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열악한 처우에 외면받는 공무원 최저임금보다 낮은 9급 공무원 실수령액 인사혁신처, 공무원 처우·역량 대폭 개선
정부가 공직사회를 떠나 민간 대기업으로 옮기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공무원을 붙잡기 위해 대대적인 처우 개선에 나선다. 2027년까지 9급 공무원의 월급을 300만원대로 인상하고, 승진 소요 기간을 단축하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낮은 급여와 경직된 조직 문화로 인한 MZ세대 공무원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027년까지 초임 월급 '300만원' 목표
23일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보수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25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인사처는 먼저 현재 269만원인 9급 초임 공무원의 월 보수(수당 포함)를 2027년까지 30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했다. 또한 무주택 공무원 주거 부담 완화를 위해 서울과 세종 등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한다. 2030년까지 5,800세대가 넘는 임대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저연차와 신혼부부 공무원을 최우선 배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경찰·소방 공무원 위험근무수당을 인상하고 재난담당 공무원은 재난안전수당과 중요직무급을 같이 받을 수 있도록 해 업무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게 한다. 민원 업무 기피 해소를 위해 민원업무 수당 가산금도 신설한다. 동시에 시간외근무 상한을 월 57시간에서 월 100시간으로 확대해 국정감사나 명절 특별근무 등 격무에 따른 보상도 강화한다.
주 40시간 범위에서 운영 중인 유연근무는 2주 80시간 범위로 확대해 유연하고 자율적인 근무방식을 확대한다. 나아가 육아휴직 대상 자녀 연령을 ‘8세 또는 초2 이하’에서 ‘12세 또는 초6 이하’로 확대하고, 육아휴직수당은 기존 연 1,800만원에서 2,310만원으로 인상한다.
9급 초임 실수령액, 최저임금보다 낮아
인사처가 저연차·실무직·현장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에 나선 건 노동력 대비 부족한 보수와 경직된 조직문화를 개선할 필요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젊은 공무원 사이에서는 낮은 급여에 대한 불만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급 초임 월 급여는 세전 222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본봉 187만7,000원, 직급 보조비 17만5,000원, 정액 급식비 14만원, 정근수당 가산금 3만원을 더한 금액이다. 이는 지난해 최저시급(9,860원)을 바탕으로 환산한 월급 206만740원보다 16만1,260원 많은 수준이지만, 이마저도 세금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190만원대로 떨어지기 때문에 실제 격차는 더 적은 셈이다. 한 달에 최대 10시간까지 할 수 있는 9급 공무원의 초과근무 시간당 수당 단가 역시 9,414원으로 최저시급보다 낮다.
연봉으로 환산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초 인사혁신처는 9급 1호봉의 연봉이 작년보다 6% 넘게 오른 3,010만원(월평균 251만원)으로, 역대 처음으로 3,000만원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공무원이 월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초과근무 수당과 연 2회 지급받는 명절 휴가비까지 합산한 수치다. 전체 공무원 보수 평균 인상률(2.5%)보다는 높지만, 최저시급에 견줄 만큼 여전히 보수가 낮은 것이다.
저임금에 뿔난 공무원노조 "노동자 권리 존중해야"
이에 청년 공무원들은 저임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8월 6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2030 청년위원회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청년 공무원 100인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이 감당해야 할 일에 비해 월급이 너무나 초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란 양은 냄비에 '밥값을 올려달라', '임금인상 이행하라' 등의 문구를 새긴 후 숟가락으로 냄비를 두드리며 대통령실 인근으로 행진했다. 종료된 후에는 냄비를 바닥에 내려놓고 발로 밟아 찌그러뜨렸다. 공무원을 상징하는 '철밥통'을 스스로 부순 것이다.
당시 이들 공무원은 △생존임금 보장 △정액급식비 인상 △시간외근무수당 정상화 및 각종 수당 인상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기본급 31만3,000원 인상과 직급보조비 3만원 인상, 정액급식비 8만원 인상을 통한 점심값 1만원 책정 등이다. 유해길 공무원노조 거제시지부장은 "청년 공무원들은 악성 민원인에게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고, 주말에 행사가 있으면 동원까지 된다"며 "그럼에도 실질임금은 매년 마이너스다. 철밥통에 밥이 없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해 달라"고 말했다.
김영운 공무원노조 2030청년위원장도 "공무원 연금은 이미 박살 났다. 국민연금보다 더 내고 덜 받는 건 정해진 미래"라며 "무너져가는 공직 사회를 되살리기 위해 먼저 공무원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120만 공무원의 고용주인 윤석열 대통령은 청년 공무원들이 다 떠나기 전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