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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정책 ‘인플레이션 유발’ 논란 탄소세 부과 시 ‘물가 상승 효과’는 사실 친환경 혁신이 ‘장기적 전환 비용’ 최소화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강력한 기후 정책 집행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논란이 뜨겁다. 기후 변화 문제 해결의 긴급성에 대한 공감대는 폭넓게 이뤄져 있지만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 역시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탄소세를 비롯한 다양한 기후 정책이 각각 다른 상황에 놓인 국가 및 지역, 산업들에 어떤 경제적 부작용을 가져오는지 명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
강력한 기후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가?
엄격한 기후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경제학적 해답은 나와 있지 않다. 한 측면에서 보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생산 시설 포함 투입 비용 증가를 가져오고, 에너지 수요 증가만큼 친환경 기술 원재료의 사용도 늘어나게 된다. 당연히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친환경 산업 전문가 수요도 늘어나 임금 상승 요인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기후 정책은 경기 침체 효과를 부르기도 한다. 기존 산업의 고용률 하락이 전반적 소비와 투자 위축으로 확대돼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도 기후 정책에 따른 친환경 혁신이 생산성을 올려 비용 상승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한 연구가 다양한 기후 정책이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국가, 지역, 산업들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찾아냈다. 이를 위해 1989~2022년 기간 선진국과 신흥국을 포함한 177개국과 78개 지역, 17개 산업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다.
탄소세 정책만 인플레이션 유발 효과 입증
우선적인 결론은 많은 기후 정책 중 탄소세만이 통계적으로 고려할 만한 인플레이션 효과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탄소세가 1 표준편차만큼 늘어나면(이산화탄소 1톤당 5달러(약 7,300원) 증가에 해당) 1년 동안 0.7%, 4년 동안 1.6%의 물가 상승 효과가 발생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효과는 시간이 지나며 잦아들어 일시적 현상에 그쳤다. 물론 톤당 100달러(약 14만5천원)에 이르는 높은 탄소세 인상은 중기에 걸쳐 8% 정도의 상당한 물가 상승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탄소세와 다르게 배출권 거래제(emissions trading system)나 배출 상한 규제, 친환경 기술 보조금 등의 정책들은 인플레이션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정책 결정자들이 굳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도 기후 변화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있다는 의미다.
인플레이션 높고 탄소 배출량 많은 저소득 국가에 ‘불균형적 영향’
탄소세의 인플레이션 유발 효과는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고 개발도상국들에 선진국 대비 훨씬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했다.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 상황에 놓인 중저소득 국가들의 경우 탄소세의 물가 상승 효과는 대략 세 배에 달했다. 인플레이션율이 7~8% 이상인 경제권의 경우 탄소세 1 표준편차 인상은 최대 4%의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현상은 인플레이션이 이미 높은 상황이면 업체들이 가격을 더 자주 인상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한다는 경제 모델과도 일치한다. 따라서 신흥국의 경우 탄소세 정책 집행 여부와 시기를 신중하게 판단해 경제 불안정을 악화시키는 일이 없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
국가 경제뿐 아니라 지역과 산업도 마찬가지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지역과 산업은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탄소 배출량 기준 상위 75%에 위치하는 지역은 탄소세 부과에 따른 물가 인상 효과가 25%에 위치한 저배출 지역보다 0.5~1% 더 높았다. 반면 친환경 관련 높은 혁신 역량을 보유한 지역과 산업에 미치는 인플레이션 영향은 0.4% 적었다.
친환경 산업 발전이 기후 정책 부작용 최소화하는 길
연구 결과가 정책 결정자들에게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기후 정책이 기후 변화와 관련된 환경 및 경제적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필수적이라 해도 인플레이션 위험은 신중히 관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탄소세가 배출량이 많은 지역과 저소득 계층에 불균형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에 취약 인구의 부담을 덜기 위한 재정 지원 및 보조금이 고려돼야 한다. 또한 탄소세가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을 기록하고 있는 지역과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큰 만큼 정부는 경제 안정기에 해당 조치를 시행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친환경 산업 기술의 발전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경감한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다. 결국 친환경 연구개발 투자를 우선순위에 올려 에너지 전환에 따른 장기적 비용을 줄여나가는 것이 궁극적인 최선의 결과로 이어질 것은 당연하다.
원문의 저자는 루카 베타렐리(Luca Bettarelli) 팔레르모 대학교(University Of Palermo) 조교수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Greenflation: The role of policy instruments and regional and sectoral heterogeneit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