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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 日·네덜란드와 공조 강화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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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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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네덜란드에는 장비 유지보수 제한 압력
엔비디아에는 中 수출 제한 조치 확대 논의
中 기업 CXMT·SMIC 등도 제재 강화 추진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막기 위해 일본과 네덜란드에 반도체 장비 및 유지보수에 대한 대중국 수출 규제에 동참하라고 압박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부터 자국이 운영하는 자체 수출 규제를 적용해 온 일본 도쿄일렉트론과 네덜란드 ASML에 대해 미 상무부의 승인을 받는 품목과 물량에 한해 수출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여기에 그동안 규제를 피해 갔던 일부 중국 기업들과 엔비디아에 대해서도 대중국 수출 규제 강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시절 도입한 반도체 규제 동맹 확대 추진

24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최근 일본·네덜란드 당국자들과 만나 도쿄일렉트론(TEL), ASML 등 양국 반도체 장비업체의 중국 내 장비 유지보수를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2022년 10월부터 대중국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조치를 점진적으로 강화해 왔다. 현재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TA)·램리서치·KLA 등 자국의 반도체 장비 업체에 중국에 대한 유지보수 제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데, 동맹국에도 유사한 조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회의는 특정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방안을 논의하는 초기 단계에서 진행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때 중국 메모리칩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미국 기술 매입을 막으려다가 일본 측의 반대로 접었는데,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이를 다시 꺼내 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일부 당국자의 경우 중국 파운드리업체 중신궈지(SMIC)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한편 엔비디아에 대해서도 별도 허가 없이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반도체의 양과 종류를 더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FDPR 적용 유예된 일본·네덜란드에 동참 압박

미 정부는 그동안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의 핵심 수단으로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적용하는데 일본과 네덜란드에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지난해 12월 140개 이상의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반도체 수출 제재를 발표했을 당시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대만 등 동맹국 기업에 대해서도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할 수 없도록 규제했다. 반면 일본과 네덜란드 등 33개국에 대해서는 FDPR을 적용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T)에 따르면 당시 일본과 네덜란드는 미 상무부에 허가를 받는 대신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자국의 규제 체계 내에서 운영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미 정부와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반도체 제조 장비 22종, AI 관련 기술 2종, 양자컴퓨터 관련 기술 6종에 대해 자국 기업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네덜란드도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특히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등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네덜란드와 합의한 지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입장을 바꿔 양국의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들에 대중국 수출 규제에 동참하도록 압박하고 나섰다"며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막기 위한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통제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 트럼프 행정부 주요 기관의 인사 문제로 새로운 규제가 나오려면 몇 달 걸릴 가능성이 있다"며 "동맹들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美 섣부른 수출 규제로 자국 기업 경쟁력 약화돼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 기업에까지 대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이유는 최근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자국에 대한 전략적 위협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최종 목표는 중국의 인공지능(AI) 및 군사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전 세계 '탑5' 반도체 장비업체 중 미국 기업인 램리서치와 KLA, AMTA이 이미 FDPR을 적용받는 상황에서 TEL과 ASML까지 미 상무부의 관할에 들어오면 사실상 중국은 첨단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발표한 '미국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와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0월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발표 후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의 주요 지점을 장악하고 중국의 반도체 기술 산업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의 고급 칩 산업에 대한 접근, 칩 설계, 고급 칩 제조, 제조 장비 개발을 차단하기 위해 주요 반도체 정책을 강화해 왔다. 특히 이번에 논의 중인 반도체 장비의 경우, 미국의 규제를 우회해서 도입하더라도 유지보수 서비스 없이는 반도체 생산과정의 엄격한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하지만, 이 같은 대중국 규제가 되레 중국의 기술 자립화와 더불어 미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자, 미국 내에서도 기존 규제에 대한 노선 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규제 도입 이후 미국 기업은 대중국 반도체 판매가 어려워졌고, 이는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 통제 발표 후 미국의 반도체 부문 기업의 매출·수익성·부채·고용 등 주요 지표가 악화됐다. 여기에 해당 기업의 R&D 투자 위축, 시장 가치 하락과 불확실성 증가 등의 부작용도 이어졌다.

게다가 중국의 보복도 강화됐다. 미국의 규제 발표 후 중국은 마이크론의 메모리 칩 판매 금지했고 마이크론 매출은 2023년 회계연도에 49% 감소했다. 인텔과 이스라엘 기업 타워세미컨덕터의 합병도 18개월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더욱이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대해 공격적인 투자와 혁신을 강화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미국 반도체 산업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통제로 인해 미국 대신 자국의 협력업체와 비즈니스 관계를 강화하고 있어 악순환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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