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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규제 완화로 1캔당 825원 인하 효과, 맥주 브랜드도 4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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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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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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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경쟁제 한적 규제 개선 효과 분석 결과’ 발표
수제 맥주 브랜드, 규제 완화로 81에서 318개로 늘어
면세점 주류 독점사업권 폐지 후 가격 인상 제한 효과

정부가 2018년 수제 맥주를 생산하는 중·소규모 맥주 사업자의 생산·유통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결과, 관련 점유율과 매출액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규제 완화 조치가 시행된 직후인 2018년 이후부터 5년간 맥주 제조사는 2.5배, 맥주 브랜드는 4배로 증가해 시장의 다양성이 확대되면서 소비자 선택권과 후생이 증대됐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면세점 주류 판매 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로 수제 맥주 가격의 인상률이 낮아지고 인상 횟수도 절반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규제 철폐로 수제 맥주 제조사 늘고 점유율 확대

2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마트·편의점 등 주요 유통채널의 7,673개 맥주 데이터를 활용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규제 철폐의 효과를 정략적 수치로 산출한 '경쟁 제한적 규제 개선 효과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공정위가 규제 개선의 효과를 실증적으로 평가한 첫 사례다. 정부는 지난 2018년 소규모 맥주 사업자의 소매점 판매를 허용하고, 대기업의 유휴시설을 이용한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주류의 OEM(주문자상표부착 위탁생산)을 허용했다. 또 조세 부과 기준도 종가세(가격)에서 종량세(생산량)로 바꿔 중소 맥주 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규제 철폐 이후 국내 맥주 시장은 크게 변화했다. 맥주 제조사 수는 규제 시행 직후인 2019년 33개에서 2023년 81개로 5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국산 수제 맥주의 시장점유율도 2019년 0.2%에서 2022년 2.8%로 10배 이상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 맥주는 2022년까지 감소세를 이어오다 2023년 소폭 증가했다. 특히 수입 맥주 점유율이 높은 대형마트와 편의점 채널에서 수제 맥주의 매출 비중이 2019년 0.18%에서 2022년 5.3%로 크게 확대됐다.

소비자의 선택권도 많아졌다. 맥주 브랜드 수는 2019년 81개에서 2023년 318개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형마트 입점 브랜드는 같은 기간 60개에서 147개로, 편의점은 30개에서 160개로 각각 늘어났다.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는 효과도 나타났다. 시중에 판매되는 5종의 수제 맥주 가격을 살펴본 결과, 한 맥주 브랜드의 가격은 2019년 1분기 3,524원에서 2023년 1분기 2,854원으로 19.0% 하락했고 또 다른 브랜드는 같은 기간 3,780원에서 2,765원으로 26.9% 떨어졌다.

캔맥주 시장 다양성 확대로 소비자 후생 개선

공정위는 규제 개선이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실증적으로 입증했다. 규제 개선 전후 변화가 가장 큰 캔맥주 시장을 분리해 소비자 잉여 변화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공정위는 두 가지 가상 시나리오를 설정, 수제 맥주 제조사의 시장 참여 확대에 따른 효과를 산출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국내 수제 맥주 제조사들이 업계 1위인 오비맥주에 합병되는 상황으로, 이 경우 시장 경쟁이 제한돼 2023년 기준 수제 맥주 가격이 1ml당 약 3.59%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수제 맥주 제조사가 모두 시장에서 철수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 경우 시장의 다양성이 줄어들어 소비자 후생 수준이 급격히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결과, 수제 맥주가 시장에서 퇴출당하기 전의 소비자 후생 수준을 유지하려면 500ml 캔맥주 한 캔당 약 135원(2019년 기준)의 가치를 보상해야 하며, 이 수치는 2023년 825원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규제 완화로 시장 다양성이 증대함에 따라 소비자 후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또한 공정위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주류 판매업에 2015년부터 복수업체가 선정된 정책 효과도 분석했다. 공정위는 2012년 기획재정부에 면세점 주류 판매업에 대한 독점사업권 폐지를 권고했고 2015년 이후부터 5개 업체가 면세점에서 주류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가격 인상 빈도와 인상률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을 전후로 3개년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가격 인상 횟수는 38회에서 18회로 줄었고, 평균 가격 인상률도 9.4%에서 3.8%로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오비맥주의 수제 맥주 브랜드 '코리아 브루어스 콜렉티브(KBC)의 출시 제품/사진=오비맥주

수제 맥주 시장, 규제 완화에도 침체기 접어들어

다만 수제 맥주 시장은 여전히 침체기에 머무르며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때 수제 맥주 시장의 활황을 이끌었던 더부스(THE BOOTH)는 사업이 크게 기울면서 점포 수가 9개에서 2개로 줄었고 경기도에 위치한 양조장도 문을 닫았다. 이 외에도 수제 맥주 붐을 일으킨 많은 기업이 경영난에 직면해 폐업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 제주맥주와 세븐브로이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자 매각이나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오비맥주는 2021년 수제 맥주 전문 브랜드인 '코리아 브루어스 콜렉티브(KBC)'를 론칭했지만, 수제 맥주의 인기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올해 초 해당 조직을 해체했다. 롯데칠성도 2021년 일부 공장을 수제 맥주 전용 공장으로 탈바꿈시켰으나, 수제 맥주를 찾는 소비자가 줄어들면서 사업을 중단했다. 수제 맥주 시장 자체의 부진도 장기화하고 있다.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은 2021년 사상 최대인 1,5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현재는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

수제 맥주 시장의 침체 원인으로는 공급 과잉이 꼽힌다. 일례로 지난 2020년, 곰표 맥주가 큰 인기를 끌면서 수많은 협업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이들 제품은 수제 맥주 본연의 강점인 다양한 맛과 향보다는 브랜드 협업과 이색적인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면서 소비자들의 피로감을 초래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비슷한 맛의 제품들이 반복적으로 출시되는 것에 지쳤고, 이에 수제 맥주도 점차 외면을 받게 됐다.

주류 시장의 트렌드 변화도 수제 맥주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그간 국내 주류 시장은 와인, 위스키 등 다양한 주류가 인기를 끌다 시들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한때 수제 맥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았지만 와인, 위스키 등 다른 주류로 관심이 옮겨갔고 이후 와인, 위스키 등 다양한 주류가 인기를 끌다 하이볼이나 막걸리가 대세로 떠오른 상태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트렌드 변화가 예전보다 훨씬 빠르다"며, "현재 하이볼이나 막걸리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 역시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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