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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트럼프’ 밀레이 대통령, 밈코인 사기 의혹으로 탄핵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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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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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이 대통령, 가상화폐 홍보 논란
추천 후 몇 시간 만에 코인 94% 폭락
"전형적인 '러그 풀' 수법" 사기 혐의 피소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사진=밀레이 대통령 인스타그램

‘가상통화 예찬론자’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밈코인(유행·유머 등에 기반해 만들어진 가상통화) 사기 스캔들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사기 의혹을 부인했지만, 문제가 된 가상통화를 만든 창립자가 밀레이 대통령과 그의 동생에게 밈코인 관련 청탁을 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탄핵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리브라 폭락 사태 일파만파

19일(이하 현지시각)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아르헨티나 연방법원은 밀레이 대통령이 리브라(LIBRA) 홍보에 관여한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마리아 세르비니 판사를 담당 재판관으로 지정했다. 앞서 현지 변호사들은 밀레이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서 리브라를 홍보하며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며 그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논란이 된 가상화폐 리브라는 KIP 프로토콜과 헤이든 데이비스가 개발한 코인으로 밀레이 대통령이 지난 16일 X를 통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경제 성장 프로젝트"라고 소개하면서 급등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밀레이 대통령이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자 가상화폐 가치가 폭락해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혔다.

금융 정보 사이트 덱스크리너에 따르면 당시 코인의 시가총액은 40억 달러(약 5조8,000억원) 이상을 기록했으나 이후 급격히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프로젝트 담당자가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은 후 갑자기 모든 자금을 빼돌리고 사라지는 전형적인 러그 풀(RUG PULL, 가상화폐 개발자가 구매자를 끌어들인 뒤 투자금을 빼돌리는 사기)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아르헨티나 대통령실은 17일 낸 성명에서 "대통령은 가상화폐 개발에 어떠한 방식으로도 개입하지 않았으며 대중의 반응을 고려해 추가적인 논란을 막기 위해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밀레이 대통령이 평소와 같이 기업가들의 프로젝트를 소개한 것뿐이며 특정 가상화폐를 홍보할 의도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밀레이 대통령도 "나는 숨길 것이 없으며 필요한 경우 조사에 협조할 것"이라면서도 "이번 사건을 정치적 공격으로 이용하려는 시도에 강력히 맞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당 "탄핵 추진하겠다"

그러나 여론은 38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밀레이 대통령의 게시물이 없었더라면, 매수자들이 대거 유입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현직 대통령이 코인 사기에 직접 가담한 게 아니냐고 거세게 비난했다. 변호사 요나탄 발디비에소도 "이번 사건은 사기 범죄가 연루된 조직적 범죄 행위로 볼 수 있다"며 "대통령의 홍보 활동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밀레이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야당 연합 소속 레안드로 산토르 의원은 "대통령이 러그 풀과 연관돼 있을 수 있다"며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도 우파 시민 연합의 막시밀리아노 페라로 의원은 “아르헨티나 의회가 사실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자를 규명하기 위해 특별 조사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탄핵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하원 총 257석 중 '반(反)밀레이' 성향인 주요 야당 의석수는 108석으로, 탄핵 정족수(171석)에 한참 못 미치는 데다 의회 중도파가 대통령 탄핵에는 일단 선을 그은 상태기 때문이다.

의회서 잇단 패배로 정치적 디폴트

그럼에도 밀레이 대통령으로선 취임 후 최대 위기다. 이번 파문 여파로 아르헨티나 주식 시장은 5% 이상 폭락했고, 페소화는 달러 대비 2%나 하락했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 이슈로 받아들여졌다는 뜻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장기적으로 '경제학자 밀레이'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훼손될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정부의 정치적 역량을 더 의심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밀레이 대통령은 최근 정치적 디폴트(파국)에 빠진 것 아니냐는 비판에도 직면한 상황이다. 국회 내 요직을 야당 인사가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정보기관의 특별활동비 대규모 증액을 담은 대통령령 처리가 무산되면서다. 아르헨티나 매체 폴리티카온라인은 지난해 8월 '의회 패배로 인한 (밀레이) 정부의 정치적 디폴트'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밀레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0일 국회 상·하원 공동 정보위원회 위원장에 야당 총재인 마르틴 루스토 급진연합당(UCR) 총재가 선출됐고, 21일에는 하원에서 아르헨티나의 국가정보원 격인 'SIDE'의 특별활동비 1,000억 페소(약 2조4,000억원)를 추가 증액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통령령에 대한 동의안 처리를 시도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앞서 밀레이 정부는 국가안보 강화를 이유로 기존 정보기관이었던 AFI(연방정보국)를 SIDE로 재편하면서 특별활동비 1,000억 페소를 추가 배정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을 마련했다. 그러나 특별활동비는 정보 공개 대상이 아닌 '깜깜이 돈'으로, 대통령령이 공포된 지 3주도 되지 않아 80%에 달하는 800억 페소가 이미 사용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일부에선 '언론과 야당을 탄압하기 위한 스파이 활동에 막대한 예산을 사용했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밀레이 정부는 국회 상·하원 공동 정보위원장에 여당 인사가 선출되고, 특활비 증액을 담은 대통령령을 야당에서 문제 삼더라도 국회에서 제2 야당 연합의 도움을 받으면 동의안 처리가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어 국회 상하원 공동 정보위원장에 여당에 대해 가장 강경한 야당 인사인 루스토 총재가 선출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직 대통령으로 밀레이를 지지하던 마우리시오 공화제안당(PRO) 총재를 따르는 의원들마저 동의안에 대거 반대표를 던지면서 하원이 이를 무산시켰다.

이와 관련해 경제 전문 매체 암비토는 "밀레이 대통령이 재정 흑자에만 몰두하면서 자신의 행정부가 미래에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빈곤율과 실업률은 증가하고, 소비는 급감하며 외환보유고는 고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정치적 불협화음은 대통령 지지율은 물론 허약한 아르헨티나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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