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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튀르키예 등에서 달걀 수입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하며 달걀값 '폭등' "사람도 위험" 미국 최초 조류 인플루엔자 사망자 발생

미국 정부가 달걀 수입을 확대한다.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인해 달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속속 제시되는 양상이다.
美, 달걀 수입처 확대
22일(현지시각) AP통신과 BBC에 따르면 브룩 롤린스 미 농무부 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한국과 튀크키예에서 달걀을 들여오고 있으며, 다른 몇몇 국가들과도 추가 수입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 수억 개 규모의 수입이 이뤄질 예정”이라며 “국내 산란계 개체 수가 다시 늘고 정상화되는 몇 달 뒤에는 다시 자체 공급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조치는 최근 미국 내 달걀 가격이 급등하면서 단행됐다. 미 노동부 소비자물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A등급 달걀 12알의 평균 소매가격은 5.9달러(약 8,650원, 1개당 720원)였다. 이는 사상 최고치이자, 지난해 2월 대비 2배 이상 비싼 수준이다. 일부 지역에선 같은 조건의 달걀이 10달러(1만4,500원)에 판매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에그플레이션(egg+inflation)'이 발생한 배경에는 조류 인플루엔자가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최근 수년간 미국 가금류 떼 사이에서 매섭게 유행해 왔다. 유행이 본격화한 2022년 이후 살처분 등으로 인해 죽은 산란계는 1억6,600만 마리에 달한다.
백신 개발 등도 적극 지원
미국 정부는 수입 확대 외에도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미 농무부는 달걀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최대 10억 달러(약 1조4,6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생물 안전 대책에 5억 달러(약 7,320억원), 백신 연구 개발에 1억 달러(약 1,460억원), 농부 재정 지원 프로그램에 4억 달러(약 5,862억원)가 각각 투입된다.
이에 더해 미국 정부는 상업적 달걀 농장에 최선의 관리 방법과 무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농가가 조류 인플루엔자 확산을 막기 위해 투입하는 '취약점 해소 비용'의 최대 75%를 지원할 예정이다. 규제 완화 방안도 마련됐다. 달걀 공급을 늘릴 수 있도록 그간 캘리포니아주에서 적용한 '산란계의 최소 공간 요건' 등을 완화하고, 일반 가정에서도 뒷마당에서 더 쉽게 닭을 기를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조류 인플루엔자, 공중 보건까지 위협
미국 정부가 엄청난 비용을 투입하며 조류 인플루엔자를 경계하는 것은 조류 인플루엔자가 물가를 넘어 공중 보건에도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미국 루이애나주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돼 사망한 환자가 발생했다. 루이지애나주 당국은 사망자가 조류를 통해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됐으며, 사람 간 감염이 일어난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사망자 발생 후 추가 감염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원래 조류에게만 감염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였지만, 1997년 홍콩에서 최초로 인간 또한 감염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20년간 인간이 감염돼 사망한 사례는 약 500건이며, 사망자는 대부분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2024년 4월부터 60명 이상이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내 감염자는 대부분 젖소나 가금류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과 관련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디에고 딜 코넬대 의학·진단과학부 교수는 “(인간의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 위험은 여전히 낮은 상태”라면서도 “다만 아픈 가금류, 아픈 젖소 등 병이 난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야생 조류도 경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임스 롤러 네브래스카대 글로벌의료보장센터 소장 역시 “조류 인플루엔자는 매우 위험한 바이러스”라며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에서의 감염이 확산할수록 돌연변이를 생겨 사람에게도 감염을 잘 일으키는 형태로 변할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