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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중국 위협 더해가는데 미국 지원은 불투명’, 대만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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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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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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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여소야대 정국 속 내부 분열 격화
중국 군사적 위협 증대에 미국 입장은 ‘안개 속’
내부 분열, 양안 관계, 미중 갈등 ‘삼중고’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작년 대만 대선은 민진당(Democratic Progressive Party, DPP)이 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는 했지만 국회 과반수 확보에 실패하면서 반쪽짜리 정부를 낳았다. 야당인 국민당(Kuomintang, KMT)-대만 국민당(Taiwan People's Party, TPP) 연합도 논란과 내부 스캔들로 이미 분열된 정치 지형에 복잡성을 더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은 그대로인데 미국의 입장은 트럼프(Trump) 대통령 복귀로 안개 속에 있다. 내부 분열과 양안 관계에 더해 강대국 간 힘겨루기까지 삼중고가 대만을 힘들게 한다.

사진=동아시아포럼

대만, ‘독립파’ 민진당 후보 대통령으로 선택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경제적 압박, 선전전 속에서 대만 국민은 작년 대선에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라이칭더(Lai Ching-te) 후보를 총통으로 선택했다.

야당인 국민당과 대만 국민당 간 후보 단일화 실패 덕도 본 것으로 여겨지는 라이칭더의 승리는 민진당의 3연속 집권이라는 유례없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라이칭더의 임기는 40.05%라는 낮은 지지율로 시작했다. 더구나 민진당은 입법 선거에서 총 113석 중 51석을 얻어 다수당 자리마저 내줬다. 반면 국민당은 민진당을 1석 차이로 제쳤고 대만 국민당도 8석을 차지했다.

다수 여당과 야당 모두 과반수 의석 획득에 실패하며 대만 국민당은 상당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가 됐다. 하지만 이 기회를 정치적 목표 실현에 사용하는 대신 대만 국민당 의원들은 국민당과의 연합을 선택했다. 이렇게 탄생한 야당 연합은 의회 내 소란과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논란 속에 법안들을 통과시켜 왔다.

여소 야대 국면에 야당 부패 혐의까지 정치적 혼란 지속

야당 연합은 올해 정부 예산도 63.4억 달러(약 9조2천억원)나 줄였다. 이는 전체 예산의 6.63%에 해당하는 전례 없는 예산 삭감으로 라이칭더 행정부의 정책 집행에 심각한 어려움을 더할 전망이다. 행정부는 예산 삭감을 ‘보복성’이라고 비난하지만 대만 정치의 분열이 계엄령과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한국의 헌법 위기 수준까지 치달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정치적 분열과 교착 상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인내와 정치인들의 초당적 노력에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이 와중에 대만 국민당 고원제(Ko Wen-je) 대표가 부패 혐의로 기소되며 전 국민에게 충격을 안겼다. 대만 국민당은 다수당에 대한 경쟁력 있는 대안으로 여겨져 왔고 고원제 대표 역시 비록 대선에서 졌지만 26.5%의 득표율로 예상보다 선전했기 때문에 파장은 컸다. 특히 국민당과 민진당의 이념 대립에 지친 젊은 세대가 대만 국민당을 지지했다. 고 대표는 이번 기소를 민진당이 사주한 정치적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지만 당 주요 인사들이 추가로 부패 혐의를 받으며 문제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대만 국민당은 작년 대선에서 선거자금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슬로건으로 삼았던 ‘깨끗한 정치’에 심각한 오점을 남기는 사안이다. 정당에 대한 지지가 이념에 대한 찬성보다는 고 대표 본인의 인기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대만 국민당이 이미 존폐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군사적, 외교적 압박 ‘증가 일로’

양안 관계도 ‘대만 독립을 위한 실용적 일꾼’을 자청한 라이칭더 총통에게 벅찬 과제로 남아 있다. 2016년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Tsai Ing-wen) 총통 집권 이후 중국은 대만과의 공식 소통을 일체 중단하고, 국제 사회에서 대만을 고립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군사적 압박도 고조시켜 왔다. 라이칭더 총통은 취임 연설에서 현재 상황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중국의 대만에 대한 정치적, 군사적 위협 중지를 촉구한 바 있다. 또한 중국에 ‘동등한 지위와 존중’ 원칙하에 대화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라이칭더 총통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지 않는 다음에야 중국 정부가 제안을 수용할 리는 없다. ‘대만과 중국은 서로에게 종속되지 않았다’는 발언도 중국 지도자들을 격분시켰다. 이후 중국의 군사적 행동은 더욱 적대적으로 변해 대만 인근 해상에서 수차례 군사 훈련까지 실시했다. 이런 와중에 의무 군복무 기간을 연장하고 예비군 훈련 체제를 정비하겠다는 대만의 계획도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의 ‘그레이 존 전술’(grey zone tactics, 전면전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무력을 과시) 및 실제 적대 행위 가능성에 대한 대만의 방어 능력에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방위비 분담 목소리도 ‘한층 커져’

양안 관계 문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한층 복잡해졌다. 국제 사회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한 트럼프의 회의적 입장은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대만을 지원한 바이든(Biden) 행정부와 대조된다. 트럼프는 대외 관계에서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실익을 거두려 하는 거래적 접근을 중시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한국, 일본이 미국의 안보 협력에 온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훈계조의 비판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첫 임기 때는 대만에 강력한 안보 지원을 제공했지만, 트럼프는 지속적으로 중국 대비 대만의 가치는 물론 미국의 대만 방어 능력에까지 회의적 입장을 밝혀 왔다. 작년 한 인터뷰에서는 ‘대만은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며 ‘미국이 보험회사와 다름없는데, 대만은 아무것도 내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 대부분을 앗아갔다는 불평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의 민주주의 이념에 앞선 미국 우선주의나 그간의 예측 불가능성을 볼 때 라이칭더 행정부는 국내의 반대 의견을 다독이며 미국의 거래적 외교에도 대처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매파(China hawks)로 가득한 점을 감안할 때 대만이 미중 갈등에 잘못 끼어들면 강대국 장기판의 말로 전락하는 운명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T.Y. 왕(T Y Wang) 일리노이 주립대학교(llinois State University) 명예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 divided Taiwan faces cross-strait pressures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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