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포럼] 제재 속 견고해지는 ‘중-러 경제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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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러시아 ‘에너지 거래’ 증가 가격 할인 및 외화 획득 통해 ‘제재 대응’ 양국 필요성 강해 ‘협력 지속’ 예상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중국이 작년에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원유는 대략 200만 배럴에 달했는데, 이는 중국 전체 수주량의 1/5을 차지한다. 이러한 대량 거래가 가능한 원인은 할인율에 있다. 배럴당 10달러(약 14,000원)의 할인은 중국 정유업체 입장에서는 연간 80~100억 달러(약 11~14조원)의 비용 절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중국-러시아 ‘원유 및 천연가스 거래’ 증가
내수 침체를 맞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유럽 수출이 중단된 상황에서 외화 흐름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편이다. 신뢰나 우정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저렴한 가격과 서방의 압박 대응을 위한 파트너십인 셈이다.

주: *배럴당 가격에 따른 비용 절감
메커니즘은 명확하다. 러시아는 원유 수출 금지를 해결할 대규모 구매자가 필요하고, 중국은 글로벌 쇼크에서 경제를 보호해 줄 저렴한 에너지 공급원이 필요한 것이다. 양국 모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맞설 협상 카드가 필요하기도 하다. 글로벌 원유 가격이 오르든 제재가 강화되든 압박이 강해질수록 양국의 협력 필요성도 커진다.
따라서 중-러 협력은 원유를 넘어서고 있다. ‘파워 오브 시베리아’(Power of Siberia, 동부 시베리아에서 연해주와 중국으로 천연가스를 운송하는 파이프라인)와 ‘파워 오브 시베리아 2’(Power of Siberia 2, 향후 건설에 합의한 파이프라인)가 매년 1,000억㎥의 천연가스를 배달할 예정이다. 중국으로서는 가격 변동이 심한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 현물 시장에 기대지 않고 가격 안정성을 유지할 기회다. 이념보다는 냉정한 경제적 계산이 바닥에 깔려 있다.

주: 러시아 수입 가능량, 액화천연가스 수입량, 단위: 십억 세제곱미터
경제 제재 대응 위한 ‘실용적 협력’
이는 과거를 보면 알 수 있다. 관계 악화부터 국경 분쟁까지 양국의 불신은 역사적인 골이 깊다. 최근 양국이 ‘협력에 한계가 없다’(no limits)고 선언한 것은 차라리 ‘환상은 없다’(no illusions)라고 해석하는 것이 정확하다. 상대방이 위험 회피에 나서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중국이 유럽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의 개발도상국 그룹)와의 관계를 굳건히 유지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중국 의존 수위를 높이면서도 기존의 파트너십을 포기하지 않는다. 외부의 압박 앞에서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
이해관계의 충돌도 존재한다. 러시아가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동시에 북한은 양국 관계에 편리한 완충장치로 기능하기도 한다. 러시아가 북한에서 병력과 무기를 수입하는 동안 중국은 직접적인 개입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삼각관계 덕에 양국은 서방의 더 큰 제재를 피하면서 에너지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불균형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국은 러시아 공급망에 대한 의존성을 심화할 위험이 있고, 러시아는 ‘을’의 입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균형 역시 결함보다는 ‘조정’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압박이 강해진다면 양국은 에너지 가격과 물량, 경로를 조절할 것이다.
양국 관계 변동성 ‘대비 필요’
다소 멀어 보이겠지만 양국의 협력은 글로벌 교육에도 영향을 미친다. 에너지 가격이 학교 예산에 직접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달러(약 14,000원) 오르면 중국의 연간 에너지 비용 부담이 400억 달러(약 56조원) 증가한다. 에너지 시장을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학교들은 유동적인 에너지 계약과 재고 비축, 효율성 증대를 통해 대비해야 한다.
제재와 수출 통제도 대학에 영향을 준다. 첨단 컴퓨팅과 로봇, 민군 겸용(dual-use) 기술을 필요로 하는 교육 기관들은 인허가 및 공급망은 물론 규제 대상 거래처로 인한 제약에도 묶일 수 있다. 규제 준수를 위한 대비가 필요한 이유다. 한편 이번 사태를 통해 학생들은 배럴당 몇 달러 수준의 에너지 가격 변동이 지역 교육 상황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중러 파트너십은 쉽게 붕괴하기보다는 점진적인 조정을 거칠 것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변화가 필요할 경우 신규 파이프라인과 결제 시스템이 도입되고 자국에서의 에너지 정책 변경이 동반될 것이다. 그 사이 글로벌 운송 보험료 및 유럽 에너지 가격 변동은 전 세계에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거래를 통해 러시아는 시간과 현금을 벌고, 중국은 안정과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거래 비용에 변화가 생길 경우 파급력은 전 세계에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중-러 협약이 실용성을 바탕으로 외부 압력에 대응하는 목적이기 때문에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 세계는 이를 회피하기보다 변동성에 대비한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이 현명한 대처법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Price, Pressure, and the Classroom: Why the China-Russia Entente Endures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