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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업정보화부, 태양광 기업들에 감산 촉구 저가 생산 구조로 시장 장악한 中 태양광 업계 수요 이상의 공급으로 수익성 악화하며 시장 무너져

중국이 태양광 패널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을 줄이기로 했다. 수년째 지속되는 과잉 생산 기조로 인해 관련 시장 질서가 줄줄이 붕괴하자, 부랴부랴 정부 차원에서 감산을 지시한 것이다.
中 "무질서한 경쟁 단속 필요해"
8일 태양광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지난달 주요 태양광 기업들과 회의를 열고 자발적 감산과 구조조정을 강하게 촉구했다. 리러청 공업정보화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저가를 앞세운 무질서한 경쟁을 단호히 단속하고, 노후 설비의 질서 있는 퇴출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주요 폴리실리콘 생산 업체들은 50억 위안(약 7조원) 규모의 구조조정 펀드 조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펀드는 업계 전체 생산 능력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만 톤(t) 규모의 저품질 설비를 인수·폐쇄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며, 이르면 3분기 말 출범해 4분기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조치가 실행되면 현재 약 325만t 수준인 중국의 폴리실리콘 생산 능력은 약 200만t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더해 트리나 솔라, 진코 솔라, JA솔라 등 중국 주요 태양광 기업들은 지난해에만 총 8만7,000여 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이는 중국 내 태양광 업계 종사자의 약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감산 지시 이전부터 업계 내부에서는 이미 과잉 공급 해소와 수익성 개선을 위한 체질 개선이 진행되고 있었던 셈이다. 여기에 정부 주도의 감산 기조가 더해지며 중국 태양광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흐름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中 태양광 업계의 성장 전략
지금까지 중국 태양광 기업들은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발판 삼아 시장을 장악해 왔다. 공급망 전반을 수직계열화하고, 넓은 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생산 효율을 최적화하며 판매가를 대폭 낮춘 것이다. 태양광 모듈은 원자재인 폴리실리콘을 시작으로 잉곳-웨이퍼-셀-모듈 단계로 생산되는데, 잉곳, 웨이퍼, 셀 등을 생산할 때 특히 전기가 많이 투입된다. 전기요금이 전체 생산비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신장웨이우얼(위구르)나 내몽고, 운남성 등 전기 요금이 저렴한 지역에 제조 공장을 배치해 비용을 절감했다. 신장웨이우얼이나 내몽고는 조광이 좋고 바람이 잘 부는 넓은 사막 지역으로, 대규모 태양광·풍력 발전을 통해 싼값에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 장강 상류에 있는 운남성도 수력 발전이 보편화돼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전기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 역시 원가를 낮추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태양광 모듈은 특히나 생산 규모가 증가할수록 평균 단가가 뚜렷하게 하락하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JA솔라는 중국 전역에 13개의 공장을 두고 있으며, 베트남과 미국에도 각각 1개의 공장이 있다. 총 생산능력은 연간 95GW 이상이다. 1GW가 약 35만 가구가 1년 동안 전기를 쓸 수 있는 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JA 솔라 한 곳이 약 3,325만명이 1년 동안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하는 패널을 만들 수 는 셈이다. JA솔라 외에도 중국에는 연 50GW 이상 생산 능력을 갖춘 업체가 7개나 있다. 연간 10GW 이상의 생산 능력을 보유한 업체는 15~20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잉 생산 '후폭풍' 왔다
문제는 중국이 2020~2023년 부동산 경기 둔화 이후 태양광, 전기차, 배터리 등 분야에 자원을 집중 투입하며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전반적인 태양광 제품 생산량이 시장 수요를 훌쩍 웃돌며 곳곳에서 출혈 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최근 태양광 패널 생산량은 세계 수요의 두 배에 달하며, 이 중 대부분이 중국에서 제조된다.
업황이 빠르게 악화하며 중국 태양광 기업들은 지난해에만 600억 달러(약 83조2,56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태양광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0개 이상의 태양광 기업이 상장폐지되거나 파산, 인수·합병 절차를 밟았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산업이 2023년 말부터 침체 국면에 접어들어 지난해 상황이 악화했고, 올해 역시 반등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가격 경쟁을 억제하고 과잉 설비를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게 된 실질적인 이유다.
국내 시장에서는 중국의 폴리실리콘 감산이 본격화할 경우 한화솔루션, OCI홀딩스 등 한국 태양광 업체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태양광 가격이 정상화하고, 한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전반적인 수익성 개선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시장 관계자는 "이미 태양광 수요는 과거 대비 대폭 줄어든 상태로, 중국이 과잉 공급을 멈춘다고 해서 시장 균형이 곧장 바로잡힐 가능성은 낮다"며 "설령 중국의 감산으로 '길 잃은 수요'가 발생한다고 해도, 한국보다는 인도 등 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국가로 유입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