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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진영 간 무역’ 12% 감소 글로벌 무역 양극화 ‘뚜렷’ ‘우회 경로’ 제공하는 ‘연결국’ 중요성 부각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경제는 확실한 지정학적 분열로 접어들었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미중 양 진영 간 무역이 12% 줄고 해외직접투자(FDI)도 20%나 감소했다. 하지만 글로벌 무역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에 둔 우회 경로를 통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 ‘양극화’
양극화된 글로벌 네트워크는 그물망을 닮았던 이전 모델과 대비된다. 당시에는 각국이 복잡한 공급망과 제도적 협력을 통해 긴밀히 연결됐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중심을 지배하는 가운데 전 세계가 정치적, 경제적으로 한쪽에 편입될 것을 강요받는 느낌이다.
과거에는 세계화를 위해 규칙을 세우고 갈등을 중재하는 초강대국이 존재했다면, 지금은 두 강대국이 각자의 네트워크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 이론에 따르면 양극화 체제에서도 두 중심이 굳건하다면 네트워크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체제가 별다른 교류 없이 평행선을 달리면 갈등과 비효율이 일어난다.
그렇다면 전 세계의 교육기관들에도 지금의 상황은 양자택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두 개의 강력한 중심에서 동시에 작동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학생들과 연구자들을 비롯한 교육 자원들이 정치적 장애물이나 중복 투자로 인한 비효율을 피해 두 블록 사이를 오갈 수 있다.

주: 글로벌 GDP 대비 무역 비중(좌측), 글로벌 자본 이동 지표(우측), 영국 패권(UK hegemony), 미국 패권(US hegemony)
미·중 우회 무역 ‘1,667조 원’
2023년의 침체 이후 작년과 올해 글로벌 무역이 회복된 것은 대부분 양 진영 내에서의 무역 활성화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IMF의 추정에 따르면 1조 2,000억 달러(약 1,667조원) 규모의 물자가 진영 간 갈등으로 인해 우회로를 통해 이동했다. 멕시코나 베트남, 인도 등이 연결국(connector countries) 역할을 맡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이 길고 복잡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주: 중국, 영국, 프랑스, 미국, 러시아, 독일(보기 좌→우, 상→하 순서)
이는 교육 분야에서의 협력과 학생 교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2022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간 유학생 수는 460만 명에 이르는데, 특히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가 글로벌 인력 교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미중 갈등으로 인해 110,000명의 해당 분야 유학생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미국의 첨단 반도체 분야 수출 통제도 교육기관들에 규정 준수 부담을 지우고 인공지능(AI) 및 생명공학 분야의 공동 연구와 협력에 지장을 초래한다.
리쇼어링, 공급망 안정화에 ‘도움 안 돼’
리쇼어링(reshoring, 생산 시설 국내 이전)이나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생산 기지 우방국 이전)을 통해 공급망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다양한 연구가 부작용을 경고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리쇼어링이 일어난다면 글로벌 GDP에 4.5%의 악영향을 주고, 프렌드쇼어링도 1.8%의 생산량 감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급망 안정화에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교육 정책도 양극화 현실을 고려해 수립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은 양 진영의 데이터 및 수출, 지식재산권 규제를 함께 이해하도록 설계해야 하며, 두 체제를 연결하는 국가들과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 상호인정협정(mutual recognition agreement, 두 개 이상의 국가가 서로의 적합성 평가를 인정)과 핵심 분야 학생 교류를 위한 비자 제도 유지,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예외 인정 등을 통해 지식과 재능의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
‘연결국’ 역할 중요
양극화 체제는 한쪽이 기울거나 직접 교류가 가시화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희망을 발견하기 어렵다. 미국은 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고, 중국은 제재 속에서 자국 내 기술 표준 강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따라서 연결국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현 상황에서 국가 간 공동 연구를 주최하고, 특수 부품을 생산하며, 양 블록 간 데이터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최적의 조건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세계화가 끝났다기보다는 재조정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강력한 두 체제가 주변국들을 끌어당겨 지정학적 복잡성을 심화하고 있다.
교육 정책 역시 변화한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양 진영의 기술 표준과 규정 준수에 대한 이해도를 키우고, 연결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기초과학 분야의 협력을 유지해야 한다. 지식의 교류가 막힌다면 장기적으로 훨씬 큰 대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wo Stars, One Fracture: Why Education Policy Must Plan for a Bi-Polar Global Economy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