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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날이 치솟는 지식산업센터 공실률 공급 과잉·고금리 등 악재 누적되며 시장 붕괴 30% 밑도는 경매 낙찰률, 매매 건수도 급감해

수도권 곳곳의 지식산업센터가 텅 빈 ‘유령 건물’이 되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의 공급 과잉, 고금리, 부동산 시장 침체 등 악재가 누적되며 지식산업센터 자체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먼지 쌓인 지식산업센터
14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전국에서 준공된 지식산업센터는 1,066곳(연면적 7,029만㎡)에 달하며, 이 중 40%가량이 공실로 남아 있다. 인허가 후 채 삽을 뜨지 못한 지식산업센터도 수도권에만 126곳(연면적 736만㎡)이다. 공실률을 가늠하는 지표인 잔금 납부율 역시 좀처럼 상승하지 않는 추세다. 지식산업센터 실거래가 플랫폼 지식산업센터114 자료를 살펴보면, 작년에 준공한 경기 양주 지식산업센터 5곳(연면적 22만2,917㎡)의 잔금 납부율(지난 5월 말 기준)은 26.7%에 그쳤다. 인천(37.4%)과 시흥(38.0%)의 잔금 납부율 역시 절반을 밑돌고 있으며, 그동안 공급량이 많았던 서울 금천구(67.1%)도 잔금의 30%가량이 납부되지 않은 상태다.
지식산업센터 입주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지식산업센터의 '종말'이 가까워졌다는 비관적 진단이 나온다. 2017~2018년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지식산업센터는 아파트 규제가 강화된 2020~2022년 대체 투자처로 각광받으며 우후죽순 증가했다. 정부 역시 산업 활성화를 위해 분양형 지식산업센터 분양 대금의 90%까지 대출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나섰다. 분양 대금 10% 수준의 계약금만 내면 중도금 무이자 혜택과 함께 잔금 납부 시에 80% 이상의 대출금이 나오는 식이다.
지식산업센터 수요, 왜 무너졌나
문제는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지가가 저렴한 경기도와 인천 등 서울 외곽 지역 중심으로 지식산업센터 공급량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식산업센터 대표 수요층인 IT 핵심 기업들이 얼마 없는 지역에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대거 쏠리며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해진 것이다. 실제 지식산업센터114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사용 승인된 지식산업센터(일반 건축물 및 연면적 3,000㎡ 제외) 중 경기도 소재 건물은 56%에 달했다. 이어 서울 36%, 인천 8% 순이었다. 연면적 비율로는 경기도 61%, 서울 31%, 인천 8% 순서로 많았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 역시 악재로 지목된다. 부동산 수요 전반이 얼어붙고 공실이 급증하면서 지식산업센터가 골칫덩이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대출을 끼고 노후 자금을 보태 지식산업센터에 자금을 쏟아부은 투자자들 대부분은 입주할 임차인, 즉 기업을 찾지 못해 벼랑 끝에 몰렸다. 지식산업센터 매입으로 인해 발생한 대출 이자와 관리비를 분양자가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자금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늘며 지식산업센터 담보 대출의 연체율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에 따르면, 2020년 말 평균 0.09%에 머물던 지식산업센터 담보 대출 연체율은 2023년 말 0.20%로 배 이상 올랐다. 이에 금융권은 줄줄이 지식산업센터 담보 대출을 중단하거나 제한하고 나섰다.

매물 쏟아져도 수요는 미미
경매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지식산업센터 매물도 크게 증가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에 넘어간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1,594건으로 전년 대비 131.7% 늘었다. 같은 기간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64.8%까지 떨어졌다. 오산(18%), 양주(29%), 평택(37.4%), 화성(46.2%) 등 일부 지역에서는 지식산업센터가 감정가의 반절도 못 미치는 금액에 낙찰되는 사례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가격이 미끄러지고 있음에도 불구, 실제 새 주인을 찾는 지식산업센터는 많지 않다. 지지옥션이 서울·경기·인천의 지식산업센터 월별 경매 진행 건수와 매각률, 매각가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4개월 동안 서울 경매법원에는 총 279건의 지식산업센터 경매 매물이 올라왔다. 이 가운데 낙찰된 매물은 전체의 26.3%인 73건에 그쳤으며, 평균 매각가율은 69.3%에 머물렀다.
시장 수요가 얼어붙으며 매매 역시 급감하는 추세다. 지식산업센터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에서 거래된 지식산업센터는 1,042건으로 총 4,676억원 규모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4.5%, 27.4% 감소한 수치이자, 호황기이던 2021년 4분기(9,436억원)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택지개발지구 내 미분양 할인, 마이너스 프리미엄 거래 등으로 인해 매매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특히 지식산업센터가 대거 몰려 있는 경기도는 거래액이 18%(2,752억원→2,265억원), 평균 단가는 6%(1,215만원→1,139만원)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