산업계 전반의 만성적 인력 부족이 꼽힌다. 이와 함께 이직 시 연봉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상대적으로 애사심이 약한 젊은 세대의 이직 행렬을 부추겼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규직 이직자, 10년 만에 62% 급증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총무성(행정안전부 격) 조사를 인용해 지난해 일본 내 정규직에서 다른 회사 정규직으로 이직한 사람이 99만 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수치는 전년 대비 5% 증가한 수준이자, 10년 전과 비교하면 62% 늘어난 것이다. 반면 비정규직에서 다른 회사 정규직으로 이직한 사람은 32만 명으로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연령대별 정규직 이직자는 25∼34세가 37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35∼44세가 24만 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닛케이는 이들 이직자 대부분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신규 채용이 급감했던 시기에 취업한 세대라는 점을 근거로 들며 “젊은 세대일수록 이직을 통해 임금 수준을 올리고자 하는 경향이 짙게 드러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직자 증가가 일본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매체는 “일본의 고용 유연성은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산업의 신진대사가 진행되기 어려워 경제 성장의 족쇄로 작용해 왔다”며 “생산성이 낮은 기업의 노동자가 이직하면, 경제 전체의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이직자 증가에 대응해 경력 채용을 늘리고, 노동력 감소를 막기 위해 임금 인상과 유연한 근무 체계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직자 1인당 일자리 1.26개

과거 평생직장을 당연하게 여겼던 일본 사회에서 이처럼 이직이 활발해진 배경에는 만성적 인력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 가뜩이나 베이비붐 세대(1955년∼1963년생)의 퇴직과 인구 감소가 맞물리면서 기존 업무를 유지하기 위한 직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노동법까지 개정되면서 평균 근로 시간이 감소하는 등 인력 충원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일본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 69.8%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감소해 2022년에는 59%까지 쪼그라들었다. 또 올해 1월 기준 일본의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인이 가질 수 있는 일자리 수)은 1.26을 기록하며 지난해 말 대비 0.01p 올랐다. 갈수록 구직자보다 일자리가 넘친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유효 구직자 수는 0.3% 감소한 181만3,283명에 그쳤다.

이직자들이 새로운 회사로 자리를 옮기며 연봉을 높게 부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 취업 정보 사이트 마이나비가 지난해 이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회사를 옮긴 후 연봉이 올랐다고 답한 직장인이 39.5%로 집계돼 줄었다고 답한 18.6%를 2배 이상 웃돌았다. 2019년만 해도 이 비율이 각각 33.7%, 25.8%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직으로 연봉을 올리는 직장인들이 뚜렷한 증가세에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직자 증가와 더불어 일본에서는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알럼나이(Alumni) 채용’도 증가하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졸업생을 의미하는 표현인 알럼나이는 기업 현장에서는 중도 퇴사자를 일컫는 단어로도 쓰인다. 채용 정보기업 리크루트가 지난해 일본 기업 인사 담당자 2,7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퇴사자의 복직을 받아주고 있다는 응답자가 과반인 55.5%에 이르렀다. 또 응답자의 3분의 1은 알럼나이 네트워크를 이미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입장에서 퇴사자들의 귀환은 여러 이점이 있다는 해석이다. 예전에 수행하던 업무에 다시 투입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별도의 업무 교육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채용 컨설팅기업 로버트월터스의 토비 파울스턴 대표는 “이미 업무에 익숙한 직원을 다시 채용하는 것은 신입 사원을 교육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며 “퇴사자가 회사 밖에서 쌓은 지식과 가치관을 직장에 새롭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 기업 비용 절감 노력 주효

일본의 일자리 호황은 여타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총무성이 집계한 지난해 일본의 완전실업률은 2.5%로 2019년(2.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취업자 수는 6,781만 명으로 1953년 이래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116만 명이 여성 취업자였다. 일본 총무성은 이와 관련해 “노동시장이 확대하고 있어 고용정세가 매우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자평했다.

일본 내 지역사회에서도 자국 정부의 노력이 일자리 호황을 불러왔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2000년대부터 각종 규제를 없애고 노동 유연성을 높인 일본은 전임 아베 신조 총리 체제에서 엔저(엔화 가치 하락)를 유도하고 법인세율을 낮추는 등 기업의 비용 부담 축소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여유가 생긴 기업들은 생산성 확대를 위해 앞다퉈 채용을 확대했다.

흔히 ‘경단녀’로 불리는 경력 단절 여성들의 취업률이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경제인협회가 한국과 경제 규모 및 인구가 비슷(국민소득 3만 달러·인구 5,000만 이상)한 국가 7개국을 대상으로 한 ‘15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 고용률’ 조사에서 일본은 74.8%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한국(56.2%)은 물론 영국(74.2%), 프랑스(73.9%) △독일(73.8%) 등 주요국을 모두 뛰어넘은 결과다.

다만 이처럼 높은 재취업률이 소위 ‘파견사원’으로 불리는 비정규직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목된다. 적지 않은 여성이 파트타임이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낮은 직책에 머무르고 있는 탓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일본 여성의 평균 소득은 남성보다 40%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크루트 업체 워크에이전트(Warc Agent)의 커리어 상담사인 스즈키 유미코(40대)는 “일본 기업들은 여전히 연공서열에 기반한 평가 시스템, 즉 나이가 들수록 능력에 상관없이 경력이 진전하는 체계를 적용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면서 “이 때문에 이력서에 공백이 있으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갈수록 인력 부족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노동 평가 시스템 전체를 점검할 필요성도 높아 보인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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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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