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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고용 안정 뒤에 숨은 ‘난민 수용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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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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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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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 ‘성공 사례’로 언급
안정된 고용률 뒤에 저임금 노동 ‘만연’
‘경력-일자리 연계 시스템’ 만들어야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3년간 체코는 370,000명이 넘는 난민을 받아들였다. 현지 노동 인구의 7%에 해당하는 대규모 인원이 입국했음에도 체코의 실업률은 유럽연합(EU) 최저 수준인 3% 근처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언뜻 보면 모두의 승리로 보이는 안정된 숫자 뒤에는 그러나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사진=ChatGPT

체코, 우크라이나 난민 수용 후에도 ‘고용 안정’

난민들은 빈자리를 채웠고 경제는 활력을 유지했으며 해고의 공포가 현실화하지도 않았다. 양쪽 모두에 이로운 상황을 요약하기 위해 ‘난민의 대거 유입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유의미한 어떠한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분기별 유입 현황과 체코 현지 고용 성과를 대조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현재 고용시장이 안정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모든 숫자가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을 알렸다.

하지만 성급한 결론이었다. 체코 고용 시장은 난민 수용 전부터 구직자에 비해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많은 상태였고 고용주들은 빈자리를 채우기에 바빴다. 당연히 기존 인력을 유지하고도 난민들을 흡수하는 일에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고용률은 양적 측면만 보여줄 뿐 질적인 문제는 언급하지 않는다.

우선 왜 난민 수용 문제가 그렇게 매끄러웠는지 보자. 우크라이나의 전시 동원령이 18~60세 남성 인구 대부분의 출국을 제한해 체코로 온 난민의 대부분은 여성과 아이들이었다. 여성이 45%를 차지하고 남성은 25%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다수의 난민이 현지 여성의 주요 직업 분야인 소매, 음식·숙박업, 돌봄, 경공업 등에 진출해 현지 남성 인력과의 경쟁이 최소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체코 거주 우크라이나 난민 인구 현황
주: 난민 전체(검정), 18~65세 남성(청색)

고용 안정 뒤에 ‘저임금 노동’과 ‘노동 착취’

난민 여성 다수가 고급 인력이었음에도 저임금, 비숙련 노동에 종사하게 된 것이다. 고용주로서는 나쁠 것이 전혀 없다. 자격이 넘치고 최소한의 안정적인 생활만 가능하다면 시간외 근무도 마다않는 인력들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해서 난민 인력과 현지인 간 소득 차이가 생겨났다. 작년 하반기 조사에 따르면 체코에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의 취업률은 64%에 이르렀는데 동종 업무를 수행하는 현지인과의 임금 격차가 30%나 난다. 난민 중위소득이 1,100유로(약 173만원)로 체코 근로자의 1,650유로(약 260만원)에 비해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이는 난민 가구의 2/3가 빈곤선 아래에 있는 이유다. 난민들은 현지 인력을 대체하는 대신 낮은 지위의 저임금 역할만을 떠맡은 것이다.

난민 수용 형태는 지역적으로도 차이가 난다. 물론 프라하(Prague), 브르노(Brno) 같은 대도시나 필젠(Pilzen), 오스트라바(Ostrava) 같은 산업 중심지에도 많은 난민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체코 북부를 비롯한 소도시들이 비숙련 일자리에 더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을 고용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비숙련 서비스업 근로자의 20% 이상이 난민들이다.

체코 도시별 우크라이나 난민 고용 현황(2022년 12월)
주: 필젠(Pilzen), 프라하(Prague), 체스케 부데요비체(České Budějovice), 리베레츠(Liberec), 지흘라바(Jihlava), 파르두비스(Pardubice), 브르노(Brno), 올로모크(Olomouc), 즐린(Zlin), 오스트라바(Ostrava)

안타깝게도 이들 지역은 노동 착취가 더 많이 행해지는 지역이기도 하다. 체코 내무부에 따르면 2023년 발생한 노동 인신매매(labor trafficking) 사건의 45%가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저질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학력 난민 받아들여 ‘비숙련 노동’

체코는 수십 년 역사를 통틀어 유럽에서 가장 고학력 난민을 받아들인 편에 속한다. 도착한 난민의 50% 이상이 대학을 졸업했는데 이는 체코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 고급 자원들을 썩히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난민 대졸자의 임금 프리미엄(wage premium)은 16%로 현지인의 78%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한 경제적 기회비용은 어마어마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불완전고용(underemployed) 상태의 난민 중 절반만 적정한 일자리를 얻는다면 체코 국내총생산(GDP)의 1.2%가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지금 사회 정의가 아닌 거시경제를 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이웃한 폴란드의 사례와 대조적이다. 신속한 학력·경력 인정 절차와 선별적 지원을 도입한 폴란드의 난민 수용은 작년 GDP에 2.7%의 도움을 줄 만큼 성공적이었다. 특히 비슷한 언어 장벽과 불완전 고용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이 한 번에 처리되는 경력 인증 절차는 체코를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난민 수용 3년이 된 지금도 체코의 시스템은 안정적이지 않다. 언어 교육은 일반적이고 시간도 충분하지 않으며, NGO가 제공하는 교육 과정도 질적·양적으로 고르지 않다. 느린 인증 절차로 고숙련 난민의 20%만이 지원 후 1년 만에 경력을 인정받는다.

‘경력-일자리 연계’가 진정한 통합

시스템 개선을 위해 체코는 먼저 36시간으로 제한된 언어교육을 200시간으로 늘리고 직업 특성에 맞는 과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또 디지털 인증 절차를 개시해 90일 안에는 자격증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자리 매칭과 생산성을 위해 저임금 노동에서 고숙련 일자리로 옮겨가는 인력에게 보상하는 시스템도 갖추면 좋을 것이다.

체코의 사례는 EU 포럼 등에서 난민 수용에도 국내 고용 시장이 흔들리지 않은 성과로 언급되고 있다. 숫자는 사실일지 모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난민들을 미래가 불투명한 저임금 일자리에 가두는 노동 시장 이분화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성공은 우크라이나 화학자가 프라하의 호텔에서 청소를 할 것이 아니라 브르노의 연구실에서 실험을 할 때 완성될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아그니에슈카 포스트엡스카(Agnieszka Postepska) 흐로닝언 대학교(University Of Groningen) 부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Ukrainian refugee labour market access shows no impact on local employment outcomes in Czechia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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