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루이비통 본사, 韓 백화점에 '따이궁 리베이트 중단' 요청 "명품 시장 판도 바뀌나"
Picture

Member for

3 months 3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수정

국내 백화점, 외국인 큰손에 6% 환급
LVMH "브랜드 가치 훼손" 우려
따이궁 '싹쓸이 쇼핑' 줄면 매출 뚝
사진=LVMH

세계 최대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가 국내 주요 백화점에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에 주는 리베이트 혜택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따이궁이 루이비통 등 자사 제품을 낮은 가격에 구입한 뒤 자국으로 돌아가 되파는 사례가 많아져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따이궁은 명품 매입처로 한국 면세점을 선호했으나 최근 들어 한국과 일본 백화점으로 다변화했다.

LVMH, 韓 백화점에 "따이궁 리베이트 주지마라"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LVMH는 이달 초 신세계 등 국내 주요 백화점에 ‘루이비통을 외국인 리베이트 환급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국내 주요 백화점은 외국인 큰손을 상대로 구매액의 약 6%를 되돌려주는 리베이트 제도를 운영 중이다. 원래 외국인 VIP를 위한 혜택이지만 최근 따이궁이 몰리면서 사실상 ‘따이궁 리베이트’로 변질했다.

따이궁은 중국과 한국 간 가격 차이가 큰 루이비통 제품과 한국에만 있는 모델 등을 한 번에 수억원어치씩 구매해 중국에서 되파는 방식으로 이익을 낸다. 여기에 6% 리베이트와 환율 변동을 활용하면 3~4%의 판매 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한국 백화점 상품은 가품 우려가 없어 중국에서 프리미엄을 받기도 한다.

LVMH가 한국 백화점의 영업 행태에까지 관여한 것은 그만큼 브랜드 가치 훼손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은 과거 따이궁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LVMH 실적이 개선돼 더 이상 따이궁 매출까지 필요하지 않게 된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LVMH의 작년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줄어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 매출 감소를 겪었지만 4분기에 매출이 1% 늘어 반등에 성공했다.

롯데면세점이 운영 중인 김포공항 출국장 내 면세점 DF1구역의 모습/사진=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도 따이궁 손절 "밑지는 거래 안 한다"

이번 공문은 한국 백화점 내 루이비통 매장에서 따이궁 판매를 사실상 금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리베이트가 없으면 따이궁이 취할 수 있는 마진이 사라져 상품을 매입할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이궁의 매입처가 한국 백화점으로 확장된 건 1년여 전부터다. 과거 따이궁의 주된 매입처는 면세점이었다.

2017년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국상품 불매)으로 인해 유커(遊客·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자, 국내 면세점들은 따이궁 유치를 위해 출혈 경쟁을 펼쳤다. 송객 수수료란 명목으로 구매액의 40~50%를 리베이트로 줬다. 면세점의 상품 마진이 평균 35%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밑지고 팔았다. 하지만 따이궁과의 동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면세점이 따이궁 리베이트 때문에 줄줄이 적자를 낸 영향이다.

이에 면세점은 지난해부터 리베이트 영업 관행을 확 줄였고, 롯데면세점의 경우 올해 들어 아예 따이궁과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롯데면세점은 조직개편을 통해 기업형 따이궁 상품의 발주 등을 담당하는 특판조직을 해체하고 지난달부터는 따이궁에게 면세품 판매 중단도 통보했다. 따이궁과의 거래 전면중단을 선언하고 담당 조직까지 없앤 건 국내 면세점 중 롯데면세점이 처음이다.

롯데면세점은 따이궁 대신 자유여행객(FIT)에게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한국을 찾는 중국 여행객이 유커에서 ‘싼커’(개별 여행)로 바뀐 만킄ㅁ 이들을 타깃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베트남 호주 등 해외 점포 20개 중 부실한 점포 정리도 함께 추진한다. 업계는 롯데를 시작으로 신라, 신세계, 현대 등 다른 면세점도 따이궁과의 거래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따이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방한 여행객 트렌드 변화에 따른 실적 부진은 롯데뿐 아니라 면세점업계 전체의 문제기 때문이다.

따이궁과 결별 선언하자 매출 반토막

다만 따이궁과의 거래 중단으로 급격히 줄어든 매출을 어떻게 복구하느냐는 과제다. 국내 면세점업계는 이미 한 차례 따이궁의 쇼핑 감소로 인한 매출 하락을 경험한 바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2023년 면세점 외국인 거래액은 11조726억원으로 전년(16조3,902억원) 대비 5조3,176억원 쪼그라들었다. 면세점을 이용한 외국인 수가 2022년 156만 명에서 2023년 602만 명으로 1년 만에 4배가량 증가했음에도 실질 거래액은 반토막이 난 것이다. 외국인 1인당 면세점 거래액은 1,051만원에서 184만원으로 크게 축소됐다.

이는 따이궁과 유커의 구매액이 줄어든 영향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면세점업계는 2020~2022년 코로나19 확산 기간 따이궁에게 대규모 할인 혜택을 줬다가 2023년 초부터 할인 프로모션을 점진적으로 축소했다. 이에 따라 수익성은 다소 개선됐지만 매출은 대폭 줄어들었다.

Picture

Member for

3 months 3 weeks
Real name
이동진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