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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재택근무가 바꾸는 ‘선진국 주택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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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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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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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로 ‘사무실 접근성’보다 ‘좋은 집’ 우선
도심 주택 가격 내리고 교외는 오르고
‘원격 근무 가능자만 좋은 일’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원격 근무의 일상화는 근무 형태만이 아니라 주택 수요의 양상까지 바꿨다. 전 세계 도시에서 재택근무가 가능한 근로자들은 사무실 접근성 대신 널찍한 집과 채광, 옥외 활동 등을 중요시하게 됐다. 고소득에 원격 근무가 가능한 직장인들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이로 인해 수많은 저소득 가구가 기존 주거지에서 쫓겨나며 주택 빈부 격차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ChatGPT

원격 근무, 주택 시장 양상 바꿔

20세기 대부분 도시의 주택 가격은 도심에 가까울수록 가격이 비싸다는 간단한 원칙을 따랐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사무실 근접성보다 ‘주거의 질’(livability premium)이 강조되고 있다. 많은 가구가 복잡한 도심을 떠나 짧은 통근 거리 대신 널찍한 마당과 사무실을 겸할 수 있는 여분의 방을 선택하고 있다는 얘기다.

런던의 경우 2012~2022년 사이 외곽 자치구(borough)의 주택 가격은 83% 상승했다.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과 랜드테크(LandTech, 온라인 부동산 기업)에 따르면 한때 만만했던 지역들이 원격 근무 직장인들의 대거 유입으로 뜨거운 부동산 시장으로 변했다. 재택근무자들은 줄어든 통근 비용을 넓은 공간과 일조량, 편의시설 등에 투자하고 있다.

런던 주택 가격 상승률(2012~2022년)
주: 교외 지역(좌측), 도심 지역(우측)

원격 근무자 수요로 도시 외곽 주택 가격 상승

문제는 모든 가구가 이 추세를 따를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 기술, 법 관련 종사자 포함 재택근무 가능 사무직 종사자들에게만 대부분의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전 세계 선진국들에서 중간 이상의 급여를 제공하는 일자리의 60%가 최소한 부분적으로 원격 근무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미 주택 보유자이거나 손쉽게 대출이 가능한 이들이 집 구입에 나서며 교외 지역의 주택 가격이 오르고 있다.

런던 도심 및 교외 지역 주택 가격 변동률(2024년)
주: 도심 지역(좌측), 교외 지역(우측)
EU 재택근무자 비율 추이(2019~2023)
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재택근무를 하는 근로자들

하지만 간호사나 배달 기사, 점원 등 물리적 출근에 묶인 직종은 임금 정체와 주거비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허덕이고 있다. 다수가 임차인인 이들은 쉽게 거주지를 옮기기도 어려운 데다 임대료 상승으로 살던 집을 떠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고소득 직장인들이 몰리며 임대료가 감당할 수 없을 수준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최저 소득 계층에 해당하는 근로자들은 주거비에 전체 소득의 45%를 쓰고 있는데 이는 팬데믹 이전 대비 36% 상승한 수치다. 미국도 2020~2021년 집값 급등의 절반은 원격 근무 근로자들의 주택 수요 증가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재택근무 여부가 ‘빈부 격차 확대’ 원인으로

이제 재택근무는 단기적인 혜택이 아니라 지속되는 경제적 기회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장인들은 통근 비용만 아끼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교외 지역의 집값 상승에 올라탈 수 있다. 반면 물리적인 직장에 묶인 근로자들은 긴 통근 시간과 악화하는 주거 환경은 물론 자산 가치 상승 기회에서도 배제되고 있다. ‘재택근무 배당금’(remote work dividend)이라고도 부르는 이 현상은 새로운 불평등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주택 정책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토지 사용 제한이 가장 큰 문제다. 복층 아파트나 층고를 제한해 인구 밀집을 막기 위한 토지 사용 제한법이 신규 수요가 몰리는 지역의 주택 공급을 막고 있는 것이다. OECD에 따르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주택 공급이 매년 수요에 20%가량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런던 등의 대도시에서 통근 지역(commuting zones) 내 다세대 주택 허가 건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가격이 치솟았는데도 말이다. 전문가들은 원격 근무가 시장에 미친 영향을 정책 당국이 아직 온전히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길퍼드(Guilford)의 녹음 가득한 교외에 있는 넓은 집에서 재택근무를 누리고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크로이던(Croydon)의 좁아터진 아파트에서 출퇴근하는 병원 근로자보다 더 높은 집값을 낼 여유가 있다. 엔지니어가 지불하는 금액이 지역 주택 가격을 올려 정작 필요한 사람이 주거지를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경제 불평등 심화’ 막기 위한 대책 필요

이 문제는 ‘원격 근무 주택 불평등 지수’(Remote-Work Housing Disparity Index)를 보면 선명하게 드러난다. 재택근무자가 밀집한 교외 지역과 도심 집값 상승률을 비교한 지표인데 런던은 1.12, 파리는 1.09,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San Francisco Bay Area)는 1.15로 나타났다. 1을 넘는 만큼 교외 주택 가격이 도심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경제적 불평등도 심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정책 당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가장 먼저 복층 아파트와 추가 주거 단위(Accessory Dwelling Unit, ADU, 기존 거주지에 추가한 독립적 주거 공간) 및 환승역 인근 저층 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풀어 주택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 점점 더 외곽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저소득 근로자들을 위한 대중교통 연장도 필수적이다.

한편 ‘원격 근무 주택 불평등 지수’ 상승분에 연동한 임대 보조금 지급을 통해 임차인들의 가격 상승 압력을 덜어줄 필요도 있다. 대기업들에 재택근무자들의 지역적 분포를 공개하도록 하고 주택난을 완화하기 위한 부담금을 징수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단순히 집을 더 짓는 것에서 나아가 직장인 주택 분포와 시장 양상을 긴밀히 고려한 정책이 실행돼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야니스 이오아니데스(Yannis Ioannides) 터프츠 대학교(Tufts University) 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Housing and inequality: A critical link in economic disparitie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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