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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에 가려졌던 은의 화려한 부활, 달러 약세 속 안전자산 매력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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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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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국가 비축금 포함 위해 대규모 은매입
공급 부족 속 '가난한 자의 금' 재조명
'탈달러' 나선 BRICS, 금 대체재로 주목

오랫동안 금의 그늘에 가려졌던 은이 1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라는 새로운 큰손의 등장과 더불어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관세 부과 공표 이후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확산된 여파로 풀이된다.

은 가격 14년來 최고치

18일 포브스재팬에 따르면 7월 국제 은 가격은 온스당 38달러(약 5만2,800원)에 다가서며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현재까지 은 가격은 30.6% 올라 27.5% 상승에 그친 금을 가뿐히 앞지른 상황이다. 2022년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매입과 민간 투자에 힘입어 가격이 폭등했던 금의 독주에 제동이 걸리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은의 가치가 재조명받는 키 맞추기 장세가 펼쳐지는 모양새다.

은값 상승을 견인한 건 러시아 중앙은행의 대규모 매입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중앙은행은 은을 국가 비축금에 포함시키기 위한 대규모 매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5~2027년 연방예산 초안에 의하면 러시아는 금, 백금 등과 함께 은을 사들이기 위해 해마다 515억 루블(약 9,136억원)을 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십 년간 중앙은행들이 외면한 은을 국가 차원에서 사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이 이례적 행보는 은 가격을 단기간에 50%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낳는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브릭스(BRICS)의 '탈(脫)달러'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회원국들은 달러 중심의 국제 무역 질서에 맞서 금을 꾸준히 모아왔다. 달러 결제 대신 자국 통화와 귀금속을 활용한 무역 확대를 위한 행보다. 그러나 금 가격이 사상 최고가 수준에 머물러 막대한 비용 부담에 부딪혔고, 그 대안으로 '가난한 자의 금'으로 불리던 은이 떠오른 것이다.

은 공급 부족 상태 지속, 점진적 가격 상승세

수급 불균형도 은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소로 꼽힌다. 은 시장은 산업 수요가 크지만 5년 연속 공급 부족 상태다. 실버 인스티튜트(Silver Institute)에 따르면 2022년 2.38억 온스, 2023년 1.84억 온스의 공급 부족을 기록했고, 지난해와 올해도 각각 1.82억 온스와 1.49억 온스의 공급 부족이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광산 생산은 정체 상태로 올해 전 세계 은 공급량은 전년 대비 3% 증가한 10억5,000만 온스 수준이다. 반면 태양광과 전기차 부품 같은 산업용 수요는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여기에 기관투자가와 일부 중앙은행의 '장기 실물 매수'가 더해져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금은가격비율(金銀比)는 은의 투자 매력을 뚜렷이 보여준다. 시장에 따르면 최근 금은비는 100대 1을 돌파하며 역사적 고점 수준에 도달했다. 이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투자자들이 산업적 용도가 많은 은보다는 안전자산인 금을 선호하고 있다는 의미다. 역사적으로 금은비는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선행 지표 역할을 해 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금은비는 50대 1에서 80대 1로 급등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미국 실업률이 급등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급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또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는 금은비가 사상 최고치인 113대 1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현재의 높은 금은비 역시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25년 평균 1온스의 금으로 약 65온스의 은을 살 수 있었지만, 2025년 7월 현재 금값은 은값의 88~90배에 이르는데, 이는 역사적으로 은이 매우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서는 금은비가 수년 만에 9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중요 기술적 신호도 잡히고 있다.

흔들리는 달러 헤게모니도 은 수요 견인

안전자산으로의 달러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점도 은 수요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산하 켄트A클라크 글로벌마켓센터와 함께 경제학자 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10년 안에 달러 표시 자산의 안전자산 역할 약화에 대해 '다소'(약 60%), 또는 '매우'(약 30%) 우려한다는 응답이 90%를 넘었다. '우려하지 않는다'는 견해는 10% 미만이었다. 감세안을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정책,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독립성 훼손 우려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상호관세 발표 이후 미국 주가와 국채 가격, 달러 가치가 '트리플 약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달러 약세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97.2로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달러 자산에 대한 글로벌 신뢰도가 약화하면서 탈달러 움직임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금 보유 확대와 더불어 실물자산 비중을 늘리는 흐름이 뚜렷하다. 이 같은 맥락에서 금 수요는 향후에도 꾸준히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공급 제약과 시장 포화의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이에 다음 수순으로 자연스럽게 주목받는 자산이 바로 은이다. 실물 보관이 용이하고, 산업적 활용도가 높은 은은 달러 대체 자산으로서의 효용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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