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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노선 따르는 伊 극우정당 의원들, WHO 탈퇴 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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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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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유엔에 WHO 탈퇴 통보
이탈리아 정부도 WHO 탈퇴 추진
“WHO가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 규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세계보건기구(WHO)를 탈퇴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이탈리아에서도 연정의 한 축인 극우 정당 동맹(Lega)을 중심으로 탈퇴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앞으로 더 많은 국가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탈리아, WHO 탈퇴 움직임

24일(이하 현지시각) 이탈리아 안사(ANSA)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동맹 소속의 클라우디오 보르기 상원의원, 알베르토 바냐 하원의원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WHO 탈퇴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WHO가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며 “1억 유로(약 1,503억원)에 이르는 이탈리아의 기여금이 국민 건강 서비스, 미국과 프로젝트 등에 더 잘 쓰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의원은 연정의 다른 두 축인 이탈리아형제들(FdI), 전진이탈리아(FI)가 “이 법안을 지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도미노 효과가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식을 마치고 곧바로 WHO에서 미국이 탈퇴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WHO가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해 잘못된 대응을 하고 시급히 필요한 개혁을 하지 않고 있다”며 “WHO가 중국에는 적은 비용만 부담하게 하고 미국에는 불공평하고 부담스러운 비용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맹의 이번 WHO 탈퇴 법안 발의는 정치적 목적이 다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동맹은 연정을 구성한 이후 주요 지지층이 이탈리아형제들로 이동하며 지지율이 한 자릿수대로 추락했다. 이 같은 지지율 하락 속에서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Matteo Salvini)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은 더 극우적인 포지션을 부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노선을 따르려는 모습이다.

일대일로 탈퇴 등 중국과 단계적 이별도

현재 강경 우파 성향의 연정은 상·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우파 연정을 통해 집권한 조르자 멜로니(Giorgia Meloni) 총리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동시에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한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국이었던 이탈리아가 중국 측에 일대일로 탈퇴를 공식 통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2023년 초 이탈리아는 이듬해인 2024년 3월 만료되는 일대일로 협정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중국 정부에 공식 서한으로 전달했다. 이탈리아는 중국에 민감한 기술과 중요 인프라에 대한 통제를 허용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와 경고에도 중국과 일대일로 협정을 맺었지만, 불과 4년여 만에 협정 탈퇴를 결정한 것이다. 양측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탈퇴는 2022년 10월 멜로니 총리 취임과 함께 이미 예견돼 왔다는 게 중론이다. 멜로니 총리는 취임 당시 “일대일로에 참여한 것은 실수”라며 탈퇴를 시사한 바 있다.

이탈리아가 중국과의 관계 악화 가능성을 감수하고 일대일로 탈퇴를 결정한 데는 경제적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가장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탈리아 외무부에 따르면 2022년 이탈리의 대중국 수출액은 165억 유로(약 24조8,000억원)에 그쳤지만, 프랑스와 독일의 수출액은 각각 230억 유로와 1,070억 유로(약 160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협정을 체결한 2019년의 대중국 수출액이 약 130억 유로(약 19조5,000억원)였던 점을 고려하면 일대일로 참여 이후에도 대중국 수출에 큰 변화는 없었던 셈이다.

美·伊의 WHO 탈퇴, 중국의 기회 되나

한편 국제사회에서는 미국과 이탈리아의 WHO 탈퇴가 중국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WHO 기능은 오로지 강화돼야 하지 약화돼선 안 된다”며 “중국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WHO의 의무 수행을 지원하고, 국제 공중보건 협력을 심화하고, 글로벌 보건관리를 강화하고, 인류보건공동체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궈 대변인을 발언을 두고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중국은 세계적 과제에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하며, WHO 참여 중단을 선언하고 획기적인 기후 협정에서도 두 번째로 탈퇴한 미국과 대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공중보건 분야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지위를 대체하기 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비등하다. 2023년 WHO 재정의 20%가량이 미국 정부에서 나왔다. 반면 중국의 예산 기여는 2024~2025년 기준 0.35%에 불과하다. 이는 이탈리아보다도 적은 수치라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적했다.

팡중잉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샤크 연구소 객원수석연구원은 “중국은 WHO에 대한 기여금을 늘릴 수 있지만, 미국이 남긴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중국 경제의 어려움으로 국제기구 기여가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WHO는 당분간 WHO 재정의 두 번째 큰 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등 미국 민간의 힘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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