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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후 대미 로비자금 증가 집권 1기에는 로비스트 증가세 전환 실세 등극한 측근도 이해 충돌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2기를 맞아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의 주요 로비 업체들과 추가 계약을 체결하면서 대미 로비 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집권 1기 시절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국정 운영에 대응해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로비 자금을 대폭 늘리면서 미국 내 로비스트 수가 증가하고 몸값도 덩달아 상승했다. 여기에 최근 기업인 출신과 친족이 실세로 부상하는 인맥 정치 논란까지 재연되면서 향후 대미 로비 활동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국, 트럼프 2기 출범 대비해 로비업체 추가 계약
6일 미 정치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를 맞아 일본 등 주요국과 기업들이 대미 로비 지출이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지난해 11월 이후 주미일본대사관은 로비와 자문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회사 3곳과 새로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새롭게 추가된 기업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로비 업체 발라드 파트너스(Ballard Partners)가 포함됐는데 이 회사의 브라이언 발라드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30년 가까이 교류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써 주미일본대사관이 계약한 로비 기업은 총 20개사가 됐다.
같은 시기 한국 정부도 미국 로비업체 로비업체 머큐리 퍼블릭 어페어스(Mercury Public Affairs)와 계약을 체결했다. 머큐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혀 온 수지 와일스가 몸담았던 기업으로 그는 현재 백악관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미 법무부 공시에 따르면 머큐리는 주미한국대사관에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대비해 경제 정책의 의제 발굴과 계획 수립에 대한 자문을 제공했다. 구체적으로는 대사관 지도부가 미 정부와 원활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정권 인수팀 관계자 및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이해관계자와의 접촉 기회를 마련하는 전략적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의 한 로비업체가 국내 재계 서열 5위 이내 대기업 총수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미 정부를 대상으로 한 로비 계약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대미 수출 관세 인하와 무역 절차 간소화 등을 지원하는 로비 활동의 대가로 1억 달러(약 1,450억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총수들이 미국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트럼프 대통령의 마러라고 사저를 비롯해 그가 자주 찾는 인터내셔널 골프장 등에 초청될 수 있도록 연결하고, 대통령 취임식과 만찬 등 주요 행사에도 참석할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기업들도 트럼프 리스크 방어 위해 로비 활동 확대
주요 기업들도 미 대선 단계부터 로비 자금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그룹이 지난해 상반기 미국 대관(對官) 활동에 354만 달러(약 51억원)를 투입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9% 증가한 규모로 미국에서 고용한 로비스트만 58명에 달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대선 기간 공화당에 베팅하며 많은 자금을 로비 활동에 투입했다. 정치자금을 감시하는 미국의 비영리 단체 오픈시크릿(OpenScrets)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미국법인은 지난해 로비 활동에 179만 달러를 지출했다. 고용한 로비스트는 37명으로 이 중 22명이 미국 의회와 직접 연관된 인사들이다.
현대차의 경쟁사인 일본 토요타는 현대차보다 2.7배 많은 490만 달러는 로비 자금으로 지출했다. 토요타는 미국이 강력한 무역 조치를 단행할 때마다 꾸준한 로비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해 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토요타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지출한 로비액은 연평균 646만 달러로 오바마 2기 대비 32% 증가했다. 2019년에는 역대 최대인 711만 달러를 투입했는데, 집권 2기가 시작되는 올해 사상 최대치 경신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이밖에 중국의 전기차 업체 BYD도 지난해 트럼프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로비 활동에 104만 달러를 지출했다.
미국에서는 국민의 청원권을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에 따라 로비 활동이 법적으로 허용된다. 특히 1995년 현대적인 로비 규제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미국을 움직이는 파워 그룹으로 자리 잡은 로비스트들은 다양한 이익집단을 대변하며 활발히 활동해 왔다. 현재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은 미 정부 핵심 인사와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거액을 들여 로비업체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미 법무부에 따르면 구글 등 빅테크를 비롯해 제약·보험·에너지·국방 등 다양한 분야의 대기업과 관련 단체들이 연간 2,000만 달러(약 289억원) 이상의 로비 자금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기에는 로비스트의 역할이 더욱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정 운영과 국제 관계에서 즉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전략을 내세우며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물들을 접촉하고 이들은 설득하기 위해 로비스트의 고용을 늘려왔고 이들의 몸값도 덩달아 상승했다.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 로비스트 수는 1만1,400명을 기록하며 10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이후 꾸준히 증가해 퇴임 직전인 2020년에는 1만2,000명까지 늘어났다.
집권 1기 이어 2기도 인맥 정치·이해 충돌 논란 키워
'인맥 정치'도 로비 활동 증가에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 관료 시스템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 정권 인수위원회 단계부터 기업인 출신 로비스트를 주요 보직에 대거 기용했다. 버라이즌 등 통신업계에서 활동한 제프리 아이저나크, 글로벌 에너지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마이클 카탄자로, 식품업계 로비 회사를 운영하는 마이클 토리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워싱턴의 오물 빼기'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정작 그가 '오물'이라고 지칭했던 로비스트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가족들의 인수위 참여도 논란을 불렀다. 16명의 인수위 집행위원회에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를 비롯해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장남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 에릭까지 4명의 가족이 포함됐다. 이들은 경선 때부터 캠프 안팎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며 '실세' 또는 '비선'이라고 평가받았다. 이듬해인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선임고문직을 신설하고 그 자리에 이방카와 쿠슈너를 임명했을 때도 친족 채용 논란이 불거졌지만, 미 법무부는 친족 채용이 금지된 행정부와 달리 백악관 참모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재량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그러나 인맥 정치에 대한 논란은 공직자 이해 충돌의 이슈로 이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파워 브로커'로 불렸던 이방카와 쿠슈너는 백악관 보좌진으로 재직하는 동안 이해 충돌 논란을 피하고자 정부의 급여를 받지 않았지만, 이 기간 자신들의 부동산 회사를 계속 보유·운영하며 6억4,000만 달러의 외부 수입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쿠슈너는 IT 스타트업 캐드리(Cadre)의 지분 보유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데다 백악관 재직 기간 중 그가 지분을 소유한 회사가 20개 이상의 금융기관으로부터 10억 달러 이상의 대출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커졌다.
트럼프 집권 2기에는 정계를 떠난 이방카와 쿠슈너를 대신해 트럼프 그룹의 수석부회장인 트럼프 주니어와 부사장인 에릭이 새로운 실세로 부상했다. 다만 이들은 집권 1기와 달리 공직이나 선출직에 나서지 않고 막후에서 대통령의 정치 활동을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업인으로는 정부효율부(DOGE) 수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대통령의 퍼스트 버디'로 불리며 정부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2인자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테슬라·스페이스X 등이 재정적 이익을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이해 충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