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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주범’ 부동산 시장 향한 중국 정부의 복잡한 속내 “일단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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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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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주택 경매 60% 국영기업에 낙찰
대출금리 하한선 철폐에도 시장 요지부동
전략 산업 집중 육성 의지, 부동산 외면?

중국 정부가 국영기업을 동원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꾀하고 있다. 각종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4년 전 ‘헝다 사태’로 촉발된 시장 침체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보장성 주택 판매 등에 직접 나서는 모양새다. 여기엔 부동산 위기가 전체 시장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짙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중국 정부의 민간 부문 성장의 핵심 무게 추는 첨단 산업으로 옮겨가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부동산 개발 새로운 모델 구축 가속

26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국영 개발업자를 통한 시장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기 침체 이전까지 베이징의 주거용 경매 대부분을 민간 또는 민관 혼합 그룹이 낙찰받던 것과 달리, 2022년부터 이러한 추세가 역전돼 국영 개발업자들이 입찰의 60%가량을 차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FT에 따르면 중국 주하이시 국영기업 화파그룹은 지난해 초 자회사와 함께 주택 거래 및 주차 공간 지원 사업에 나섰다. 사업 규모는 최대 120억위안(약 2조3,000억원)이며, 해당 자금은 주로 보상 판매용 주택 인수에 투입된다. 화파그룹은 회사는 지난해 1월~8월 75개에 달하는 자회사를 설립해 79개의 주거용 부동산을 인수했다.

중국 1선도시인 선전의 국영기업 안쥐그룹도 화파그룹에 앞서 ‘주택 건설 대신 구매’ 정책을 도입하고 주택 투자를 확대했다. 안쥐그룹은 총 28만2,000호의 보장성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 아래 2023년 한 해에만 12만2,000호를 공급했다. 이들 회사는 이 같은 조치가 임대·구매 주택 시스템 구축과 부동산 개발의 새로운 모델 구축을 가속하라는 중국공산당 제20기 3차 전체회의(3중전회)의 업무 전개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문턱 없애도 경기 부양 역부족

중국 정부가 직접 개입에 나선 건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새로운 위험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1년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의 채무불이행 사건으로 본격화한 시장 침체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중국 부동산 시장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은 1,600억 달러(약 233조원)가량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치열하게 전개되던 주택 판매 경쟁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는 점도 위기 확대론에 무게를 싣는다. 일례로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자오상서커우는 지난해 자사의 신축 아파트를 분양하며 20만 위안(약 3,800만원) 상당의 항공 패키지를 제공한다고 광고했다. 해당 패키지에는 파일럿 면허증과 100시간의 비행 이용권, 개인용 비행기 소유권 5% 등이 포함됐다. 항공 패키지가 불필요한 경우에는 20만 위안을 주택 가격에서 공제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최신 자동차나 순금처럼 고가의 사은품을 증정하는 사례도 속속 포착됐다. 선전 남산구의 새 부동산 분양 프로젝트에서는 ‘주택 구매 시 황금 증정’ 행사를 진행하고, 다양한 주택 유형에 따라 최대 1,388g(약 370돈)의 순금을 지급했다. 현재 시세로 순금 1돈이 500만원을 웃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소 도시 집 한 채에 버금가는 가격의 사은품을 내건 셈이다.

그러나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당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한선 철폐 등 특단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돈이 순환하지 않으면서 미분양 또는 미완공된 소위 ‘유령 아파트’가 속출한 것이다. 심지어 일부 개발업체는 대금 지급 대신 유령 아파트를 떠넘기는 식으로 유령 아파트 돌려막기 현상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중국 가스제공 회사인 신장동부가스는 지난해 8월 신장자치구 창지시의 부동산 개발업체 A사로부터 미완성 아파트 260채를 인수했다. A사는 2022년부터 신장동부가스에서 가스를 공급받았으나, 자금난을 이유로 비용 지불을 미뤘다. 통상 아파트 분양금으로 개발 단계에서 발생한 각종 비용을 치르는 게 관례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가 미분양되면서 지급 여력이 부족하다는 게 A사의 설명이다.

신장동부가스 외에도 광둥성의 타일 제조기업 모나리자그룹, 상하이의 주택 디자인 회사 어반아키텍처디자인 등이 울며 겨자 먹기로 유령 아파트를 떠안았다. 특히 어반아키텍처디자인의 경우 국영 부동산 개발업체 그린랜드홀딩스로부터 115호의 미분양 아파트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전역에 방치된 유령 아파트가 9,000만 호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국가 성장 엔진에서 ‘애물단지’ 전락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그간 부동산 경기 부양에 총력을 기울이던 모습과 달리 ‘선택과 집중’의 무게 추를 인공지능(AI), 전기차, 핀테크 등 전략 산업으로 옮겨간 것이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중 두 번째로 연 민간기업 좌담회에 참석한 기업들의 면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달 17일 열린 좌담회에는 알리바바, 텐센트, 메이퇀 등 플랫폼 업체들을 비롯해 화웨이, BYD, CATL, 샤오미 등 중국의 전략 산업을 이끄는 기업의 총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여기에 로봇 개발사 유니트리와 AI 개발사 딥시크 등 신생 기업의 대표들이 함께해 중국의 산업 발전을 논의했다. 반면 부동산 개발 기업은 단 한 곳도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18년 열린 좌담회에는 헝다, 비구이위안, 완커 대표가 참석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중국에서는 공산당 지도부가 부동산 시장이 더는 민간 부문 성장의 핵심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해석했다.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경기 침체의 결정적 원인임이 명백한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부양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도일보는 “과거 부동산 시장의 역할이었던 국가의 성장 엔진을 첨단 제조업과 신에너지 사업이 대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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