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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 비판' 내놓은 서울의대 교수들 의료계 내부 갈등 심화 조짐 "참 스승의 면모다" 지지·공감 의견도 존재

한국 의료계 내부 갈등에 불이 붙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 4인이 전공의(인턴·레지던트)와 의대생들을 향해 '미복귀'를 강요하는 분위기를 정면 비판하면서다. 교수들의 강경한 발언에 의료계 내부에서는 즉각적인 반발이 터져 나왔다.
서울의대 교수 4인, 성명 발표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소속 강희경·하은진·오주환·한세원 교수는 17일 공동 성명을 통해 "복귀하는 동료를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위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메디스태프(의료계 커뮤니티), 의료 관련 기사 댓글,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의 소셜미디어(SNS) 글 등에서 환자에 대한 책임도, 동료에 대한 존중도, 전문가로서의 품격도 찾아볼 수 없는 말들이 넘쳐난다"고 일갈했다.
특히 이들은 일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의사만이 의료를 할 수 있다'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간호사나 응급구조사 등 의료 종사자들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 등은 "솔직히 응급실에서의 응급처치, 정맥주사 등의 술기를 응급구조사나 간호사들에게 배우지 않았나"라며 의료계 내부의 위계를 강조하는 태도에 경종을 울렸다. 또한 "조금은 겸손하면 좋으련만, 의사 면허 하나로 전문가 대접을 받으려는 모습이 오만하기 그지없다"며 단순히 면허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의사로서의 권위를 주장하는 행태를 꼬집었다.

발칵 뒤집힌 의료계, '을사사적' 비판
성명서가 게시된 강 교수의 페이스북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의적의(의사의 적은 의사)", "1905년 을사오적이 있었고 2025년엔 당신들이 을사사적" 등 의사들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비난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욕설·막말이 섞인 인신공격성 댓글도 있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17일 SNS를 통해 "교수라 불릴 자격도 없는 몇몇 분들께"라며 반박 글을 게시했다. 그는 "병원장은 교수에게, 교수는 전공의에게 노동을 전가하며, 이제는 전공의 부재를 핑계로 간호사에게 의사의 책무를 떠넘기고 있다”며 교수들이 전공의와 간호사들에게 의료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계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서도 강도 높은 반발이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이 교수들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늙어서 자신이 비난한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진료를 받아야 할 날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교수들의 머릿속에는 자신들과 전공의를 제외한 국민들은 제3세계 인간들에 불과한 것 같다"며 교수들이 특권 의식에 젖어 있다고 주장했다.
"올바른 말 해줘서 고맙다" 응원 여론도 형성
반면 이들의 행보에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의대 교수는 “밖에서 보면 강경한 목소리가 눈에 띄겠지만, 침묵하는 다수는 이번 성명에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교수도 “(성명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관련 기사에도 “용기 있는 목소리 응원한다”, “환자, 국민 입장에서 올바른 말 해줘서 감사하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환자 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제자를 위해 참 스승의 면모를 보였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응원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환자를 버린 행위까지 감싸주는 의사 카르텔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고 비판했다는 점에서 우리는 희망을 봤다”며 “이익을 위해 자리를 떠난 이들에게 부여하는 ‘특례’가 아닌 수모를 겪고도 남은 이들을 향한 ‘특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도 “의료계 내부자로서 그동안 아무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공표해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며 "환자 입장에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