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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알루미늄 관세에 이어 조만간 상호관세 도입 中, 같은 날 석탄·LNG 등에 대미 보복 관세 시행 트럼프發 '관세 폭탄'에 韓 철강 업계도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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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보편 관세 25%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조만간 상호 관세 부과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공언했던 미국발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자 중국도 예고했던 대로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일부 품목에 대미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했다. 국제 통상 환경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중 간 '관세 전쟁'이 전 세계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예외 조항 폐지로 쿼터 국가들은 관세 인상 효과
9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을 관람하기 위해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로 향하는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과 문답하면서 "10일부터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했으나, 이후 캐나다·멕시코·브라질 등 일부 국가에 면세 할당량(쿼터)을 제공했다. 이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이를 확대해 영국·일본·유럽연합(EU)까지 면세 대상에 포함하면서 미국 내 철강 산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상호 관세도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호 관세는 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상대국이 미국 상품에 부과하는 높은 관세율만큼 미국이 상대국 동일 상품에 관세율을 동일하게 상향 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다른 국가와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상호 교역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며 "우리는 더 많이도 더 적게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9일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도 새로운 관세가 기존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추가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관세율과 비교하면 철강은 25%를 유지하고 알루미늄은 10%에서 25%로 상향된다. 이와 함께 기존에 면세 혜택을 받는 쿼터를 폐지하기로 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반도체·의약품과 함께 묶어 수개월 내 부과하겠다고 했는데, 이번 조치로 그 시점이 대폭 앞당겨졌다.
일본제철의 투자 확대 속 관세 부과 시점 앞당겨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본제철의 대규모 투자 합의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시점을 앞당기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와 관련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 계획을 언급했다. 그는 "US스틸은 한때 미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기업이었지만 부실한 정부 정책과 경영 실패로 쇠락했다"며 "이번 관세 조치가 US스틸을 매우 성공적인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역설했다. 관세 조치를 통해 철강 수입 물량을 US스틸이 가져오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을 열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US스틸의 인수가 아닌 대규모 투자는 허용하겠다"며 "US스틸의 소유권이 미국 밖으로 넘어가는 것은 심리적으로 좋지 않다"고 말했고, 이시바 총리도 "인수가 아니라 투자를 통해 일본의 기술을 제공하겠다"며 뜻을 같이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US스틸 측에 기존 인수액(147억 달러)과 투자액(27억 달러)을 확대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상이 US스틸의 인수 대신 투자로 선회하면서 향후 일본제철의 인수 논의도 어떤 방식으로든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일본과 미국이 협력해 US스틸의 생산 설비 현대화 등 철강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경우, 그동안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해 온 한국 철강 산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추가 관세 조치로 대미 철강 수출량이 줄면 미국 현지에 있는 삼성·현대차·LG 등 국내 기업도 소재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현재 미국으로 들어가는 철강 물량 상당수는 현지에 공장을 둔 국내 기업에 공급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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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관세 전쟁 본격화, 단기간 합의는 어려울 듯
미·일 철강 산업 재편뿐 아니라 미·중 간 관세 전쟁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중국은 미국의 10% 관세 부과 발효일이었던 지난 4일 미국산 원유·농기계 및 일부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석탄과 LNG에는 1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대중국 10%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시행일은 10일로 예고했다.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 전 품목이 아닌 일부 품목에만 관세를 부과한 데다 시행일까지 일주일가량의 여유를 둔 만큼 업계에서는 중국이 보복보다는 미국과의 물밑 협상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미·중 양측 모두 적극적인 대화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았다. 중국이 관영 언론 등을 통해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고 메시지를 냈지만 진전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발표 당일 "24시간 안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대화할 것"이라고 했으며 다음날 리빗 대변인도 "곧 통화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정상 간 대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 입장에서는 트럼프 1기에 비해 대미 무역의존도가 낮아진 데다 경제 체질이 개선된 만큼 미국과의 협상에서 조급함을 보이기보다는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무역 전쟁이 애초에 중국을 겨냥해 시작된 만큼, 양국 간 합의가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미·중 무역 전쟁이 아직 제한적인 수준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대화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분석한다. 더욱이 관세를 무기로 한 전면전은 관련국 모두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양국 모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미·중이 서로 보복 관세 인상을 주고받으면 미국의 기업·소비자 부담이 증가하고, 중국은 미국 수출 타격으로 경제성장률이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