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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K-철강, 트럼프發 관세 폭탄에 현지 생산 거점 확대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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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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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철강 수입품에 5% 관세 부과 공식화
한국 등에 적용해 온 면세 쿼터제 폐지 가능성 높아
국내 철강업계, 가격 인상으로 대미 수출 감소 우려
10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하고 있다/사진=백악관 유튜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한국산 철강은 그동안 수입 쿼터제를 적용받아 무관세 물량 만큼만 미국에 수출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쿼터 물량에도 예외없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중국산 저가 철강의 물량 공세 속에 업황 침체의 위기에 직면한 국내 철강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도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마련해 정면 돌파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25% 관세 적용으로 새로운 기업 생겨날 것"

10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고한 대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하고,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포고문에 서명했다. 관세 조치 시행 예정일은 오는 3월 12일이다. 그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단순화해 예외나 면제 없이 25%를 일괄 적용한다"며 "이는 미국 철강·알루미늄 시장에 많은 기업들이 새로 설립되거나 재가동될 것이란 의미"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라 국가 안보를 위해 일부 국가의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각각 부과했다. 당시 관세를 면제받는 쿼터를 두었는데,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면제 대상국이 확대됐다. 현재까지 관세 면제를 받은 나라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파트너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이다. 한국은 2018년 관세 대신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적용하기로 미 정부와 합의해 현재까지 263만 톤(t)에 한해 무관세를 적용받아 왔다.

韓 철강업계, 美 현지에 생산 거점 마련해 정면 돌파

미국이 실제로 한국산 철강 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수출 물량 감소다. 미국은 2022년부터 한국의 철강 제품 수출국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업체들의 대미 수출액은 43억4,700만 달러로 일본(38억1,200만 달러)과 중국(33억1,300만 달러)을 크게 앞섰다. 쿼터제를 적용받아 무관세 수출 물량에 제한이 있음에도 미국이 한국 철강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로 국내 철강업체들이 미국 현지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쿼터제를 적용받던 국가에까지 관세가 부과되면 기업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 현지에서 철강재를 생산·유통·판매하려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로 미국에 많은 기업들이 새로 생겨날 것이라고 장담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업계는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 확대해 트럼프발 관세 폭탄을 정면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국내 철강기업들은 미국에 대규모 제철소를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일환으로 해외 상공정 투자 계획을 밝혔다. 미국·인도 등 고수익 지역을 중심으로 투자 지역을 선별해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취지다. 상공정은 고로나 전기로를 통해 철광석 등 원재료를 녹여 반제품을 만드는 작업으로 제철소의 핵심 공정이다.

국내 2위 철강사인 현대제철도 자동차용 강판 제품을 생산하는 제철소의 미국 건설을 추진 중이다. 미국 현지에 건설하는 첫 생산시설로 오는 2029년 완공을 목표로 총 10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는 전기로 공장 부지 선정을 위해 미국 내 다수의 주 정부 측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현대제철은 지난달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현지 생산시설 건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투자 의사 결정이 확정되면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폐쇄된 포스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사진=포스코

中 저가 물량 공세 속에 세계적인 업황 침체 장기화

이처럼 미국의 관세 정책이 불확실성을 키우는 가운데 세계 철강업계의 불황까지 겹치면서 국내 기업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조강(쇳물) 생산량은 4,764만 톤으로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장 가동률은 포스코 85%, 현대제철 84%로 최근 3년 새 가장 부진했다. 감산도 이어졌다. 현대제철은 약 7만 톤 규모의 감산을 진행했고 동국제강도 생산량을 평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업황 악화는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도 포스코는 전년 동기 대비 40%, 현대제철은 77% 급감했다.

불황의 직접적인 요인은 세계적인 공급 과잉이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이 내수 부진으로 인해 과잉 생산한 철강으로 글로벌 시장에 대거 공급하면서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글로벌 선재 시장의 생산능력은 2억 톤에 육박했으나, 수요는 절반도 못 미치는 9,000만 톤에 불과해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했다. 수요가 감소하면 생산량을 줄여야 하지만 중국 정부가 실업을 막기 위해 보조금 등을 지원하며 공장 폐쇄를 막고 있다. 한국 등 주요국 경쟁사들이 문을 닫을 때까지 '버티기 작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스코는 45년 넘게 운영해 온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지난해 11월 19일 전격 폐쇄했다. 지난해 7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 폐쇄에 이어 3개월여 만에 주요 철강 생산시설을 또 닫은 것이다. 포스코 측은 "국제 철강 공급 과잉과 중국산 저가 공세 등에 악화하는 수익성을 개선하고 효율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저수익 사업으로 분류된 중국 장쑤성의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에는 현대제철도 경북 포항 2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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