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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간 ‘빠른 합의’ 시나리오, 트럼프 관세 구상 어긋나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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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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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협상? 애초 기대 과해
‘첫 단추’ 일본, 예상 밖 반발
90일 타결 시한에 협상단 과부하

최소 75개 국가와 오는 7월 8일까지 관세 협상을 마치겠다고 공언한 미국 정부가 현실적인 어려움에 처했다. 애초 예고했던 90일에서 20일이 지난 지금까지 어느 나라도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탓이다. 상대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 스타일에 적잖은 국가가 피로감을 호소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의 우선 합의를 바탕으로 협상에 속도를 내려던 미 행정부의 계획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안이한 접근 방식에 중국은 선 긋기

27일(이하 현지시각)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협상 중인 17∼18개 국가와 중요한 무역 협정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앞두고 있다”며 “이는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지만, 무역 상대국들이 협정 범위 내에서 행동한다면 충분히 협상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선 22일 JP모건체이스 은행 주최로 열린 비공개 행사에 참석한 베센트 장관은 “중국과의 (관세) 협상에 길게는 2~3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미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대다수 국제 무역 전문가가 미국이 단기간에 다수의 무역 협정을 동시에 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모든 무역 대상국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선언은 기존의 무역 협정을 위반한 것이어서 협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은 한국, 호주, 싱가포르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멕시코 및 캐나다와는 북미 3국 FTA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맺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장 큰 난제인 중국과의 협상에도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이는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2∼3주 안에 관세율을 정할 예정이고, 그 대상에는 중국도 포함될 수 있다”면서 (얼마나 빨리 낮출지는) 중국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협의를 위해 매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가짜뉴스’라고 일축하며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관세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어떠한 협의나 협상도 없었으며, 합의에 이른 적은 더더욱 없다”고 힘줘 말했다. 협상 테이블이 차려지기 위해서는 양측의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하는데,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즉흥적 발언과 변덕스러운 태도가 오히려 중국의 경계심만 키우고 있다는 게 외교계의 주된 평가다.

일본 강경 기조에 ‘도미노 효과’ 무산

트럼프 행정부의 원래 계획은 한국과 일본 등 주요 동맹국과 빠르게 합의를 끌어낸 뒤, 이를 지렛대로 활용해 나머지 국가들과의 협상에도 속도를 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첫 주자로 나선 일본이 예상 밖의 강경 노선을 택하면서 도미노 효과 또한 기대하기 어려워진 실정이다.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이 지난 16일 관세 협의차 미국을 방문했지만, 이 자리에서 양국은 뚜렷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이 제시한 조건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자국 산업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일본의 반응은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에 대한 반발 심리가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협상 과정에서 상대를 공개적으로 압박해 일방적 요구를 관철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에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동등한 파트너로 대우받기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일본이 중국과의 공동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3일 사이토 테쓰오 공명당 대표와 왕후닝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의 회동 사실을 보도하며 “미국 정부의 관세 조처로 국제 사회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일본과 중국이 자유무역 체제 유지의 중요성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며 “두 나라가 과거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데 발을 맞추는 모습은 지금까지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고 평했다.

이처럼 일본과의 협상이 난항에 빠지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방향을 잃은 채 헤매는 모습이다. 일본이 끝내 미국의 조건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여타 국가들도 줄줄이 강경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90일이라는 협상 시한을 설정한 트럼프에게 치명적인 시간 압박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일본이라는 ‘가장 만만해야 할 상대’가 예상 밖 복병이 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청사진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급한 쪽은 약소국? 뚜껑 여니 달랐다

이번 관세 협상에서 또 하나 미국이 기대한 부분은 상대적으로 약소국들이 빠르게 자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그림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은 양상이다. 36%에 달하는 폭탄 관세를 피하기 위해 협상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시간 끌기 전략으로 계산된 움직임을 보이는 태국이 대표적 예다. 당초 태국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 타결을 위해 다양한 카드를 제시했다. 옥수수, 천연가스, 에탄과 같은 미국산 원자재 수입을 확대하고, 태국 내 수입 관세를 인하해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는 방안 등이다.

나아가 태국 정부는 미국으로 수출되는 상품에 대한 검역 및 통관 절차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이는 제삼국이 태국을 경유해 상품을 수출하는 위장 행위를 방지하고, 미국의 무역 관련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협상에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지라유 후앙삽 태국 정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당초 내일 예정돼 있던 미국과의 장관급 회담이 연기됐다”며 “관련 내용은 향후 정리해 보고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양국 간 관세 협상이 순탄치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협상 대상이 소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백악관에 의하면 현재 미국에는 약 90개국의 대표단이 몰려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많은 국가를 상대로 짧은 시간 안에 각개격파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 협상단은 이미 과부하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 같은 주요 동맹국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규모 국가들까지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미국의 협상력은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90일이라는 협상 시한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2~3주 내 성과를 내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간이 갈수록 미국의 입지가 좁아지는 결과만 낳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과 같은 관세 협상 국면은 트럼프 행정부가 구상했던 ‘미국 중심의 질서’와는 정반대를 향하고 있다는 게 외교계의 일관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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