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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 수입 늘고 중국산 수입은 줄어 중국 우회 수출 동남아 ‘미운털’ ‘공급망 투명성 입증’ 현안으로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5월 미국의 관세 수입은 무려 242억 달러(약 34조원)로 전년 대비 4배 증가했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물량은 43% 줄어들었다. 1946년 이후 한 번도 본 적 없는 관세율로 판단할 때 이는 중국에 대한 단순 보복 조치가 아니라 대치를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리고 중국 상품의 우회 경로로 알려진 동남아시아는 가장 쉬운 공격 대상이다.

미국 관세 수입, 전년 대비 4배 증가
따라서 이는 동남아시아(이하 동남아) 국가들에 정책 토론 거리가 아니라 예산 위기의 전조다. 미국이 받아 가는 한 달 치 관세면 대학교 두 개를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동남아 리더들은 무역 갈등을 지정학적 문제로 추상화할 여유가 없다. 말뿐인 외교에서 완벽한 투명성으로 선회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미국에 공급망 투명성을 입증해야 무역 시장과 교육 예산을 함께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럴듯한 친선 외교는 잊자. 트럼프 행정부에 최고의 호의를 보여주는 방법은 외교가 아닌 공급망 규정 준수임을 기억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을 손익 관점으로만 보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보조금처럼 보이는 항목은 모두 장부에 손실로 기록된다.
동남아, 미국 ‘공격 대상’
그리고 동남아 국가들은 취약성을 노출한 상황임을 잊으면 안 된다. 2023년 이후 중국 기업들은 700억 달러(약 96조원) 상당의 전자제품을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을 통해 우회 수출해 왔고 미국도 이를 인식해 규제 강화에 나섰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수출품에 30% 이상의 중국 부품이 포함돼 있으면 40%의 추징 관세 대상이 된다.
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베트남이 최근 미국과 체결한 무역 협정에 부품 원산지에 따른 단계별 관세 조항이 포함됐고 비슷한 내용이 말레이시아 태양광 수출 및 태국의 자동차 부품에 적용된다. 작은 부품 하나까지 추적이 가능하도록 세부적인 증빙을 제공하지 않으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메시지다.
경제적 영향은 심대하다. 아세안의 대미 수출 규모는 1,510억 달러(약 206조원)로 인도네시아의 6년 치 교육 예산에 해당한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의 수출이 2026년까지 17% 감소해, 340만 명의 제조업 근로자들이 직업을 잃을 것이라고 한다.
지난 5월 일부 관세율이 잠시 인하된 것을 희망적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1년 전보다 무려 7배 오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동남아 상품을 겨냥한 검사가 강화되고 컨테이너당 서류 작업도 두 배나 늘어 규정 준수 비용이 늘고 운송 시간은 늘고 있다.

주: 2025년 3월, 2025년 4월, 2025년 5월(좌측부터)

‘원산지 증명 기술’이 핵심 역량으로
저렴한 인건비도 이제는 크나큰 경쟁우위 요소가 아니다. 전자제품의 경우 10%P의 관세 인상은 6%P의 수익률 하락으로 연결된다. RFID 모니터링(RFID monitoring, 무선 주파수 식별 기술을 사용한 생산품 추적 및 관리)을 포함한 첨단 추적 시스템을 갖춘 기업들만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일정 지연과 적발 위험을 피하고자 원산지 증명을 디지털화하기 시작했다.
파급효과는 교실에도 찾아왔다. 무역 수입이 줄며 교육 예산도 축소됐기 때문이다. 한편 새로운 무역 체제를 헤쳐나갈 기술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세계 경제 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따르면 ‘추적 분석’(traceability analytics)이 동남아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5대 기술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따라서 교육기관들도 흐름을 따라잡아야 한다. 과거 공급망을 기준으로 가르치는 경영대학원은 학생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이제는 규정 준수 설계 및 개발(compliance engineering), 블록체인을 이용한 문서화, 실시간 탄소 추적 등의 과목이 신설돼야 한다. 베트남의 한 대학은 학생이 세관 직원과 함께 출하물을 직접 검사하는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공급망과 무관 ‘입증해야’
교육 기관들의 조달 전략도 중요하다. 필리핀 대학교들은 과학 장비 세트 구입처를 국내로 돌려 수백만 달러를 절약했다. 말레이시아의 한 대학 컨소시엄은 중국과 관련 없는 공급업체를 찾아 공동 구매를 진행해 비용을 아꼈다. 해당 공급업체는 답례로 안전한 칩 설계를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했다고 한다. 싱가포르의 난양공과대학교은 미국 기업과 직접 파트너십을 통해 연구에 필요한 수입 물품의 면세를 추진하기도 했다.
미국의 관세 조치가 곧 사라질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행정명령으로 법제화된 트럼프 관세는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더 높다. 국회의원들 역시 당파와 상관없이 관세 수입을 국내 지원 프로그램 예산으로 간주하고 있다. 한편 미국 관세 문제를 중국과의 무역을 늘려 해결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수요는 이미 줄었고 중국 편에 붙으면 미국의 제재가 따를 것이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과 관련된 제품은 미국에서 엄격한 조사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제 저렴한 인건비나 마음을 사로잡는 외교가 무역에서의 첫 번째 성공 요인이 아니다. 수출 물품이 중국의 공급망과 무관함을 명확한 데이터를 통해 증명할 수 있어야 그다음이 가능하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Beyond Tribute: Why Southeast Asia's Real Bargaining Chip with Trump Is Supply-Chain Transparency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