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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가격 뛰는데" 美, 韓에 매월 1억 개 달걀 수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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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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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달라지는 세상과 발을 맞춰 걸어가고 있습니다.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 관성보다는 호기심에 마음을 쏟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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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달걀값, 한 달 만에 11.4% 껑충
'에그플레이션' 시달리는 미국, 韓에 달걀 대량 수출 요청
안전장치 없이 수출하면 국내 물가 치솟을 가능성 커

한국의 달걀 가격이 한 달 새 1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심리 악화로 저렴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데다, 미국으로의 달걀 수출량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미국으로의 달걀 수출량이 더 확대되면 달걀 가격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치솟는 달걀값

25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특란 30구 평균 도매가격은 지난 21일 기준 5,193원으로 한 달 전(4,660원) 대비 11.4% 상승했다. 소비 심리가 전반적으로 악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달걀의 수요가 증가한 결과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대형마트 달걀 매출과 판매량은 각각 7.4%, 5.4% 증가했다. 이에 더해 개학 등 시기적 요인도 달걀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는 향후 미국에 대한 달걀 수출이 본격화하면 추가 가격 상승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미국 측은 우리나라에 올 연말까지 매월 최대 컨테이너 300개(약 1억 알) 분량의 달걀 수출을 요청했다. 이는 국내 월평균 생산량의 15분의 1 수준이다. 산란업계는 월 1억 개의 달걀이 미국으로 수출되면 국내 달걀값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판단, 월 최대 250만 알로 수출을 제한할 예정이다.

美 휩쓴 '에그플레이션'

미국이 적극적으로 달걀 수입을 늘리는 것은 최근 미국 내 달걀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 소비자물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월 A등급 달걀 12알의 평균 소매가격은 5.9달러(약 8,650원, 1개당 720원)였다. 이는 사상 최고치이자, 지난해 2월 대비 2배 이상 비싼 수준이다. 일부 지역에선 같은 조건의 달걀이 10달러(1만4,500원)에 판매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에그플레이션(egg+inflation)'이 발생한 배경에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최근 수년간 미국 가금류 떼 사이에서 매섭게 유행해 왔다. 유행이 본격화한 2022년 이후 살처분 등으로 인해 죽은 산란계는 1억6,600만 마리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미국의 상황을 고려하면 1억 개라는 요구를 이해하지 못할 것은 없다는 평이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미국 달걀의 가파른 가격 상승세와 달걀 소비량을 감안하면 1억 개도 부족할 것"이라며 "달걀을 수입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산란계 방역 리스크를 감수하는 일인데, 애매한 양을 수입하면 없느니만 못하다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2022년 달걀값을 잡기 위해 스페인에서 121만 개의 달걀을 수입했다가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우리나라의 1일 달걀 소비량은 4,500만여 개 수준이었다.

튀르키예, 달걀 '수출세' 도입

다만 일각에서는 대규모 달걀 수출이 우리나라 물가 상황을 좌우할 수 있는 일인 만큼, 정부가 우리나라와 함께 미국으로의 달걀 수출을 늘리는 튀르키예의 사례를 참고해 '손익'을 철저히 계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달 튀르키예 달걀 생산자 중앙연합 이브라힘 아피온 회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컨테이너 700개에 해당하는 총 3,300만 파운드(1만5,000톤)의 달걀이 선적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적은 2025년 7월까지 계속될 양국 간 예비 계약의 일부”라면서 “수출은 필요한 승인을 받은 회원사를 통해 이뤄질 것이며, 두 회사가 프로세스를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튀르키예 당국이 현지 가격을 통제하기 위해 수출세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튀르키예에도 조류 인플루엔자가 돌고 있는 데다, 금식 기간인 라마단에는 오히려 해가 진 동안 영양가가 높은 달걀 요리를 먹는 것이 추천되기 때문에 꼭 달걀이 필요하다는 명분에서다. 우리나라가 대미 수출로 인한 국내 달걀값 상승을 막고, 거래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튀르키예와의 수출세와 유사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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