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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해답 못 찾는 인도 ‘단일어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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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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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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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공용어 지정 갈등, ‘답 없어’
복잡한 지역 상황으로 단일 언어 ‘비현실적’
인터넷 활용한 지역별 정책 실행이 ‘대안’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400개를 넘는 다양한 언어가 존재하는 인도의 교육 시스템은 공용어 지정을 둘러싼 언어 간 세력 다툼에 갇혀 있다. 힌디어든 영어든 단일 언어로 국가를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이고 정치적인 반대에 부딪쳐 왔다. 그리고 수백만 명에 이르는 교사 부족 사태와 인터넷 서비스의 발달은 지금까지의 언어 정책을 재고해야 하는 상황이 왔음을 보여준다.

사진=ChatGPT

인도 단일 공용어 정책 ‘사실상 실패’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인도 국민은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고 힌디어 인구 역시 절반을 넘지 못한다. 그럼에도 수백만 명의 벽지 아이들은 여건도 되지 않는 교실에서 다국어를 배울 것을 요구받는다. 올해까지 9억 명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디지털 연결 사회를 꿈꾸는 인도로서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대다수의 인구가 사용하지 않는 단일 언어는 상업, 문화, 시민 의식 등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동아시아포럼은 단일어 정책을 포기하고 영어와 지역어를 수용하는 다국어 정책을 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대담하기는 하나 해당 주장은 변화를 시행할 중앙정부의 행정력과 지역의 승인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남부 주는 공용어가 힌디어로 좁혀지는 낌새를 눈치채고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지역 불균형과 복잡한 언어 현실이 ‘장애물’

언어 정책은 공정성과 실현 가능성을 기반으로 집행돼야 한다. 하지만 중앙 정부의 명령에 따른 정책 실행은 지역 간 차이를 무시함으로써 일부 계층의 특권을 고착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우타르프라데시(Uttar Pradesh)나 비하르(Bihar) 등의 지역을 가보면 부족한 교사가 200,000명에 이르는데 타밀나두(Tamil Nadu)나 케랄라(Kerala)를 포함한 남부 주들에서는 대부분의 학교가 정원을 채우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의도의 언어 개혁도 오래된 계층구조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다.

그만큼 인도의 언어 현실은 복잡하다. 지역 언어들을 분해해 보면 모국어로서의 힌디어 점유율은 1/3 정도에 지나지 않고 영어 구사 능력은 제한적인 데다 지역별 격차도 크다. EF 영어 능력 지수(EF English Proficiency Index)로 따지면 인도는 116개국 중 69위로 베트남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인도 내에서도 자이푸르(Jaipur)와 같이 영어 수준이 높은 도시와 힌디어 벨트(Hindi Belt, 인도 내 힌디어 사용 지역)와의 격차가 151점에 이른다.

인도 지역별 영어 능력 지수(2024년)
주: 자이푸르, 뭄바이, 벵갈루루, 첸나이, 델리, 럭나우, 그왈리오르(좌측부터)

교사 ‘72만 명’ 부족

격차를 좁히는 일도 쉽지 않다. 보수적으로 예상해도 인도의 모든 주가 보통 수준의 영어 구사력을 갖는 데 필요한 교사에만 120억 루피(약 1,916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설 투자는 제외하고도 말이다.

인도 교육에서는 언어가 소통이 아닌 단절의 도구 역할을 할 때가 많다. 영어로 교육하는 사립학교의 연간 수업료가 15만 루피(약 240만원)에 달해 저소득 가구 자녀들이 다니기 어렵다. 여기에 더해 시골 지역의 인터넷망이 고르지 않아 무료로 디지털 강의를 듣기도 쉽지 않다.

물론 성과를 거두고 있는 지역도 있긴 하다. 텔랑가나(Telangana)주는 최근 비정부기구(NGO)들과 손잡고 인공지능(AI) 기반의 언어 교육을 시작했는데 5,000여 개의 학교에 영어와 텔루구어(Telugu, 인도 남서부 지역 언어)로 된 수업을 제공한다. 중앙 정부가 할 수 없는 일을 지역에서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지만, 외국어 교육이 강력한 모국어 기반 위에서 진행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21년 이후 30%가 줄긴 했지만 인도는 아직도 720,000명의 교사가 부족한 상황이다. 대부분 언어 및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과목으로 국가의 미래가 달린 분야다. 정부의 국가 교육 정책 2020(NET 2020)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모국어 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시행은 여의치 않다. 도시 지역 교사들은 지역 언어로 된 교과서마저 부족한 상황이지만 학부모들은 오히려 비영어 수업이 자녀들의 미래를 망칠까 우려한다.

인도 교사 부족 상황
주: 기간(X축), 부족 인원수(Y축), 공석 수(짙은 청색), 결원율(%)(청색)

인터넷 ‘연결 고리’로 지역 상황 고려한 정책이 ‘답’

따라서 단계적이고 실용적인 접근만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현재 고려되고 있는 ‘2+X’ 모델은 학생의 지역 언어를 모국어로, 실용적인 영어 구사력을 키우며 교사 사정이 허락할 때 제3외국어를 배우는 안이다. 동시에 중앙 정부는 1조 2,865억 루피(약 20조5,000억원)의 디지털 교육 예산을 핵심 교과서를 15개 주요 지역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도구를 개발하는 데 전용할 수 있다.

지오(Jio, 인도 기술 기업), 에어텔(Airtel, 인도 통신 기업), 스타링크(Starlink, 인터넷 서비스) 등에 의한 저궤도 위성 인터넷을 통해 전 지역이 다국어로 된 디지털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하면 교사 부족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영어 교육을 강조하면 식민지 시대 사고방식을 되살리고 힌디어를 무시하게 된다는 우려가 있지만 아무 이득도 없이 힌디어를 강요하는 것은 정치적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최근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주에서 힌디어 의무 교육을 폐지한 것도 그 한 증거다.

인도 교육 당국이 수십 년을 밀어붙인 단일 공용어 정책은 신기루로 드러났다. 수백만 명의 학생이 뒤처졌고 교사 없는 교실이 넘쳐나며, 토론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중앙정부의 지지를 기다리느니 발전하는 디지털 분야의 지원을 받으며 지역 상황에 맞게 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으로 보인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India's Polyglot Paradox: Why Chasing a Single National Language Keeps Classrooms Stalled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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