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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남녀 차이, “아직도 굳건” 태생적 차이와 사회적 제약의 상호작용 결과 성역할 고착화시키는 사회 제도와 규범부터 “들여다봐야”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수 세기 동안 글로벌 노동시장에서 남녀 간 소득 및 시장 참여율 차이는 상당 부분 좁혀져 왔다. 그러나 아직도 일하는 여성 수는 남성보다 적고, 일하더라도 더 적게 받고 더 적은 시간 일하는 등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끈질긴 차이는 남녀 간 태생적인 차이와 사회적 제약이 복잡하게 상호 작용한 결과다. 문제를 해결하고 양성평등과 경제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답은 성역할에 대한 사회문화적 연구 성과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직장의 변화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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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시장 남녀 격차 ‘여전히 존재’
남성 대비 여성 소득 차이가 좁혀졌다고 해도 노동 시장에는 여전히 양성간 격차가 존재한다. 더 적은 수의 여성이 임금 노동에 종사하고, 하더라도 더 적은 시간만 일한다. 정규직 노동자 간에도 임금 격차는 남아 있다. 불평등은 여성이 무보수의 가사 노동을 훨씬 더 많이 떠맡는 관행으로 인해 가중한다. 이러한 노동 시장의 불균형은 양성평등은 물론 전체적인 경제 효율까지 떨어뜨리는 비효율적 노동 분배 현상을 분명히 보여준다.
학문적 연구는 성 격차의 주요 원인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먼저 남성과 여성이 보유한 각기 다른 선호와 기술, 심리적 특성이 직업 및 교육 등에서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있다. 이와 정반대로 성 격차는 사회 규범 및 고정관념, 차별 등으로 만들어지는 기회와 제약의 차이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문제는 특성이나 선호도에서 보여지는 다름 자체가 문화적 제약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아 두 주장의 근본적인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타고난 차이로 인해 임금 및 노동 참여율 격차가 발생한다는 이론이 힘을 잃어가는 추세다. 남녀 간 인지 및 의사소통, 사회적 특성상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초점은 어떻게 사회 규범과 시스템적 제약이 불평등을 영속화하는가로 맞춰진다.
가족 위해 직업 희생하는 여성들 “아직도 많아”
직장 내 성평등의 가장 높은 장벽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직업-가족 간 상충관계(career-family trade-offs)다. 여성의 일차적 양육자로서의 역할과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고임금 일자리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모가 되면 어머니와 아버지로서의 직업 경로가 확연하게 갈리며 차이가 더욱 벌어지게 된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 노골적인 임금 차별은 줄어들었지만 이러한 상충관계가 성 격차의 주요 원인으로 남아있다.
유연 근무제, 짧은 통근 거리, 원격 근무와 같은 업무 편의성(job amenities)에 대한 선호도 상충관계가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가족 친화적인 업무 환경을 우선시하는 여성들의 성향이 수요자 위주의 노동 시장에서 직업 선택의 기회와 협상력을 낮춰 임금에서도 불리한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직업-가족 간 관계는 여성들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자녀가 태어남과 동시에 남성은 더욱 직장에 매진하고 여성은 가사 노동에 집중해 남성의 임금은 오히려 상승 곡선을 긋는 패턴을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부부가 이러한 상관관계를 놓고 내리는 판단들을 포괄적으로 이해해야 성별로 갈리는 상충관계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강화되는 업무 유연성이 ‘가정 내 성역할’ 더욱 고착화할수도
문화와 정체성에 관련된 요소들도 성 격차를 만들어내는 주요인이다. 지난 20년간 경제학자들은 사회 규범과 고정관념이 어떻게 직업-가족 간 관계에 영향을 주는지를 상당 부분 밝혀냈다. 골자는 이러한 규범들이 남성과 여성으로서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역할을 규정해 학업 및 직업 선택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불평등의 고리를 영속화한다는 것이다.
즉 사회규범과 고정관념이 직장 선택 이전부터 기술 개발과 직업적 목표를 제한한다. 또한 고용주들의 편견도 강화해 채용과 승진에 차별적 기준을 적용하게 한다. 결국 개인적인 선호와 사회 규범이 복잡하게 맞물려 성 격차를 강화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직장 내 기술적, 문화적 변화도 성평등에 있어서는 기회이면서 위협 요인이다. 원격 근무와 프리랜서 업무(gig work) 형태의 확산이 가져오는 업무 유연성은 전통적 근무 형태로 인한 여성의 불이익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같은 원인으로 여성이 덜 구조화된 업무 형태하에서 더 많은 가사 노동을 떠맡아 성역할이 더욱 고착화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현재의 직장 내 추세가 가정 내 성역할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 면밀히 이해하는 것도 평등한 직장을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한편 부모의 역할은 점점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 되고 있는데 특히 선진국에서 대학을 나온 어머니들은 더욱 그렇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급학교 입학 경쟁으로 인해 자녀 교육에 개입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당연히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에 제약 조건으로 작용한다.
결국 노동 시장에서 성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은 문화적, 정치적 환경의 변화를 상대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균형 잡힌 성역할로의 점진적인 발전이 특정 지역에서는 포퓰리즘 정치와 연관된 보수주의 이데올로기의 부활로 도돌이표가 되는 경우도 자주 생기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족, 교육, 매체가 어떻게 고정관념에 영향을 주는지와 함께 성 규범을 형성하고 지속시키는 사회 과정(social process, 문화, 사회, 조직이 변화, 발전해 가는 과정)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원문의 저자는 제시카 판(Jessica Pan)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evolution of gender in the labour market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