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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美, 中과의 거래에 열려 있다" 관세전쟁 '부작용'에 트럼프 태도 누그러져 美·日 관세 협상 결과에 따라 흐름 바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측에 '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 각계에서 무리한 통상 정책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자, 관세 전쟁의 최전선에서 한발 물러나 대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시작될 미·일 관세 협상이 향후 미국의 노선을 점칠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中에 '대화' 요구
15일(이하 현지시간)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진행한 브리핑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큰 것을 제외하고 중국과 다른 나라 간 차이는 없다"며 "중국은 다른 나라처럼 우리가 가진 것과 미국 소비자를 원하며 다른 식으로 말하면 그들은 우리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레빗 대변인은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 거래를 위해 대(對)중국 관세를 줄여줄 수 있다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이 여전히 유효하냐는 질문에 "우리는 중국과의 거래에 열려 있다"며 "중국이 미국과의 협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중국 외 국가와의 무역 협상 상황을 묻는 말에는 70여 개국이 미국과 접촉했다는 점을 재언급하면서 "15개 이상의 제안이 테이블 위에 있으며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며 "우리는 일부 협상에 대해 매우 곧(Very soon)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관련 추가적 관세 조치가 무엇인지를 묻는 말에는 "자동차나 자동차 부품과 관련해 여기에서 (당장) 발표할 것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포인트는 그가 협상과 대화에 유연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관세 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농민에 대한 지원책과 관련해서는 "구제안이 검토되는 중"이라면서 "농무부 장관이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관세 전쟁의 '역풍'
시장은 극단적인 통상 정책을 펼치던 트럼프 대통령이 수차례 협상을 언급하며 태도를 누그러뜨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트럼프의 목적은 무작정 통상 장벽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자국에 최대한 이익을 가져오는 것"이라며 "현 상황은 미국에 불리한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미국에 돌아가는 이익이 적다면 트럼프는 무작정 관세 전쟁을 이어갈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시장 곳곳에서는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의 부작용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 국채값 하락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1일 기준 연 4.494%를 기록했다. 이는 일주일 전인 지난 4일(연 4.009%) 대비 약 0.5%p 높은 수준이다.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경기가 위태로워졌음에도 불구,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가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한 관세 정책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훼손한 결과다.
미국 정계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 정책에 대한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강경 보수 성향 인사이자 친(親)트럼프 인사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공화·텍사스)은 지난 5일 팟캐스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끔찍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미국이 경기 침체를 겪고, 국민이 큰 고통을 겪는다면 유권자들은 여당을 처벌한다"고 우려했다. 제리 모런 하원 의원(공화·캔자스주)도 "지역 구민 상당수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의회에서는 대통령의 독단적 관세 부과를 제지하기 위한 입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연방 상원 재무위원회 소속인 척 그래슬리 의원(공화·아이오와주)은 마리아 캔트웰 의원(민주·워싱턴주)과 함께 지난 3일 무역 정책을 수립·승인하는 의회의 역할을 재확인하는 취지의 법안을 제출했다. '2025 무역검토법'으로 명명된 이 법안은 대통령이 관세를 새로 도입하거나 관세율을 높일 때 의원들에게 그 이유와 미국 업계 및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을 설명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의회가 60일 안에 새로운 관세에 대한 양원 결의를 채택하지 않으면 그 효력이 중단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협상 첫 타자' 日의 전략은?
각계 압박을 이기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테이블에 앉은 가운데, 향후 이어질 협상들의 향방은 '1번 협상 타자' 일본과의 논의 결과에 따라 좌지우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일 관세 협상은 16일 시작되며, 17일엔 양측 협상 대표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장관급)이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일본은 ‘낮은 자세’로 미국의 노선을 파악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원하는 사안이나 양보할 카드를 먼저 드러내지 않고, 미국의 요구 사항이 무엇인지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관세 합의는) 빠를수록 좋긴 하지만, 그때그때 유효한 카드는 바뀔 것”이라며 “‘빠르고도 크게 대응한다’가 철칙”이라고 했다.
다만 미국은 일본에 먼저 대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14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일본이) 무엇을 들고 왔는지 보고 나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양국이 서로 패를 먼저 내보이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실제 회담에서는 일본과 미국의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