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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등 미국 소매업체 3곳 CEO 참석 CEO들, 관세 완화·명확성 요구한 듯 트럼프 관세에 소매업계 원가 폭등 불가피

최근 관세와 물가 관리 정책으로 지지율이 추락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소매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전격 회동했다. 예정에 없었던 만남을 추진할 만큼 관세 여파에 대한 민심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정에 없던 만남, 관세 여파 관리
21일(현지시간) CNBC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CEO,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CEO, 홈디포와 로우스(Lowe's)의 고위급 인사 등과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는 당초 백악관이 사전에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 일정엔 없었던 행보다.
미국 전국에 체인망을 가진 이들 소매업체는 차이는 있지만 저렴한 외국산 수입품에 상당 부분 의지해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피해를 가장 가까이서 입은 분야 중 하나다. 특히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1월 20일) 이후에만 누적 145%로 치솟은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영향을 피하기 어려웠다.
그런 만큼 이날 CEO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중국 고율 관세와 현재 미국이 전 세계 절대다수 국가를 상대로 부과하고 있는 10%의 기본 관세(보편관세)가 사업에 미친 영향을 설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관세가 제품 가격 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경우 결국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거론했을 가능성도 있다.
백악관 회의 후 월마트 대변인은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 (관세) 관련 팀과 생산적인 회의를 했다"며 우리의 통찰력을 공유할 기회를 준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타깃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생산적인 회의를 했다"며 "우리 소매업계는 무역에서의 전진 방안을 논의했다. 우리는 미국 소비자들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데 계속 헌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경제, 올여름 급격히 둔화 '경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여파를 관리에 나선 건 미국이 경기 침체에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미국 기업들이 본격적인 관세정책 시행을 앞두고 2~3개월 물량의 재고를 비축하며 경기가 인위적으로 부양되고 있지만, 이 같은 재고 축적 효과가 사라지면 올여름께 경제 활동이 둔화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놨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CBS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재고를 비축하고 있고, 이 같은 갑작스러운 구매 열풍은 인위적으로 높은 수준의 경제 활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종류의 선제적 구매는 (소비자보다) 기업 측에서 훨씬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며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기업들이 60일, 90일간 버틸 수 있는 재고를 선제적으로 비축하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지금은 경제가 활발해 보이지만, 여름이 되면 앞당겨진 수요로 인해 급격히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미국 소매시장에서는 이른바 ‘관세 사재기’ 조짐이 확연하다. 특히 관세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이는 품목 중 유통기한이 긴 제품군을 중심으로 미리 쟁여놓는 움직임이 미 전역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통계에서도 포착된다. 미국의 3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4% 증가해 예상(1.3%)을 웃돌았다. 특히 자동차 및 부품이 2월보다 5.3% 증가하며 전체 지표를 견인했다. 관세가 신차 가격을 밀어 올릴 것으로 보이면서 중고차 가격도 덩달아 상승 중이다. 미국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카그루스에 따르면 미국 평균 중고차 가격은 17일 기준 2만7,609달러로 지난해 11월 22일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DHL, 800달러 넘는 물품 美택배 중단
물류 분야에서도 관세 충격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DHL 익스프레스는 21일부터 미국 내 개인 고객에게 800달러(약 113만원)가 넘는 글로벌 기업·개인 간(B2C) 배송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는 새로운 미국 세관 규정 때문이다. 기존에는 2,500달러(약 355만원)가 넘는 물품에 대해서만 정식 통관 절차가 요구됐으나,지난 5일부터 이 대상이 800달러 초과 상품까지 확장됐다. DHL은 기업 간(B2B) 배송은 중단되지 않지만 지연될 수 있으며 800달러 이하 물품은 개인과 기업 모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항공업계의 타격도 작지 않다. 보잉은 미국과 중국 간 기싸움에 등 터진 새우 꼴이 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샤먼항공에 인도될 예정이던 보잉 맥스 737 항공기는 20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보잉 생산기지에 착륙했다. 샤먼항공 소속을 의미하는 도색 작업까지 완료된 이 항공기는 중국 저장성 저우산에 위치한 보잉사 완성센터에서 인도를 기다리던 비행기 중 1대였다. 하지만 최근 중국 당국이 미국과 벌이는 관세전쟁 와중에 보복 조처 중 하나로 자국 항공사에 보잉사 항공기를 인계받는 걸 중단하도록 명령하면서 난감한 입장에 놓였다. 이를 두고 로이터통신은 "보잉이 트럼프 대통령이 발동한 무역 공세에 따른 미·중 간 상호 보복관세 조치로 희생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