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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구 '두근두근 사하 브리지' 개최 결혼축하금 2천, 전세보증금 3천 지원 지방 '세금 퍼주기' 경쟁, 결국 도루묵

부산 사하구가 젊은 신혼부부를 지역에 정착시키기 위해 최대 6,400만원을 주는 파격 혜택 지원에 나섰다.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다. 앞선 정책들을 통해 돈만 푼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님이 판명났음에도 또다시 세금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 사하구판 '나는 솔로'
10일 사하구청에 따르면 사하구는 미혼남녀 만남 행사인 ‘두근두근 사하브릿지’를 열고 이를 통해 결혼하는 이들에게 파격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사하구는 올해 총 6차례의 만남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이달 23일까지 1·2회차 참가자를 모집한다. 1회차는 가덕도에서 24명이, 2회차는 을숙도에서 20명이 참가해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하구는 공공기관 종사자,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한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두근두근 사하브릿지는 저출산과 지방소멸 시대 위기 극복을 위한 인구정책의 한 방편이다. 지난해 시범 행사를 한 차례 개최해 총 7쌍을 탄생시켰으며 조만간 결혼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참가 자격은 1986~1996년생 미혼남녀로 남성은 사하구에 1년 이상 실제로 거주하거나 근무한 사람이며, 여성은 부산에서 1년 이상 거주하거나 근무한 사람이다.
참가자는 서류심사와 개별인터뷰를 거쳐 최종 선정된다. 행사 후 커플이 성사되면 1인당 50만원의 데이트 비용이 지원된다. 결혼으로 이어질 경우 상견례비용을 커플당 100만원 지원한다. 아울러 3년간 공공기관 주차장 이용요금을 50% 할인해 주고 문화예술이용요금도 지원한다. 소득에 따라 결혼축하금, 주거비, 출산축하금, 여행지원금 등도 차등 지급된다. 기준중위소득 120% 이하 커플에게는 커플당 결혼축하금 2,000만원, 전세보증금 3,000만원, 출산축하금 1회 300만원, 여행지원금 1,000만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돈만으로 해결 안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세금 퍼주기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앞서 2012년 전남 해남군은 자녀를 낳을 때 지급하는 출산장려금(첫째 기준)을 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6배로 높였다. 지역의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선 것이다. 효력은 즉각 나타났다. 2010년 1.66명, 2011년 1.52명이던 해남의 합계출산율 2012년 2.47명으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주변 지방자치단체에서 비슷한 정책을 들고나오면서 출산율이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통계청 출생통계에 따르면 해남의 출산율은 2018년부터 가파르게 하락했다. 2017년 2.10명이던 출산율은 2020년 1.67명으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전남 영광군의 출산율은 1.54명에서 2.46명으로 급등했다. 영광군이 이 무렵 각종 지원금을 대폭 증액한 영향이다. 영광은 작년까지 5년간 출산율 전국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전국 각지에서 일어났다. 경북에선 영덕군이 2016년 두 자녀 가정에 약 1,800만원의 지원금을 주며 그해 1.23명이던 출산율을 이듬해 1.63명으로 끌어올렸고, 강원에선 젊은 군인 부부 대상 지원책을 쏟아낸 인제가 2016년 출산율을 2.16명까지 높였다.
그러나 해남과 마찬가지로 이들 지역의 출산율 제고 효과는 지속되지 못했다. 출산율 1위인 영광만 해도 지난해 출산율이 1.65명까지 낮아졌고, 인제는 출산율이 1.38명, 영덕은 0.87명으로 떨어졌다. 이와 관련해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자체 출산수당은 주변에 흩어져 있던 임신부를 일시적으로 모으는 효과에 그칠 뿐”이라며 “수당으로 출산율을 높인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지방 인구 3년새 48만 명 줄었는데, 아산·세종은 6만 명 늘어
전문가들은 기초지자체 단위의 출혈 경쟁이 아닌 일자리 확충 등 지방 거점 육성에 집중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비수도권은 수도권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하다. 더군다나 지방은 기대 소득뿐만 아니라 생활 인프라 수준도 수도권과 비교해서 낮은 상황이라, 청년들은 학업과 일자리를 위해 수도권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지방은 생산가능인구와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고, 생산과 소비도 줄어들고 있다. 이는 산업·교육·교통·의료 등의 양과 질 저하로 이어지고 지방 재정을 악화시킨다. 비수도권과 수도권 간 격차를 확대하는 악순환의 배경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난 2022년부터 10년간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매년 1조원 투입하고, 국고보조사업 혜택을 부여하는 등 집중적인 행정·재정적 지원을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방 소멸을 늦추려면 단기적인 결혼·출산 장려 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꾸준히 펼쳐야 한다고 제언한다. 단순한 결혼·출산율 반등만이 아닌, 지속 가능한 인구 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자리가 대부분 지방 도시의 인구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음에도 대기업과 산업단지가 대거 들어서 있는 아산과 정부 기관이 몰려있는 세종은 오히려 인구가 늘었다. 세종은 2020년 이후 3만694명이 늘었고 아산은 2만9,667명이 증가했다. 이들 두 지역은 전국 시 단위 지역 인구 증가 순위에서 상위 10개 순위 내에 비수도권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아산은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충남에서 유일하게 15년째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세종도 2012년 이래 가파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