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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글로벌 무역 전쟁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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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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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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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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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진영 따라 ‘무역 재편’
서방 진영 1순위 과제, “핵심 분야 중국 의존도 줄이기”
무차별적 보호무역은 “답 아냐”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정학적 갈등 속에 글로벌 무역은 그야말로 격변을 겪고 있다. 오래된 관계가 무너지고 새롭게 세워지는 무역 장벽은 국가 간 거래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유럽중앙은행 시스템(European System of Central Banks, 유럽중앙은행과 유럽연합 회원국 중앙은행을 포함하는 네트워크, 이하 ESCB)은 극단적 보호무역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냉철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유럽연합(EU) 기구들과 중앙은행, 국제기구 간의 긴밀한 협력도 주문하고 있다.

사진=CEPR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디커플링’ 본격화

지정학 쇼크로 인해 서구 경제권과 중국을 양극으로 한 무역 분야 디커플링(decoupling)이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특히 첨단 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중국 수입 의존도를 줄이는 일은 서구 경제권의 1순위 과제다. 그러나 친환경 전환을 위한 필수 산업을 포함,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분야에서 의존도를 줄여 나가는 일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ESCB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와의 무역 관계 단절을 거의 완료한 EU에게 중국과의 관계 정리는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다. 여기에 제3국을 통한 우회 무역을 고려하면 디커플링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도 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2018년 대중 무역 분쟁이 격화하자마자 중국과의 간접 무역이 시작된 미국에 비해 EU의 대중국 우회 무역은 비교적 최근이고 물량도 적은 편이다.

지정학적 진영에 따른 무역 재편 현황
주: 미국 중심 진영 수입 비중 변화(%P)(좌측), 중국 중심 진영 수입 비중 변화(%P)(우측), 진영 내(청색), 중립(노랑), 반대 진영(주황), 러시아에서 유럽연합(RU to EU), 중국에서 미국(CN to US), 아시아에서 중국(Asia to CN), 유럽연합에서 러시아(EU to RU), 기타(Others)/출처=CEPR

최대 리스크는 ‘핵심 분야 중국 의존’

코로나19 팬데믹과 공급망 붕괴를 포함한 최근 사건들은 한정된 해외 공급망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지 잘 보여줬다. ESCB에 따르면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제조업체의 17~34%가 대체가 어려운 투입물들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서 갑작스러운 공급망 와해는 전기 장비, 화학 물질, 금속, 전자, 기계 등 핵심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보고서는 유로존 5개국(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스페인)을 대상으로 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통해 중국 중심 공급망에 의존하는 핵심 자원이 50% 줄 경우의 경제적 피해 규모를 추산한 바 있다. 가장 피해가 큰 산업은 전기 장비 분야로 부가 가치 감소(value-added declines, 특정 산업이 전체 경제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의 감소) 중간값이 7%에 달해 전체 산업 중간값인 3%의 두 배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망 붕괴가 특정 산업 및 지역에 불균형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중국 및 동맹국 핵심 수입품 50% 감소에 따른 부가가치 영향(EU)
주: 전기 장비, 화학 물질, 금속, 컴퓨터 및 전자제품, 기계 및 장비, 자동차, 섬유, 고무 및 플라스틱, 의류, 가죽 및 기타(위부터), 중간값(청색)/출처=CEPR

‘높은 수준 디커플링’ 일어나면 글로벌 GDP 6% 감소

ESCB는 급증하는 무역 제재가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경우의 수로 나눠 분석했는데, 만약 반도체 및 첨단 기술 등 전략 산업 분야에만 디커플링이 일어난다고 가정하면 글로벌 GDP 손실은 6%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무역 전 분야가 영향을 받는 극단적 상황이 일어난다면 부정적 영향은 9%까지 늘어난다. 미국과 EU 등 선진 경제권은 무역 규제 수위에 따라 GDP 손실 규모가 2%에서 9.5% 사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경우는 높은 수출 의존도로 인해 피해가 훨씬 더 클 것이다.

무역 파편화로 인한 GDP 영향
주: 글로벌 실질 GDP 영향(좌측), 주요 경제권 영향(우측), 단기 영향(Baseline effects), 장기 영향(Capital accumulation channel), 디커플링 정도 낮음(Mild decoupling), 디커플링 정도 중간(Selective decoupling), 디커플링 정도 높음(Severe decoupling), 유럽연합(EU), 미국(United States), 중국(China)/출처=CEPR

보고서는 또한 특정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무역 장벽만으로 온전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제3국을 통한 우회 무역량이 만만치 않아 현재의 무역 관계를 뿌리 뽑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역 분쟁, ‘장기간의 인플레이션’ 초래

무역 파편화로 인한 당면한 위험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이다. 무역망 붕괴로 심각한 공급 차질이 더 자주 일어나며 장기간의 물가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주요 무역망 와해가 일어나면 발생 첫 해 인플레이션이 4%P까지 추가로 증가하고 안정까지 여러 해가 걸릴 가능성이 있다. 장기간 지속되는 인플레이션을 해결하기 위한 중앙은행들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전략적으로 이용한 것처럼 강대국들이 지정학적 주도권을 위해 무역을 무기로 삼는 행위는 인플레이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글로벌 무역이 제공하는 다변화의 장점이 사라지고 공급망이 지역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지역 갈등에 따른 취약성도 따라서 증가하기 때문이다.

무역 파편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 및 물가 영향
주: 글로벌 공급 변동성(좌측), 과거 수준 총요소생산성 쇼크 가정(Counterfactual scenario with historical TFP shocks), 과거 수준 이상 총요소생산성 쇼크 가정(Counterfactual scenario with alternative TFP shocks), 글로벌(Global), 서방 진영(West), 중국 진영(East), 중립(Neutral) / 글로벌 투입물 가격 변동 분포 곡선(연간 증가율, 우측), 디커플링 없음(청색), 높은 수준의 디커플링(노랑)/출처=CEPR

무차별적 보호무역은 “금물”

상기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ESCB가 가정 먼저 강조하는 것은 포괄적, 무차별적 보호무역은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전략적이고 데이터에 기반한 접근을 통해 핵심 공급망에 존재하는 위험 요소부터 해결해야 한다. 무역 파편화로 인한 위험은 산업과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범용의 해법이 존재할 수 없고 사안별로 맞춤형 정책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오랜 세월 동안 복잡해진 무역 관계를 고려할 때 정부는 정보 수집과 국제 협력을 통해 취약한 공급망을 우선 감지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각국 중앙은행은 과거의 총량적 무역 정보로 현재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반도체 및 원자재 등 핵심 산업별로 세분화된 무역 흐름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기적인 기업 설문조사 등 정보 취득을 통해 공급망 위협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예측 모델을 개선하고 새로운 리스크 평가 방법을 개발하는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글로벌 무역이 지정학적 진영 중심으로 재편되며 EU는 중대한 기로에 놓였다. 정책 당국은 특정 공급망 의존도를 줄여가는 동시에 자유 무역의 이점을 최대한 유지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경제적 혼란을 최소화하며 자생력을 키우는 작업은 전략적이고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방안을 그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한다.

EU는 기업 수준까지 포괄하는 강력한 정보 수집 체계를 마련해 현실을 반영한 세밀한 무역 분석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EU 회원국과 중앙은행, 국제기구 간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원문의 저자는 마리아 그라치아 아티나시(Maria Grazia Attinasi) 유럽중앙은행 부총재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rade wars and fragmentation: Insights from a new ESCB report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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