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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45% 대중 관세 완화 가능성 언급 월마트, 백악관 회동 후 中 제품 반입 재개 中, 월마트에 '가격 인하 요구' 중단 경고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미국발 '관세 폭탄 정책'으로 주문을 취소 또는 보류해왔던 중국 납품업체들에 선적 재개를 요청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을 가진 월마트가 중국 업체에 선적 재개를 요청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될 조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중국 정부는 월마트에 자국 업체들에 대해 가격 인하 요구를 자제하라며 공개 경고에 나섰다.
트럼프 "대중 관세 실질적으로 내려갈 것"
29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장쑤성과 저장성 등에 있는 중국의 일부 수출업체들은 최근 월마트로부터 선적 재개 지침을 받았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중국 관세 인하를 시사한 가운데 미·중 무역협상이 임박한 신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저장성 닝보시의 한 문구·사무용품 수출업체 관계자는 최근 미·중 양국 간 맞불 관세 부과가 이뤄진 지 몇 주 만에 월마트로부터 미국행 선적을 재개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 부과되는 관세는 미국 고객사가 부담할 것이라는 설명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중국산 수입품에 14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해 실효 관세율을 약 156%로 끌어올렸으며, 일부 중국 상품은 최대 245%의 관세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모든 미국 상품에 이전 관세에 더해 125%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 완화를 위한 중국과의 협상에 관심을 보이는 발언을 했다. 그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145%의 관세가 "실질적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고, 타임지 인터뷰에서는 시진핑 주석과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미 정부의 관세조치에 대해 관련 기업들이 완화를 요구하는 가운데, 지난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월마트, 타깃, 로우스, 홈디포 등 주요 소매업체 임원들과 백악관에서 회담을 가졌다. 타깃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 및 유통업계 관계자들과 무역에 대한 향후 방향을 논의하는 생산적인 회의를 가졌다고 설명했으며, 홈디포 역시 백악관과 건설적인 대화를 지속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반면 백악관 측은 즉각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외신은 전했다.
월마트, 인도·베트남 등 공급망 다각화 추진
월마트는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다각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23년 기준으로 월마트는 미국 수입 물량의 약 4분의 1을 인도에서 선적했다. 미·중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8년에는 인도로부터의 수입 물량이 전체 2%에 불과했다. 이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용이 상승하고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인도나 베트남, 태국 등 신흥국으로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월마트 측은 “허리케인과 지진 등 자연재해부터 원자재 부족까지 끊임없이 변수가 생기기 때문에 한 공급업체나 지역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월마트는 2002년 인도 벵갈루루에서 상품 조달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인도에서 임시직 근로자를 포함해 10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월마트는 2018년 인도의 전자상거래 업체 플립카트의 지분 77%를 인수하면서 인도에서의 사업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월마트는 2027년까지 인도에서 매년 100억 달러의 상품 수입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인도로부터의 상품 수입 규모는 매년 약 30억 달러(약 3조8670억 원)다.
북미 시장에 인접한 멕시코도 공급망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2년에는 100만 달러 상당의 직원 유니폼 5만여벌이 필요해지자 그간 이용했던 중국 업체 대신 멕시코 의류업체 프레스로에서 사들였다. 최근에는 바히오(Bajío)·틀락스칼라(Tlaxcala)에 로봇·AI 기술을 적용한 고급 유통센터 2곳을 신설했다. 멕시코 현지 생산 제품의 비중이 83%에 달하며 현지 중소기업 33,000개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월마트, 中 기업에 가격 인하 요구해 논란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조치가 시행된 이후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 경영진을 소환해 규제 협상을 진행했다. 국영 방송사 CCTV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위위안탄톈(Yuyuantantian)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와 기타 당국 관계자들은 화요일 월마트 대표들과 만나 회담을 가졌다. 회담에서는 월마트가 중국 공급업체들에 가격을 크게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에 대한 대응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CCTV는 "월마트가 중국 기업에 일방적으로 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공급망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양국 기업과 소비자의 이익에 해를 끼칠 수 있다"며 "만약 월마트가 그렇게 하기를 고집한다면, 다음에 일어날 일은 논의를 넘어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국산 상품에 부과한 새로운 관세의 비용을 월마트가 중국 공급업체와 소비자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 기업인 월마트를 압박함으로써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중국 반(半)공식 무역 기구인 중국섬유수출입상공회의소(China Chamber of Commerce for the Import and Export of Textiles)도 성명을 통해 "일부 회원사로부터 미국의 대형 소매업체들이 중국 공급업체에 가격 인하를 요청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국과 미국 기업들 모두 피해자"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