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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리스크에 붙들린 중소형 증권사 당국 규제로 증권사 규모별 양극화 심화 전망 부동산 금융 외 활로 모색 필요해

증권업계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상황이 증권사 규모별로 양극화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의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반면,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는 부실 정리에만 겨우 힘을 쏟는 양상이다.
증권사 PF 구조조정 '양극화'
29일 한국신용평가는 'PF 구조조정, 어디까지 왔나-제2금융권 익스포저 잔존 리스크 분석' 세미나를 통해 증권업계의 PF 구조조정 성과와 잔존 리스크를 분석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대형 증권사의 PF 익스포저는 브릿지론과 본PF 모두 각각 7%, 31% 증가했다. 신규 및 리파이낸싱 규모는 8조8,000억원으로 회수·정리 규모(4조5,000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형 증권사는 브릿지론 익스포저가 11% 감소하고, 본PF 익스포저는 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규 취급 규모(1조6,000억원)와 회수·정리 규모(1조5,000억원)가 비슷해 사실상 신규 영업이 정체된 모습이다.
건전성 지표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대형 증권사의 고정이하 여신 잔액은 2조3,000억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4,000억원 감소했으나, 중소형 증권사의 고정이하 여신 잔액은 2조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1,000억원 증가했다. 브릿지론 고정이하 비율 역시 대형 증권사는 22%에서 15%로 개선됐지만, 중소형사는 49%에서 55%로 악화됐다. 고정이하 여신 중 회수의문·추정손실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도 중소형 증권사가 대형 증권사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금융당국, NCR 산출 체계 개편
이 같은 PF 구조조정 양극화 현상은 향후 한층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가 중소형 증권사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3월 금융위원회는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NCR(순자본비율) 산출 체계를 실질위험 반영 방식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투자 형태에 따라 미리 정해져 있는 위험값 비율(채무보증 18%, 펀드 60%, 대출 100%)을 사업 단계(브릿지론/본PF), 담보인정비율(LTV), 분양 여부 등 실질 리스크에 따라 차등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NCR은 금융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용순자본에서 위험자산을 뺀 금액을 개별 사업별 필요 자기자본으로 나눠 산정한다. 부동산 PF 관련 NCR 위험 가중치가 상향되면 증권사는 현재와 같은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결국 부동산 PF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해당 규제와 관련해 나이스신용평가 윤재성 연구원은 이달 9일 개최된 '나이스 크레딧 세미나 2025'에서 "금융당국이 앞으로 PF 사업장의 실질 리스크를 반영한 NCR 위험값 조정에 나서면, 고위험 PF 비중이 높은 소형 증권사는 NCR 하락 요인을 맞닥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유예기간이 충분히 부여되고 시행 전 기존 대출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한 점, 현재 중소형 증권사의 신규 PF 영업이 사실상 중단된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동성 관리 규제도 강화
금융위는 NCR 산출 체계 개편 외에도 다양한 규제 방안을 마련했다. 증권사들의 유동성 관리 규제가 대표적이다. 당국은 현재 대형 증권사에만 적용되고 있는 유동성 비율 관련 규제를 차후 중소형 증권사를 포함한 모든 증권사에 적용할 예정이다. 유동성 비율은 기업이 단기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에 더해 당국은 유동성 비율을 산출하는 방식도 개선해 채무보증 및 자산 가격의 변동 위험을 유동성 비율에 반영하기로 했다. 이 같은 유동성 규제 강화 방안이 현실화하면 증권사의 투자은행(IB) 업무(증권 인수·주선, M&A 중개·자문, PF 금융 등) 매출 구성에서 부동산 금융 비중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시장에서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부동산 금융을 내려놓고 새로운 '활로'를 찾을 때라는 평이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부동산 금융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중소형 증권사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부동산 금융만큼의 수익을 낼 만한 사업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많은 자본이 필요하지 않은 특화 분야를 모색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형태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에 실패한 중소형 증권사들은 신용 하락을 감수하거나, 피인수합병 등을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