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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근거 마련해 적발과 처벌 강화 보험사기 적발 규모도 4년 연속 증가 보험사도 AI 기반 단속 시스템 도입

보험사기가 갈수록 조직화·전문화되면서 국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보험사기에 대한 적발과 처벌이 한층 강화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실손의료보험을 중심으로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보험사들은 AI와 빅데이터를 결합한 실시간 감시 체계를 구축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보험사기방지법 시행 후 알선광고 게시글 줄어
14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보험사를 중심으로 보험사기에 대한 적발과 감시 체계가 발전하면서 국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전년 대비 3.0% 증가한 1조1,50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8,986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1년 9,434억원 △2022년 1조818억원 △2023년 1조1,164억원으로 4년 연속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적발 인원 역시 △2021년 97,629명 △2022년 102,679명 △2023년 109,522명 △2024년 10만8,887명으로 10만 명 안팎에서 상승 흐름이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8월 14일 시행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을 통해 보험사기 적발과 처벌에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개정안에는 보험사기 행위 알선·권유 금지, 금융위원회 등 정책 당국의 자료 제공 요청권 신설, 보험사기죄에 대한 징역형과 벌금형 병과, 입원 적정성 심사 기준 마련 의무, 자동차 보험사기 피해 고지 의무 등이 담겼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법 시행 1년 동안 400여 명이 보험사기 알선 협의로 수사 의뢰됐고, 온라인 카페 등에서의 보험사기 알선 광고 게시글이 월평균 수백 건에서 10건 이하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실손보험 손해율 120%,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이처럼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보험사기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실손의료보험이다. 실손의료보험은 전 국민의 70%가량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 '사적 안전망'으로 불린다. 최근 이 상품의 손해율이 120%를 넘어섰다. 이는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보다 20% 더 지급하고 있다는 뜻으로, 수입보다 지출이 훨씬 많아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손해율 상승의 원인으로 과잉 진료, 보험사기 등을 지목하며, 보험료 상승의 부담이 선량한 가입자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실손의료보험과 관련해 다양한 형태의 보험사기가 만연해 있다. 경증 질환을 이유로 특정 연령대 가입자가 매주 병원을 찾아 진단서만 발급받는가 하면,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위법한 수법이 마치 '꿀팁'처럼 공유됐다가 논란이 됐다. 브로커와 병원이 결탁한 보험사기 카르텔도 존재한다. 같은 진료 코드가 한 달에 수회 이상 청구되거나, 전자의무기록(EMR)에는 '증상 불명, 단순 문진 후 진단'이라는 간단한 기록만 남기는 사례도 빈번하다. 일부 병원에서는 2~3일 치 소염제 처방만 해주는 '보험 청구용 코너 진료'까지 운영한다.
외국인 실손보험 악용 사례도 늘었다. 2020년대 들어 외국인 실손의료보험 손해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인 가입자의 비중이 확대됐는데. 2023년 기준 중국인 가입자의 손해율은 110%, 월 지급액은 100억원을 넘어섰다. 샤오홍수, 웨이보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한국 실손보험을 악용한 보험금 부정 수령 방법이 공개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과거 병력을 숨긴 채 입국해 보험에 가입하고 수술을 받은 뒤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도 늘었다. 이는 명백한 고지 의무 위반이자 형사처벌 대상으로 적발 시 법원 판결에 징역형 등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

보험사, 위험군 선별 등 조기 탐지 시스템 도입
보험사기가 갈수록 조직화·전문화하자 보험사들도 AI·빅데이터 기반으로 보험사기 방지 시스템 고도화에 나서며 대응 전선을 넓히고 있다. 삼성화재는 IFDS(Insurance Fraud Detection System)에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전 탐지 예측 기능을 추가했다. 고객 정보와 사고 이력을 분석해 보험사기 위험도를 점수화하고, 고위험군 고객을 선별해 사기 의심 사건을 조기에 탐지하는 방식이다. IFDS 도입 후 월평균 보험사기 적발 건수는 15건, 금액은 9억원 이상으로, 초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고 삼성화재는 설명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11월 사고 보험금 지급 시스템에 LLM(거대언어모델) 기반의 'AI OCR(광학문자인식) 솔루션'을 도입했다. 해당 시스템은 보험금 청구 서류에 기재된 문장형 진료 소견서까지 자동 인식해 필요한 정보를 추출·입력하는 기능을 갖춰, 이를 통해 보험금 접수 절차를 간소화하고 실시간 지급 대상 건은 즉시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과거 청구 서류의 이미지 분석과 데이터화를 통해 서류 위·변조 여부를 확인하고, 잠재적 보험사기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예방하는 리스크 관리 체계도 구축했다.
DB손해보험은 AI를 활용해 보험 가입 패턴과 허위청구 정황을 분석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최근 대구 한 병원의 보험금 청구 급증을 포착해 수사를 의뢰했다. 또 설계사 업무를 지원하는 사전 인수 심사 시스템을 특허 등록해 가입 단계부터 위험 고객을 가려내고 있다. 교보생명은 AI 보험사기 예측 시스템을 통해 지난해 상반기 기준 378건의 보험사기를 적발해 48억6,000만원을 환수했다. 의료기관·설계사·계약자 간 연계와 청구 데이터를 분석해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장기·실손보험 허위 청구 대응에 강점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