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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소비자금융보호국 폐지 착수 "물 새는 수도꼭지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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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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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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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바우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을 CFPB 수장에 임명
의회가 설립한 기구지만 기관장 재량권으로 폐지 수순
머스크, "유사한 규제 기관 너무 많아" 예산 낭비 지적 

연방정부 기관의 퇴출·축소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폐지 절차에 들어갔다. CFPB는 미 의회가 설립한 독립 기구로 공식적인 폐지를 위해서는 별도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CFPB 국장의 광범위한 재량권을 근거로 주요 기능의 정지 등을 단행하며 사실상 운영을 중단시켰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일부 구조개혁 조치들이 정치적 논란과 함께 법적 제약에 부딪히고 있어 실제 CFPB의 폐쇄가 이뤄질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CFPB 직원들에게 이메일로 '출근하지 말라' 통보

9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AP통신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기관인 CFPB의 업무 중단을 명령하고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CFPB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담보 대출 스캔들을 계기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지난 2010년에 설립됐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CFPB 직원들은 이날 이메일로 '이번 주부터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고 워싱턴에 위치한 청사 건물도 폐쇄됐다. 해당 메일에는 '다른 지시가 없는 한 원격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지침이 포함됐으나 구체적인 CFPB 폐쇄 이유는 명시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임기 5년이 보장된 로힛 초프라 CFPB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이어 지난 7일에는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러셀 바우트 국장을 CFPB 국장 대행으로 임명했다. 바우트 대행은 그동안 CFPB 폐지를 주장해 온 인사로 트럼프 2기 청사진으로 불리는 '프로젝트 2025'를 설계한 바 있다. 바우트 대행은 임명 다음 날인 8일 CFPB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제출된 모든 규정에 대한 작업을 중단하라'며 △확정됐지만 아직 발효되지 않은 규정의 발효일 연기 △진행 중인 조사 작업의 중단 △새로운 조사의 착수 금지를 명령했다.

예산 집행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바우트 국장은 8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CFPB가 확보한 7억1,160만 달러(약 1조원)의 예산은 과도하다"며 "올해 연방준비은행에 예산 교부를 신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CFPB는 예산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은 물새는 수도꼭지"라고 비판했다. CFPB는 금융개혁법에 따라 의회가 설립한 기구로 폐지를 위해서는 별도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CFPB의 수장에게 강제 집행 등 정책적 재량권을 인정하는 조항이 있어 바우트 대행이 이를 근거로 사실상 폐지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CFPB의 폐지와 관련해 머스크가 게시한 X 게시물/출처=X

머스크, 트럼프 당선 이후 수차례 CFPB 폐지 시사

AP통신은 이번 CFPB의 폐쇄 조치와 관련해 "업무 중단 지시, 청사 봉쇄 등의 방식이 앞서 미 국제개발국(USAID)의 해체 절차와 유사하다"며 "이번에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수장으로 있는 정부효율부(DOGE)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지난 4일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우리는 CFPB를 폐지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어 바우트 대행이 임명된 7일에는 묘비 이모티콘과 함께 "CFPB에 안식을(RIP)"이라는 글을 올려 사실상 CFPB의 해체를 공식화했다. 현재 CFPB의 공식 X 계정은 삭제됐고 홈페이지도 폐쇄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머스크의 발언을 고려하면 CFPB의 폐쇄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11월 27일 머스크는 X를 통해 "CFPB를 폐지하라"며 "중복된 규제 기관이 너무 많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WP)는 "CFPB에 대한 머스크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시한 정부 비용 절감 계획의 일환으로 CFPB가 폐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고, 블룸버그통신도 "오랫동안 공화당과 기업 옹호 단체의 표적이 돼온 규제 기관을 직접적으로 지목해 이 기관이 차기 행정부에서 폐지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CFPB 폐쇄와 관련해 이해충돌 논란도 제기된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머스크의 발언은 CFPB가 빅테크의 전자결제·디지털 지갑 앱 서비스에 대한 관리·감독을 확대하는 규정을 확정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나왔다"며 "머스크가 운영 중인 X의 결제 사업 진출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며 "머스크가 CFPB 폐지를 강력히 주장한 점이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CFPB는 최근 디지털 금융 서비스 관련 규제를 강화했는데 이러한 움직임이 머스크를 비롯한 빅테크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USAID 폐지 등 트럼프 행정부 조치에 소송 잇달아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실제 CFPB의 폐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행정명령 등을 통해 강행하는 정책들이 법원에서 잇따라 가로막히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CFPB에 앞서 폐지 절차에 들어간 USAID의 경우, 법원의 결정에 따라 폐지 절차가 잠정 중단됐다. 지난 7일 워싱턴 D.C. 지방법원은 연방 공무원 단체 2곳이 트럼프 대통령과 미 재무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USAID 폐지와 관련한 일부 조치를 일시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감원과 업무 중단, 예산 동결 등의 조치가 해당 직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USAID 직원 2,700여 명에게 유급 행정 휴가를 부여했는데 이 중 2,200명은 해고 절차를 위한 유급 휴가 대상이었다. 또한 해외 근무자에게는 30일 이내에 파견 지역에서 철수하라는 강제 귀국 조치를 시행했다. 그동안 USAID의 자금이 방만하게 집행됐다고 지적해 온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1만여 명에 달하는 직원 중 보건과 인도적 지원 분야 핵심 인력 294명만 남기고 모두 해고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7일 미 최대 공무원 노조인 연방공무원노조(AFGE)와 미국외교관협회(AFSA)는 "USAID 해체 시도는 위헌적이고 불법적"이라며 예산 복원과 사무 재개, 추가 해산 명령 차단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취임하자마자 서명한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에도 제동이 걸렸다. 출생시민권 제도는 부모 국적과 상관없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시민권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달 24일 시애틀 지방법원은 이달 19일 행정명령의 시행을 앞두고 워싱턴·애리조나·일리노이·오리건주가 제기한 소송에서 '명백히 위헌적인 행정명령'이라며 효력을 14일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어 지난 5일에는 메릴랜드 지방법원이 이민자 인권단체 2곳이 제기한 소송에서 "출생시민권 제도의 제한은 수정헌법 제14조에 따라 250간 이어져 온 우리의 시민권 원칙과 역사에 위배된다"며 또다시 14일의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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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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