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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난민 취업의 벽, 닿지 않는 인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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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onth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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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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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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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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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취업률 정체, 이민자 대비 낮은 수준
연결망 결핍으로 인한 구조적 배제 지속
멘토링·인맥 구축 중심의 정책 전환 필요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용 통계는 이민자와 난민 간의 격차를 또렷하게 드러냈다. 이민자의 고용률은 65%에 도달했지만, 난민의 고용률은 여전히 54%에 머물렀다. 숙련도나 교육 수준이 비슷한 자국민과 비교하면, 약 15%포인트의 차이다. 일자리 수로 환산하면 무려 200만 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 격차는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다. 이탈리아 북부에서 진행된 ‘FORWORK’ 시범 사업은 조기 멘토링과 유급 인턴십을 제공하는 방식만으로 이 문제에 접근했다. 그 결과, 단 18개월 만에 난민 고용률을 10%포인트 이상 끌어올렸고, 전체 격차의 3분의 2가 해소됐다.

고용 격차의 원인을 단순히 기술 부족이나 자격 미비로 돌릴 수 없다는 뜻이다. 오늘날 노동시장에서는 능력보다도 '누구를 아는가?'가 '무엇을 아는가?'보다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난민과 저소득층은 사회적 자본을 물려받지 못한 채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이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회를 연결해 줄 인맥이 없기 때문이다.

사진=ChatGPT

접근성 개선만으로는 부족

그동안의 난민 고용 정책은 언어 수업, 자격 인증, 구직 정보 제공 등 접근성 개선에 집중해 왔다. 물론 이는 필요한 조치지만, 고용 격차의 근본적인 원인을 건드리지는 못한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 출신의 청년은 취업 과정에서 가족, 동문, 지인 등 다양한 경로로 소개와 추천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낯선 환경에 도착한 난민에게 그런 기회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는 단지 기술을 가르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기술을 사용할 '문' 자체가 없다는 데 있다.

정책이 이를 간과하면, 여전히 난민의 잠재력을 이미 실현된 능력으로 착각하고 자립을 요구하게 된다. 하지만 실질적인 연결망이 없는 사람에게 자립은 구조적 배제를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실제 2024년 유로파운드(Eurofound)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출신 난민 중 42%가 '현지 인맥 부족'을 가장 큰 취업 장애로 꼽았다. 언어나 자격보다 더 큰 장애물로 지목된 것이다. 이는 정착 프로그램이 산업계와 실제로 연결되지 않는 한, 기존의 불평등을 반복하게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회적 자본의 설계 필요

결국 자격을 갖추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회적 연결 자체를 정책이 직접 설계하고 지원해야 한다. 구조화된 멘토링, 기업 중심의 인턴십, 다양한 계층이 함께 일하는 팀 프로젝트 등은 실질적인 취업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이민자 창업자의 약 80%는 창업 초기 단계에서 자금 조달이나 고객 확보를 가족이나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해결한다. 반면, 그런 연결망이 없는 난민은 특정 커뮤니티 내 소매업 등 제한된 영역에서만 창업을 시도하게 된다.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한 시장 진입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네트워크를 개인 자산이 아닌 공공 자원으로 간주하고, 교육과 고용 정책이 이를 형성하는 구조로 바뀐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지금까지 기회를 제한해 온 연결의 단절을, 기회의 확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

멘토링의 경제적 효과는 분명

사회적 연결망을 구축하는 정책은 복지 확대를 넘어서, 국가 재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OECD 난민 고용률 54%와 유럽연합의 중간 초임(연 2만9,500유로, 약 4,300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하고, FORWORK에서 확인된 고용률 상승효과  10%를 적용하면, 멘토링을 받은 난민 1,000명이 추가로 취업할 때 연간 약 170만 유로(약 25억원)의 세수 증가가 기대된다. 참가자 1인당 투입 비용이 3,000(약 440만원) 유로라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프로그램은 21개월 만에 재정 투자액을 회수할 수 있다. 고용률 상승 폭을 6%포인트로 낮추고, 임금 수준을 하위 25%로 가정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유엔난민기구(UN Refugee Agency, UNHCR)에 따르면, 전 세계 난민은 약 4,270만 명이며 이 중 700만 명이 OECD 국가에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절반만 FORWORK 수준의 성과를 거둔다면, 연간 약 50억 유로(약 7조3,000억원)의 세수 증가가 가능하다. 이는 유럽연합의 이민통합기금(Asylum, Migration and Integration Fund, AMIF) 전체 예산을 능가하는 수치다.

