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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올리자 ‘쉬운 돈벌이’ 껑충 비정규직 24만 명 폭증, 지급액 80%↑ "구직자의 도덕적 해이가 원인"

2019년 바뀐 실업급여 제도 때문에 비정규직이 폭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급액과 지급기간을 모두 대폭 늘려주자 수급에 필요한 기간만 일하면서 반복수급을 누리려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저임금을 받고 일한 근로자보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받는 지급액이 더 많은 역전현상이 발생하는 등 제도 설계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업급여 비중 1%p 인상 때 비정규직 0.12%p 증가
18일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은 2019년 변경된 실업급여 제도로 인해 지난해까지 비정규직이 24만1,000명 증가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실업급여 비중과 비정규직 근로자수의 인과관계 분석에는 2005~2022년 한국과 유럽 20개국 자료를 바탕으로 '하우스만-테일러 추정법'을 적용했다.
분석 결과 실직 전 받은 평균 임금 대비 실업급여 비중이 1%포인트 올랐을 때 비정규직 비중(전체 임금 근로자 대비)은 0.12%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석을 최근 변경된 실업급여 제도에 적용하면 실업급여가 인상되면서 그로 인해 비정규직이 늘었다는 결론이다.
2018년 대비 지난해 실업급여 비중은 50%에서 60%포인트로 인상됐고, 동 기간 비정규직 비중은 1.2%포인트 늘었다. 수급요건 역시 한국(실직 전 18개월 중 180일 근무)이 독일(30개월 중 12개월 이상 근무)이나 스위스(24개월 중 12개월 근무), 스페인(6년 중 360일 이상 근무)보다 느슨했다. 연구원은 "실업급여가 증가하면 구직자는 도덕적 해이에 빠지기 쉬워진다"며 "자발적 퇴직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지만 계약기간이 정해진 비정규직은 수급이 용이해 도덕적 해이가 비정규직에서 발생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작년 실업급여 지급액 12조 돌파
실제로 실업급여 지원 확대는 사회 안전망을 강화한다는 선의의 취지를 갖고 시작한 것이지만 결론은 다소 달랐다. 한국재정학회가 국회예산정책처의 의뢰로 수행한 ‘실업급여제도의 고용 성과에 관한 효과성 분석’ 연구를 보면 실업급여 혜택 확대의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난다.
연구진이 입수한 2015~2023년 고용보험행정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가 급여를 받은 일수는 2015~2019년 사이 평균 125.5일이었다. 하지만 실업급여제도가 바뀐 직후인 2020~2023년에는 157.9일로 30일 이상 증가했다. 연구진은 제도 변화로 인해 실업급여 수급자가 실업 상태에 놓이는 기간이 32.644일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어 연구진은 “2019년 실업급여제도 변화가 실업급여 수급 기간, 실업급여 수급 종료 후 취업 소요 기간, 실업 기간 등을 모두 늘려 구직급여 지급액 증가와 노동시장에의 재진입 지연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실업급여 지급액은 2018년 6조7,000억원에서 2024년 12조3,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실업급여 하한액 인상에 부정수급도 증가
실업급여 혜택 강화로 재취업자들의 노동시장 재진입이 미뤄지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실업급여는 기본적으로 재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취직 활동을 돕는 구직급여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재취업을 유인하는 대책은 별도로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급여 지원 규모와 기간만 확대하다 보니 일자리를 다시 구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업급여 반복 수급과 같은 도덕적 해이 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실업급여를 3회 이상 수급한 반복 수급자는 2019년 8만6,000여 명에서 지난해 11만여 명으로 27.9% 늘었다. 이 중 같은 사업장에서 3회 이상 받은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0.9%에서 2023년 18.8%로 크게 높아졌다. 사업자와 근로자 모두 합의하에 관련 제도를 악용하고 있는 형세다.
이 같은 부정 수급을 부추긴 건 실업급여 하한액 인상이다. 실업급여 하한액은 최저임금의 80%로 연동돼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2021년 5만5,808원에 그쳤던 ‘실업급여 일액(8시간 근로 기준 하루 지급액)’은 지난해 6만3,104원으로 치솟았다. 올해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사상 첫 1만원을 돌파하면서 하한액은 더 오를 판이다. 주 40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계산한 월 하한액은 189만3,120원으로,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이 4대 보험료와 세금을 빼고 손에 쥐는 실수령액(월 185만6,276원)보다 많았다. 높은 하한액은 근로자들의 일할 ‘동기’를 약화하는 요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