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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에너지 위기 속 ‘탈원전 유턴’ 가속화, 韓 수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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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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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22년 전 탈원전 기조 공식 폐기
이탈리아, 지난 3월 원자력 기술 사용 승인
스페인, 대규모 정전사태 이후 원전 폐쇄 재고

벨기에가 22년 만에 원전 부활을 결정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데다, 친환경 전력 비중이 높은 스페인에서 최근 대규모 정전이 발생함에 따라 유럽 전역에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벨기에, 원전 부활 공식화

15일(이하 현지시각)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벨기에 의회는 새 원자로 건설을 허용하는 정부 원전 산업 부활 계획을 찬성 102표, 반대 8표, 기권 31표로 가결했다. 22년 전의 ‘탈원전 공약’ 폐기를 공식화한 것이다.

압도적 찬성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벨기에는 2003년 일찌감치 탈원전을 선언했다. 당시 원전 가동 기한을 40년으로 제한하고 올해까지 모든 원전 단계적 중단하기로 했다. 환경보호와 노후 원전 안전 문제가 탈원전 결정 이유였다.

그러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유럽 전역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면서 기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벨기에는 2023년 1월 가장 최근 지어진 원전 2기 가동을 10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해 2월엔 ‘최장수’ 원전 폐쇄 일정을 올해에서 2027년으로 미뤘다.

주요국 ‘탈탈원전’ 움직임, 독일만 탈원전 유지

탈원전 폐기 움직임은 다른 유럽 각국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초 탈원전 국가로 꼽히는 이탈리아도 지난 3월 원자력 기술의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승인한 바 있다. 재생에너지를 강조하던 스페인도 지난달 대규모 정전 사태를 겪은 뒤 향후 10년간 원자력 발전소 7곳을 폐쇄하려던 계획을 재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도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 시한을 연장했다. 프랑스는 노후화된 원자력 발전소를 재건하기 위해 6개의 원자로를 더 건설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에는 플라망빌 3호 원자로를 전력망에 연결했다. 이는 25년 만에 원자력 발전소가 전력망에 처음 추가된 것이다.

지난 40년간 원자력 발전 금지 정책을 고수해 온 덴마크도 핵 에너지 금지 조치를 재고하고 있다. 14일 라르스 오고르 덴마크 에너지·기후 장관은 덴마크 일간 폴리티켄과의 인터뷰에서 1985년 핵발전소 건설을 금지한 이후 처음으로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자력 기술이 갖는 잠재적인 이점을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덴마크 전력의 80% 이상이 풍력, 바이오연료,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된다. 세계 최대 해상풍력 기업인 외르스테드(Ørsted)의 본거지도 덴마크다.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나라는 극소수다. 주요국 중 사실상 독일만이 2023년 4월 당시까지 가동 중이던 원전 3기를 모두 폐쇄하는 등 탈원전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주변국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독일의 전력 생산이 단기간에 급감하면 독일과 전력망이 연결된 주변국의 전기 요금이 가파르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독일이 유럽의 ‘민폐 국가’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 원전 1호기(맨 왼쪽)부터 6호기(오른쪽) 모습/사진=한국수력원자력

블룸버그 “한국, 전 세계 원전 43% 수주 가능”

유럽 주요국을 중심으로 원자력 발전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원전 수출 시장에서 한국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 ‘다시 돌아온 원전, 한국이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원전 수출에선 비교적 신흥국인 한국이 수익성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가 전 세계에서 계획·제안된 원전 사업 400여 건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이 중 43%를 수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최대 원전 기술 수출국 중 하나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원자로를 지을 수 있는 국가와 기업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한국은 지리적, 정치적으로 비교적 유리한 위치라고 봤다. 과거 원전 사업을 이끌던 주역인 미국과 프랑스는 높은 비용과 공사 지연 문제로 신뢰가 하락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 문제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서방 국가의 선호도가 낮은 상황에서 한국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원전 발전이 1979년 스리마일섬 사고 이후 멈춰 섰고, 프랑스가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전 반대 여론에 직면해 고전한 것과 달리 한국은 50여 년간 비교적 지속적으로 원전을 건설·발전시켜 왔다는 게 블룸버그 평가다. 일본의 경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에서 여전히 회복 중인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한국은 국내 전력 수요 증가와 전 세계적인 탈화석연료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수십 년 전부터 자체 원자력 기술을 개발해 왔다”며 “한국의 조용하고도 효율적인 원전 산업은 동남해안을 중심으로 활기를 띠고 있으며, 중국이나 러시아와 연계되길 꺼리는 서방 국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한국 원전 산업의 최대 강점을 ‘효율적인 네트워크’라고 봤다. 엔지니어링, 건설, 유틸리티, 금융까지 국영 기업과 민간 기업이 촘촘히 연결됐다는 것이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인 레디언트 에너지그룹의 마크 넬슨 대표는 “한국은 ‘팀 코리아’로 움직인다”며 “발주국 입장에선 통일된 창구를 상대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간 원자력을 꾸준히 개발해 온 경험이 있는 점도 강점으로 지목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통신에 “우리는 50년 넘게 원전을 건설해 왔고, 멈춘 적이 없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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