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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주지사 "가스 구매하면 혜택" 트럼프 전폭 지지 속 美관세 압력 연계 언급 LNG 구매외 사업 참여 통한 추가 이익 강조

마이크 던리비(Mike Dunleavy) 알래스카 주지사가 한국을 방문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알래스카 가스(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하겠다는 합의를 해야 관세를 포함한 여러 사안들에 대한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압박했다. 한·미 양국은 철강, 조선, 기자재 업체 등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하다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을 위해서는 한국의 구매 의사가 우선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韓 'LNG 구매합의' 먼저 해야"
28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던리비 주지사는 2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국내외 언론 인터뷰에서 “알래스카산 LNG 구매 합의는 (한·미간) 무역 불균형 문제와 관세 이슈와 연결될 수 있다”며 “구매 합의를 해야 여러 사안에 대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던리비 주지사는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경제성, 한미 동맹, 무역 불균형 해소 등의 종합적인 관점에서 이 프로젝트 참여 여부를 판단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강한 톤으로 한국의 가스 구매 희망 의사를 피력했다.
그는 “핵심은 한국이 알래스카산 가스를 구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며 “그럴 경우 관세 협상 등 다른 모든 사안이 자연스럽게 연계된다. 모든 것은 ‘가스 구매’에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알래스카) 가스를 구매함으로써 혜택을 얻게 되고, 한국 기업들은 우리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추가 이익을 얻게 된다”며 알래스카 LNG 구매가 한국에도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떠날 수 있다면 한미 양국 당사자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서울에서의 일정이 끝나면 의미 있는 이해를 도출하면서 몇 건의 투자의향서(LOI) 체결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사업 참여를 강하게 권유하는 던리비 주지사의 발언은 한국과 일본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를 희망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지지를 등에 업고 한국 측의 참여를 끌어내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사업비 440억 달러 전망, 초과 비용 등 불확실성 높아
한국은 어차피 연 4,000만t의 LNG를 수입해와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산 수입 비중을 늘린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력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현지 가스관 건설 사업 참여와 LNG 운반선 구매 수요도 관련 기업에 호재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사업 자체가 상업적 성공에 이르기까지 어려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업계에선 우선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해 접근할 필요가 있단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알래스카 LNG프로젝트는 지난 10여 년간 민간 자본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엑슨모빌, 브리티시페트롤리엄, 코노코필립스 등 글로벌 오일메이저는 한때 참여를 검토했지만 2016년 손을 뗐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시노펙과 중국투자공사, 중국은행도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협정을 맺었지만 현재는 사실상 철수한 상태다. 모두 사업성이 낮다는 게 이유였다.
해당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약 1,300㎞ 길이의 가스관을 통해 남부 해안으로 운송해 액화한 뒤 수출하는 사업이다. 북극 혹한을 뚫고 가스관을 건설해야 해 사업비는 440억 달러(약 6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보다 2~3배 높은 사업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장기간 개발이 공전됐다는 건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면밀한 검토 없이 추진할 경우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대만‧일본은 투자 의향 표명
다만 일각에서는 사업성과 함께 에너지 안보도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를 촉구한 국가는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권 국가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위협에 직면한 대미 무역 흑자국인 동시에 외교·안보 차원에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안보 파트너이자, 전 세계에서 LNG 수입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프로젝트 사업성 자체를 넘어서는 득실이 존재할 수 있는 셈이다.
대만과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투자 의향을 밝힌 것 역시 사업성과 에너지안보를 동시에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 대만 정부는 알래스카 주정부 측과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투자할 의사를 표명한 투자의향서를 체결했다. 대만 경제부 발표에 따르면 던리비 주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대만 국영 에너지 기업 CPC코퍼레이션과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공사(AGDC·Alaska Gasline Development Corporation)가 투자의향서에 서명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대만의 에너지 안보 강화와 미국과의 협력 증진 차원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파트너십을 환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은 지난 2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프로젝트 참여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일본이 알래스카 LNG를 대량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고, 이시바 총리도 이에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