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관세 사라져야" 호소하는 美 기업들,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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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진출 美 기업 중 48%, 대중국 관세 철폐 필요성 주장 美 상무부 장관 "관세 조치, 장기적으로 미국에 기여할 것" 재차 불붙은 美·中 무역 갈등, 관세 전쟁 다시 시작되나

중국에 진출한 미국 업체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가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수의 기업이 리쇼어링(기업이 해외로 이전했던 생산 시설이나 사업을 다시 본국으로 되돌리는 현상)을 택하지 않고 중국 시장에 머물며 무역 환경이 개선되기만을 기다리는 양상이다.
美 기업 '리쇼어링'은 없었다
10일(이하 현지시간) 상하이 주재 미국상공회의소(AmCham Shanghai)가 연례 중국 비즈니스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이 된 254개의 중국 진출 미국 기업 중 48%가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와 비관세 장벽의 완전 철폐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5월 19일부터 6월 20일까지 실시됐다. 트럼프는 4월 초 '해방의 날' 선언 후 중국의 보복에 맞서 중국 제품 관세를 100% 이상으로 인상했다. 이후 양측은 충돌 끝에 5월 회담에서 관세의 상당 부분을 일시적으로 인하하기로 합의했고, 8월에는 이 협정을 90일 더 연장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들 기업이 리쇼어링을 택하는 대신 현지 시장에 머무르며 관세 철폐를 요구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미·중 기업협의회의 7월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중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미국 기업의 약 3분의 2가 이미 계획된 중국 투자를 유지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압박 속에서도 중국에서 '버티는' 것을 택한 기업이 반수 이상이라는 의미다.
기업들은 중국에 머무르는 것이 가장 리스크가 적은 선택이라고 여기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및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오히려 섣불리 생산지를 옮기지 못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인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중국의 대체지로 여겨지던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강타하며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에는 19~20%의 상호관세가 매겨진 상태다. 이는 관세가 유예된 중국(30%)과 비슷한 수준이다.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소위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던 인도에는 자그마치 50%의 관세가 부과됐다.
미국 산업계가 자국 기업들의 리쇼어링을 유도할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와 관련해 공급망 컨설팅 업체 타이달웨이브솔루션스의 캐머런 존슨 수석파트너는 “미국은 재정적으로 (리쇼어링 유도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생태계나 인력, 세제 혜택, 자금이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청사진은?
다만 이 같은 기업들의 관세 폐지 요구가 수용될 가능성은 사실상 낮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부과는 어디까지나 미국을 위한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스콧 베선트 미 상무부 장관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손가락을 튕긴다고 공장이 바로 세워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관세 정책이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쟁력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미국 내 제조업을 강화하고, 새로운 건설 및 공장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시행된 지 몇 달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4분기에 '상당한 가속화(substantial acceleration)'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연말 관세 수입이 늘어나며 정책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재무부가 발표한 '관세 및 특정 소비세(Customs and Certain Excise Taxes)' 자료에 따르면, 현시점 미국의 올해 누적 관세 수익은 1,830억 달러(약 254조2,600억원) 규모다.
베선트 장관은 이전에도 관세 수익이 국가 부채 상환에 활용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관세 정책의 효용성을 강조한 바 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약 37조1,800억 달러(약 5경1,487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말 36조 달러(약 4경9,853조원)를 돌파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37조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핵심 국정 과제를 반영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이 통과됨에 따라 향후 10년간 미국 재정 적자는 3조4,000억 달러(약 4,708조 원) 추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中, 美 향해 다시 '관세 공격'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와 관련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가운데, 누그러지는 듯하던 중국의 태도 역시 '원상복귀'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중국 상무부는 미국 기업 17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등재한 조치의 발효를 중단하고, 28곳의 미국 기업에 대해 발표했던 민(民)·군(軍) 양용 품목 수출 통제 제재 시행을 추가 유예한다고 밝힌 바 있다. 45곳에 달하는 미국 기업이 중국의 보복 조치에서 자유로워진 것이다.
상황이 뒤집힌 것은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이 열린 지난 3일 이후부터였다. 당시 중국은 4일부터 미국산 특수 광섬유에 최고 78.2%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통보했다. 대상 제품은 해저 케이블이나 장거리 고속 통신 등에 사용되는 ‘차단파장 이동형 단일모듈 광섬유’이며, 관세율은 33.3~78.2% 수준이다. 열병식에 북한·러시아 등 국가 정상들을 초청해 반미(反美) 연합전선을 구축한 데 이어 무역 부문에서도 미국을 향한 견제를 시작한 것이다.
이에 미국은 중국의 열병식 행사 직후 중국 화학 업체 광저우 텅웨이와 이 회사 대표 2명을 “합성 오피오이드 제조·판매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올리며 맞불을 놨다. 합성 오피오이드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원료다. 펜타닐 남용 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은 이전부터 합성 펜타닐의 원산지로 중국을 지목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