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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오피스텔 공급, 2019년 대비 10분의 1 그쳐 정부, 공급 확대 위해 규제 대폭 완화 전문가 "투자 수요 확보하려면 세제 혜택 필요해"

국내 오피스텔 공급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고, 비(非)아파트 기피 현상이 심화하며 투자 수요가 위축된 결과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며 공급 확대를 유도하고 있지만, 이 같은 조치가 실제 시장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피스텔 '공급 절벽'
19일 부동산 데이터 분석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도 오피스텔 입주 예정 물량은 1만1,994실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입주 예정 물량(3만3,461실)보다 64.1% 줄어든 수치이자, 최근 10년래 가장 입주 물량이 많았던 2019년(11만211실)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전국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2019년 11만211실에서 2020년 9만7,732실, 2021년 7만7,726실, 2022년 5만4,418실, 2023년 5만6,457실, 2024년 3만3,839실 등으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내년도 서울의 오피스텔 입주 물량은 1,417실로 확인됐다. 이는 올해(4,456실)보다 68.2% 줄어든 규모다. 서울 외 지역의 감소 폭은 더 크다. 인천의 내년 입주 물량은 1,860실로 올해(8,084실)보다 77.0% 적다. 경기의 입주 물량은 올해 1만3,420실에서 내년 4,503실로 66.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332실이 입주하는 대전도 내년 입주 물량은 60실에 불과하다. 경남도 올해 629실에서 내년에 44실로 입주 물량이 93.0% 줄어든다. 광주, 강원, 경북, 충북, 세종 등은 내년도 입주 물량이 전무하다.
시장에서는 오피스텔 공급 감소의 배경으로 수년째 지속되는 부동산 시장 침체를 지목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가라앉으며 건설사들이 자금난을 겪는 가운데, 투자를 위한 매수 수요까지 위축되며 공급 자체가 메말랐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 방안
정부는 이미 오피스텔 공급 확대를 위해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든 상태다. 오피스텔 공급 부족 상황이 계속될 경우 임대·매매 시장이 나란히 자극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오피스텔 건축 기준 개정안을 마련, 전용면적 120㎡를 넘는 오피스텔의 바닥난방 설치를 허용했다. 작은 면적부터 점진적으로 완화되던 바닥난방 규제가 120㎡를 끝으로 완전히 폐지된 것이다. 해당 조치는 개정 건축 기준 고시 이후 건축 허가를 받는 오피스텔부터 적용되고 있다.
지자체가 나서서 규제를 완화한 사례도 있다. 통상 아파트와 같은 주거 시설의 경우 발코니 외부에 창호를 설치한 뒤 발코니를 주거 공간의 연장선으로 개조하는 경우가 많다. 오피스텔은 지난해 2월 정부의 기준 개정으로 발코니 설치가 허용됐으나, 외부 창호 설치 가능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었다. 이에 서울시는 정부 발표 후속 조치로 지난해 5월 오피스텔 발코니 유효 폭을 0.8m 이상으로 설정하고, 발코니 외측에 창호 설치를 제한하는 내용의 ‘서울시 오피스텔 발코니 설치 기준’을 시행했다.
이후 서울시는 지난 3월 이 같은 설치 기준을 직접 폐지했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는 오피스텔 발코니 외측 창호 설치가 가능해졌으며, 오피스텔의 발코니 설치 허용 범위(지상 3~20층)도 완화됐다. 발코니 유효 폭에 대한 기준도 사라졌다. 다만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업무 시설에 해당하는 만큼, 주택의 발코니와 달리 확장 등 구조 변경은 불가능하다.

겹겹이 쌓인 시장 악재
다만 이 같은 조치가 실제 공급을 활성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임차인들의 비아파트 기피 현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오피스텔은 실거주보다 투자 목적으로 매매하는 경우가 많다. 임차 수요가 줄어들면 분양·매매 수요도 자연히 쪼그라드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오피스텔 거래량은 2,577건으로 한 달 전보다 36.7% 감소했다. 거래 금액은 5,549억원으로 같은 기간 41.4% 축소됐다.
치솟는 공사비 역시 문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공사비지수는 131.04였다. 이는 기준 연도인 2020년(100) 대비 31% 이상 오른 수치다. 공사비지수는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직접 공사비의 물가 변동을 추정하는 지수로, 재료, 노무, 장비 등의 투입 자원별 물가 변동 현황을 보여준다.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분양가마저 높은 수준에서 책정되면 투자자들은 굳이 오피스텔을 찾을 이유가 없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민간 오피스텔 공급이 활발해지려면 세제 혜택 등 투자 수요를 끌어당길 만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시장 전문가는 "정부는 지난해 ‘8·8 공급 대책’에서 오피스텔과 빌라 등 소형 주택을 세금 산정 때 주택 수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해당 조치는 면적과 매매가에 따라 선별적으로 적용된다"며 "오피스텔 시장을 살리려면 보다 보편적이고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양도소득세 완화, 임대소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해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 최우선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