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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조금 먹고 ‘쑥쑥’, 도로 점령한 중국산 전기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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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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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전기버스, 전국 3,700대 도입
경기버스 10대 중 6대 중국산
“쏠림 우려, 안전도 고려해야”

경기도와 인천광역시가 최근 3년 동안 보급한 전기버스 10대 중 6대 이상이 중국에서 수입한 전기버스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산업안보와 승객안전,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산 전기버스로의 쏠림 현상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韓 지자체서 3년간 보조금 지급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소희 의원실(국민의힘)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지방자치단체별 국산·수입 전기버스 보급실적 및 보조금 집행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2024년 전국에 보급된 전기버스 수는 총 8,505대로 이 중 중국산 전기버스가 3,722대로 비율이 43.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자체(광역 시도)별 현황을 살펴보면 중국산 비중이 가장 높은 지자체는 인천시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보급한 전기버스 256대 가운데 중국산이 167대(65.2%)에 달했다. 이어서 경기도의 중국산 전기버스 비중이 61.5%를 기록했고 강원도(52.2%)와 서울특별시(41.3%), 세종특별자치시(36.7%) 등이 뒤를 이었다. 반대로 중국산 보급 비중이 가장 낮은 지자체는 부산광역시(5.1%)로 나타났고 충청남도(8.3%), 울산광역시(8.6%), 광주광역시(8.7%)도 중국산 전기버스 비율이 낮았다.

중국산 전기버스의 ‘보급대수’를 살펴보면 경기도가 압도적인 1위였다. 경기도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도입한 총 3,742대의 전기버스 가운데 중국산이 2,300대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에 보급된 중국산 전기버스의 61.8%에 달하는 숫자다. 이어서 서울시(687대), 경상남도(172대), 인천시(167대) 등이 중국산 전기버스를 많이 보급했다. 중국산 전기버스를 가장 적게 보급한 지자체는 광주광역시(2대)로 나타났다.

조사가 이뤄진 3년간 전국 지자체가 지급한 ‘전기버스 구입 보조금’은 총 4,414억원으로 확인됐고 이 중 중국산 전기버스 구매를 보조하는 데 들어간 금액은 1,62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자체 보조금 예산의 36.8%가 중국산 버스 구매에 사용됐다는 뜻이다. 특히 인천시는 78억9,800만원의 전기버스 보조금 가운데 49억9,600만원(63.3%)을 중국산 전기버스 도입에 사용했으며 경기도 역시 총 1,913억6,800만원의 전기버스 보조금 가운데 51.4%인 983억9,100만원을 중국산에 지원했다.

가성비·성능·혜택 앞세워 점유율 확대

사실상 국내 대형 전기버스 시장은 이미 중국산이 국산을 추월한 상태다. 지난 2023년 대형 전기버스 판매 실적을 보면 국산 1,139대, 중국산 1,239대로 중국산이 52%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이는 2021년 31%에서 2년 사이에 무려 21% 늘어나면서 중국산이 절반 이상을 확보한 것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정부가 중국산 전기버스에 대해 구매 보조금을 불리하게 적용했음에도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중국산 전기버스를 견제하기 위해 지난 2023년 배터리 밀도에 따라 구매 보조금을 차등 지급 정책을 폈다. 낮은 밀도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중국산 전기버스를 제재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전기버스에 지급된 보조금은 최대 5,000만원으로 국산 전기버스의 절반 수준이었다.

하지만 중국산 전기버스 수입사들은 △전기충전소 무료 설치 △108개월 무이자 할부 △차고지 무료 개보수 △유류비 지원 등 다양한 구매 혜택을 제공하며 맞대응했다. 그 결과 중국산 전기버스 판매량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했다.

"보조금까지 주며 중국산 버스 수입할 이유 없어"

중국산 전기버스는 에너지 밀도가 낮고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주로 탑재한다. 이 때문에 판매 가격이 수입단가 기준으로 1억5,000만원에서 2억원대 수준이다. 3억원대 중반인 국산 전기버스보다 1억원가량 저렴하다. 성능도 우수하다. 우선 주행거리의 경우 주로 수도권에 많이 보급된 중국 BYD의 eBus12는 1회 완충 시 최대 502.9km까지 갈 수 있다. 이는 동급 전기버스 중 최장 거리다. 특히 현대차의 전기버스 일렉시티(420.8km)보다 82.1km를 더 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 업체들은 국산 전기버스의 문제점을 파악해 품질을 개선하거나 국내 업체와 협력해 배터리, 섀시 등 주요 부품만 중국에서 들여오고 나머지 부품을 모두 국산화해 완성도 높은 품질력을 확보했다. 이런 이유로 운수사업자들은 중국산 전기버스를 선호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운수업체들에 국산 친환경 버스 사용을 더욱 독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중국산 전기버스가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상용차 제조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0년에는 대우버스가 65년 만에 한국 내 생산을 중단하고 생산지를 베트남으로 옮긴 바 있다.

또 중국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 육성을 위해 외국 기업에 각종 페널티를 부과하는데, 한국 정부와 지자체가 보조금까지 주면서 중국산 버스를 수입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화재 사건 당시 중국 전기버스 제조사들은 한국 정부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정보공개 요구에 응하지 않는 등 승객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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