일자리 멘토링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
주: 멘토와의 첫 만남 이후 경과 월(X축), FORWORK 참여의 인과적 고용 효과(Y축)

호주의 대조적 현실

이탈리아의 사례와 달리, 호주의 고용 지원 체계는 규모에 비해 정밀성이 부족하다. Workforce Australia 시스템에 등록된 약 15만 4,000명 중 2만 2,000명 이상이 1년 이상 구직 중이다. 하지만 최근 분기 기준으로 실제 급여 기록이 있는 사람은 27%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 중 난민이 몇 명인지, 얼마나 취업했는지조차 따로 집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유럽연합의 이민통합기금(AMIF)처럼 세부 성과를 관리하는 체계와는 대비된다. 결과적으로 정책 담당자는 구직 실패가 기술 부족 때문인지, 사회적 연결의 부재 때문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다.

구체적인 원인 분석 없이 대응 방식은 대체로 온라인 교육 모듈 등 획일화된 방향으로 흐른다. 사람 간의 연결이라는 핵심 기능은 민간 커뮤니티나 자원봉사자에게 사실상 떠넘겨지고 있다. 공적 고용 시스템이 해야 할 역할이 체계 밖으로 밀려난 것이다. 2023~2024년 Workforce Australia의 예산은 13억 호주달러(약 1조1,000억원)를 넘었지만, 장기 구직자 중 26주 이상 취업을 유지한 비율은 25%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탈리아의 ‘FORWORK’ 멘토링 프로그램과 비교하면 비용 대비 성과는 크게 떨어진다.

교육이 사회적 연결을 책임져야

지식 전달만으로는 노동시장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없다. 학교와 대학은 이제 산업계와 연결된 실질적 경험을 교육의 주요 성과로 간주해야 한다. 계층 간 협업 프로젝트, 학점이 부여되는 인턴십, 저소득층 학생의 기회비용 보전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덴마크의 한 기술대학은 공학 학위 과정에 멘토링을 필수로 도입한 이후, 평균 성적은 다소 낮아졌지만, 졸업 후 6개월 내 취업률은 72%에서 89%로 상승했다.

노동시장은 고정된 파이가 아니다. 수요와 창업 활동을 통해 확장될 수 있다. 교육기관은 단지 학문적 기능을 넘어, 이민자와 난민을 재정 기여자로 전환시킬 수 있는 핵심 기반이 된다. 체코의 난민 수용 정책을 분석한 결과, 난민 통합이 자국민의 고용이나 임금에 유의미한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OECD는 2024년 정책 보고서에서 졸업생 설문조사 항목에 '산업 분야 연계 경험'을 포함할 것을 권고했다. 교육이 실제 연결을 제공하지 못한다면, 사회 이동성을 실현하는 역할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 바꿔야 할 선택

교육기관과 고용 당국은 중대한 선택 앞에 서 있다. 여전히 형식적인 프로그램에 예산을 투입할 것인지, 아니면 사회적 연결을 제도화해 누구나 고용 기회를 얻도록 바꿔나갈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의 지체는 현장에서 이미 비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각국에서는 인력난이 심화되고, 언어 수업은 과밀화되며, 많은 난민 청년이 일 경험 없이 장기 실업 상태로 진입하고 있다.

네트워크 형평성은 시혜가 아니다.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과 통합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반이다. 이를 정책으로 설계하고, 지원하며, 누구에게나 보장한다면, 오늘의 격차는 머지않아 과거의 사례로만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Mentors, Not Margins: Reclaiming Social Capital in Refugee and Low‑Income Career Launch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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