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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급 공무원 응시자 역대 최저 2023년 이후 3년 연속 응시율 하락 급여 인상, 복지 확대 등 처우 개선

공무원 시험 열기가 한풀 꺾인 가운데, '2025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개채용 필기시험' 응시율이 또 다시 최저치를 경신했다. 응시율이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낮은 연봉’과 ‘과중한 업무’에 대한 인식, Z세대의 가치관 변화 등이 공무원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월급 인산 등 처우 개선과 워라밸 확대에 나섰지만, 젊은층의 관심은 여전히 민간 기업과 전문직으로 향하고 있다.
선발인원 줄면서 경쟁률은 소폭 상승
7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 5일 전국 17개 시·도에서 치러진 2025년 국가공무원 9급 공개채용 필기시험 응시 대상자는 10만4,952명으로 실제 시험장에 나온 인원은 7만8,894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응시율은 75.2%로 지난해 75.8%보다 0.3%포인트 낮아졌다. 최근 5년간 응시율 추이를 보면 △2021년 77.7% △2022년 77.1% △2023년 78.5% △2024년 75.8% △2025년 75.2%로 2023년을 기점으로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고 있다.
올해 경쟁률은 24.3대 1로, 지난해(21.8대 1)보다 소폭 상승했다. 최근 5년간 경쟁률 추이를 보면 △2021년 35대 1 △2022년 29.2대 1 △2023년 22.8대 1 △2024년 21.8대 1로 내리막이었다가 올해 반등한 모습이다. 이는 선발 예정 인원이 줄어든 반면 응시원서 제출 인원은 지난해보다 1,514명(1.5%)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정부는 올해 4,330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역대 최고 경쟁률은 2011년 기록한 93.1대 1로, 이후 매년 경쟁률이 하락했다.
낮은 보수, 과다한 업무에 직업 선호도 하락
이처럼 지원자가 줄어든 이유는 학령인구의 감소, 고교선택과목제 폐지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20대 지원자 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21년 12만1,533명에서 2023년 6만9,083명으로 2년 새 5만2,450명(43.15%)이나 줄었다. 이는 같은 기간 평균 감소율(38.65%)보다 4.5%포인트 높고, 30대 감소율(32.49%) 10.66%포인트 높다. 선택과목에서 고교과목이 빠지고, 전공과목으로 대체돼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2022년부터 지원자가 3만2,000명가량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9급 공무원의 급여가 최저임금 수준인 데다 일은 많고 고되다는 인식이 큰 몫을 했다. 지난달 9일 한국행정연구원이 발간한 '2024년 공직생활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자치단체(시·군·구) 공무원의 이직 의향이 5점 만점에 평균 3.48점, 중앙행정기관과 광역자치단체(시·도) 공무원은 3.31점으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래 매년 상승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48개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757명, 17개 광역자치단체 공무원 1534명, 226개 기초자치단체 공무원 3784명 등 6075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직 의향 이유는 ‘낮은 보수’(66%)가 1순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9급 초임(1호봉) 공무원 월급은 187만 7000원이었다. 2순위는 ‘과다한 업무’(10.5%)였다. 재직 기간별로는 재직 기간 6~10년, 직급별로는 하위직인 8~9급의 이직 의향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직무 만족도도 하락했다. 공무원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느끼는 흥미, 열정, 성취감 등을 측정하는 ‘직무만족 인식’은 5점 만점에 평균 3.26점으로 전년(3.32점)보다 하락했다. 반면 직무 스트레스는 더 커졌다. 중앙과 광역은 5점 만점에 2.87점으로 전년(2.88점)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기초자치단체는 3.00점으로 전년(2.92점) 대비 상승하며 처음으로 3점대를 기록했다.
취준생, 공무원보다 대기업·전문직 선호
이에 정부는 최근 공무원 조직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실무직·저연차 공무원 처우 개선에 속도를 내왔다. 올해 9급 초임 공무원 봉급은 지난해보다 6.6%(12만 3882원) 오른 200만 882원으로, 처음으로 200만원을 넘어섰다. 각종 수당을 포함한 9급 초임 보수는 연 3222만 원으로, 월 평균 269만 원을 받게 된다. 아울러 9급 초임 보수를 내년 월 284만 원, 2027년에는 월 300만 원이 되도록 단계적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또 가족돌봄휴가 확대, 연가 보상비 현실화 등 ‘워라밸’ 정책도 병행해왔다. 그러나 실질적인 관심 회복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공시 열풍이 한풀 꺾이고 민간 채용이 회복되면서, 젊은층이 공직 대신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AI매칭 채용콘텐츠 플랫폼 캐치가 Z세대 취준생 1547명을 대상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 의향’에 관해 조사한 결과 78% 비중이 ‘공무원을 준비할 의향이 없다’라고 답했다. ‘준비할 의향이 있다’라고 답한 비중은 22%에 그쳤다. 공무원을 희망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연봉이 낮아서(47%)’였다. 다음으로는 ‘희망 직무가 아니어서’가 15%로 뒤를 이었고 ‘수직적인 분위기’(9.4%), ‘반복적인 업무’(9%) 순으로 나타났다.
Z세대 취준생이 원하는 공무원 연봉은 ‘5000만원(2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4000만원’(17%), ‘6000만원’(16%) 순이다. ‘연봉이 아무리 높아도 공무원 희망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경우도 13%를 차지했다. 공무원 복지 중 개선을 원하는 부분으로는 ‘성과급, 보너스 상향’이 39%로 가장 높았다. 이어서 ‘승진 기회 확대’가 33%였고 ‘워라밸 보장(16%)’, ‘유연 근무제 돌입(13%)’이 뒤를 이었다. 이외에 ‘교육의 기회 제공(12%)’, ‘연차·휴가 확대(11%)’ 등 의견도 있었다.
Z세대가 취업을 희망하는 곳(복수 응답) 1위는 ‘대기업’(71%)으로 나타났다. 이어 ‘중견기업’(29%), ‘전문직 시험’(20%) 순이다. 이외에 △외국계 기업(19%) △공기업·공공기관(16%) △중소기업(12%) 순이었고 공무원은 11%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김정현 진학사 캐치 부문장은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했던 과거와 달리 Z세대는 즉각적인 보상을 선호한다”며 “비교적 높은 연봉을 제공하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전문직 시험을 선호하는 것도 이러한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