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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가격은 거품" 여론전 나선 中, 서방 명품 브랜드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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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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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등지서 '명품 원가 폭로 영상' 확산
명품업계 특유 가격 인상 전략 힘 잃나
곳곳서 명품 시장 침체 전망 제기
중국 의류 제조업체 관계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서방 명품의 원가와 제조 과정을 공개하는 영상/사진=틱톡 bigfish7598, lunasourcingchina 계정 캡처

중국 공장에서 촬영된 고가 소비재 상품의 원가 폭로 영상이 미국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미·중 통상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양국의 '여론전'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이들 영상의 확산이 과감한 가격 인상 전략을 앞세워 실적을 유지하던 명품업계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美·中 관세 전쟁, 여론전으로 비화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계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TikTok)과 미국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에르메스 명품 가방 △나이키 운동화 △운동복 브랜드 룰루레몬 레깅스 등 유명 브랜드 제품들의 제조 원가를 공개하는 영상들이 확산 중이다. 이들 영상은 별다른 진위 확인 없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으며, 일부 영상은 수백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13일 X에서는 초고가 명품으로 꼽히는 에르메스 버킨백의 원가가 1,395달러(약 200만원)인데, 실제 판매가는 3만8,000달러(약 5,400만원)에 달한다는 내용의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 속 중국 공장 관계자는 유창한 영어로 가방 제작에 필요한 가죽과 각종 부자재 등의 원가를 각각 상세히 설명하면서 버킨백 가격의 90%는 '에르메스 로고 값'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틱톡 인플루언서는 "미국에서 100달러 이상에 판매되는 룰루레몬 요가 레깅스가 중국 공장에서 사실 5∼6달러에 만들어진다"면서 "자재와 장인 정신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고 폭로했다. 이에 룰루레몬 측은 "중국 본토에서 생산되는 완제품은 3%에 불과하다"면서 "정품 레깅스는 룰루레몬 매장과 공식 웹사이트 등에서만 구매할 수 있다"고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 가치' 훼손 우려

시장에서는 이들 영상의 확산이 미·중 무역 갈등에서 기인한 여론전의 일환이라는 평이 나온다. 중국 측이 관세 전쟁으로 인해 물가 폭등의 직격탄을 맞게 된 미국 소비자들을 '저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현재 확산하고 있는 영상들은 서방 명품 브랜드 제품들이 중국에서 저가에 제조되고 있지만, 브랜드값 때문에 판매가가 폭등했으니 중국에서 직접 구매하라는 홍보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다"며 "단순 마케팅을 넘어 대중(對中) 고율 관세로 인해 미국에 돌아갈 피해를 조롱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영상의 확산은 명품업계에 있어 거대한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껏 명품 브랜드들은 불황 속에서도 꿋꿋이 가격을 올리며 실적을 보호해 왔다. 이런 흐름은 우리나라 시장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샤넬은 지난 1월 일부 대표 제품의 국내 판매가를 평균 2.5% 올렸고, 에르메스도 같은 기간 핸드백 가격을 10% 상향 조정했다. 루이비통도 같은 달 일부 제품 국내 판매가를 최대 13% 올렸고, 지난 15일 일부 가방 제품 가격을 평균 3%가량 재차 인상했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들이 과감하게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것은 강력한 브랜드 가치가 가격 인상 부담을 상쇄해 주기 때문이다. 실제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1월, 3월, 8월 등 세 차례에 걸쳐 가격을 인상했음에도 불구, 전년 대비 8.3% 증가한 1조8,44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2회 가격 인상을 단행한 에르메스코리아(2024년 매출액 9,643억원)와 루이비통코리아(1조7,484억원)의 매출액도 전년 대비 각각 21%, 5.9% 늘었다.

명품업계 덮친 불황의 그림자

문제는 명품 제품의 '원가'에 신경을 쓰는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이 같은 판매 전략이 힘을 잃게 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 전략은 '살 사람은 어차피 산다'는 특유의 자신감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제조 원가가 만천하에 공개되며 이미지가 훼손되면 브랜드 가치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늘고, '기꺼이' 비싼 값을 내던 소비자들이 이탈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국의 여론전으로 인해 명품업계 불황이 한층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해외에서는 명품 시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은 올해 전 세계 럭셔리 부문 매출이 2%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이전의 '5% 성장' 전망을 뒤집은 것이다. 번스타인의 분석가 루카 솔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겨냥해 "변덕스러운 정책 발표로 인해 금융 시장과 경제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이는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는 연간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개인 명품 시장 규모가 3,630억 유로(약 538조원)에 머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 감소한 수준이다. 베인앤드컴퍼니의 파트너 페데리카 레바토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08~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팬데믹을 제외하고 개인 명품 산업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약 4억 명에 달하던 명품 소비자층이 지난 2년간 5,000만 명 감소했다"고 짚었다.

증권가에서도 부정적인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일 도이치뱅크는 올해 명품 업종의 매출 성장률 전망을 기존 대비 3%p 낮춘 2%로 수정했다. 리치몬트와 케링에 대한 투자 의견은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됐고, 목표주가도 함께 미끄러졌다. LVMH와 몽클레르·제냐·버버리의 목표가도 10~30%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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