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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규제 완화 기대감에 가상자산 시장 ‘맑음’
대표 게임 코인 위믹스는 전월 대비 27%↓
“확률형 아이템과 결합 시 사행성 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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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금융 정책 변화에 따른 기대감이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업계를 뒤덮은 가운데, 유독 게임 관련 암호화폐들은 부진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게임 플레이를 통해 암호화폐를 획득하는, 이른바 ‘P2E(Play to Earn)’를 둘러싼 사행성 우려가 끊이지 않으면서 일부 게임사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활로를 찾아 나서고 있다.
한 달 사이 ‘반토막’ 난 게임 코인
10일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위믹스는 1,022원에 거래되고 있다. 오전 9시(1,009원) 대비 약 1.2% 오른 가격이지만, 여전히 지난달 기록한 1,400원대와 비교하면 27%가량 하락한 수준이다. 국내 게임 제작사 위메이드가 자체 발행한 위믹스는 대표적인 게임 관련 암호화폐로 꼽힌다.
다른 게임 관련 코인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넷마블이 발행하는 마브렉스는 지난달 말 720원대에 거래된 후 현재 40%가량 하락한 430원대를 나타내고 있으며, 컴투스가 발행하는 엑스플라 역시 지난달 고점(142원) 대비 약 35% 미끄러진 92원대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카카오게임즈와 연계된 보라 코인은 지난해 12월 기록한 288원과 비교해 절반이 빠진 140원대를 기록 중이다.
반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화폐 가격은 꾸준한 강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1억3,000만원대에서 출발한 비트코인 가격은 1억6,000만원대를 찍은 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1억4,000만원대 후반에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이더리움 또한 400만원 선을 오가고 있으며, 이더리움의 라이벌 코인으로 불리는 솔라나는 30만원대를 유지 중이다.
투자업계는 미국의 정책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금융 규제에 따라 가상화폐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 또한 달라지는 만큼 미국의 규제 완화가 가상화폐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미국을 암호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등 친(親)가상화폐 기조를 보여 왔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각)에는 대통령 취임 후 사흘 만에 암호화폐 정책 자문 실무 그룹을 신설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행보가 국내 블록체인 P2E 게임까지 영향을 미치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국의 경우 금융 규제 외에도 ‘게임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명시한 사행성 조장 행위 및 게임물 금지 조항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파이브스타즈’,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 등 몇몇 P2E 게임의 등급 분류를 취소, 거부한 바 있다. 각 게임사는 즉각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 나섰으나, 서울행정법원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손을 들어줬다.
규제 완화 검토에 업계 ‘반색’
국내에서 P2E 게임 규제 완화를 위한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3년 상반기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은 △NFT 활용 P2E 게임 문제점 및 선결과제 파급효과 △서버 기술, 블록체인 기술 등 게임기술 발전 관련 이슈 △인력 양성, 중소개발사 인력 수급 △게임제작 역량강화와 수출지원 △게임 이용자 보호 △청소년 보호 및 사행성과 과몰입 및 중독 등을 검토하는 ‘게임산업 규제 개선 및 진흥 방안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P2E 게임 규제 해소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NFT와 블록체인을 접목한 웹3 게임이 글로벌 게임시장의 주축으로 주목받는 만큼 국내 게임 산업도 이에 발맞춰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게 게임 업계의 주장이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NFT, P2E 등 키워드는 이제 일부 지역이 아닌 전 세계적 관심사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짚으며 “정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NFT와 P2E 시장에서 국내 게임산업이 주도권을 쥘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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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등 부정적 영향에 무게
다만 정부는 여전히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P2E 게임이 확률형 아이템 등과 결합할 경우,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은 물론 이용자들의 과몰입 및 중독 또한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역시 “P2E 게임이 지닌 사행성은 종국에는 국내 게임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게임사는 규제가 느슨하거나 P2E 게임을 합법으로 규정한 국가에 진출하는 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위메이드는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MMORPG) ‘미르4’를 170여 개국에 서비스 중이며, 미르4의 흥행을 확인한 카카오프렌즈, 넷마블 등이 해외 진출 행렬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싱가포르와 일본은 정부 승인을 받은 가상자산 위주로 P2E 게임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나 남아프리카 국가들 또한 P2E를 합법으로 규정했다. 특히 일부 개발도상국의 경우 화폐 유동성이 큰 탓에 자국 통화보다 가상화폐가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높아 P2E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댑레이더에 따르면 글로벌 P2E 게임 시장 규모는 오는 2028년 28억4,510만 달러(약 4조1,3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