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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정부 정책 따라 무역 상대국 바꾸는 미국 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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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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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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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 정부 대외 정책 맞춰 ‘공급망 변경’
관계 멀어진 국가로부터 ‘수입 줄여’
정치적 입장 따른 의사 결정, ‘기업 가치에 악영향’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정학적 갈등이 깊어지고 각국의 동맹국이 뒤바뀌는 상황이 이어지며 글로벌 무역에서도 새로운 풍조가 자리를 잡고 있다. 가격도 효율성도 아닌 정치적 입장이 기업 의사 결정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일수록 기업의 공급망 관련 의사 결정을 정부의 대외 정책과 일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러한 의사 결정 방식이 기업 가치 및 영업이익 하락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진=CEPR

정부 정책 따라 공급망 바꾸는 미국 기업 늘어

해당 연구는 미중 갈등이 글로벌 무역의 양상을 재편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바이든(Biden) 행정부에서 재무부 장관을 역임한 재닛 옐런(Janet Yellen)은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생산 기지 및 공급망의 우방국 이전)을 통해 국가 안보를 지키고 경쟁국 의존도를 줄이고자 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그럴듯해 보이지만 프렌드쇼어링의 경제적 효과는 그렇게 단순명료하지 않다.

2007~2020년 기간 96개 국가와 수입 거래를 하는 미국 내 700여 개 기업 대상의 연구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의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는 CEO가 이끄는 기업들은 미국과 이념적으로 멀어진 국가와의 수입 거래를 줄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가 강화된 국가와의 수입 거래량은 반대로 늘어났다.

미국과 상대국 간 이념적 관계는 국제 정치 관계 지표로 자주 사용되는 유엔 총회(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 투표 성향을 이용해 측정했다. 현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CEO들은 동일한 경영 방식을 노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는 순수한 경제적 의사 결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대미 관계 악화된 국가는 “수입 물량 줄여”

연구 결과는 CEO의 정치적 성향과 공급망 관련 의사 결정 사이 놀랄만한 상관관계를 제시한다. 특정 국가의 대미 관계가 1표준편차만큼 악화하면 미국 정부의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는 CEO가 이끄는 기업의 해당국 수입 물량은 그렇지 않은 CEO가 운영하는 회사보다 9% 더 많이 줄어들었다. 해당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아예 중단하는 경우도 2% 더 많았다.

여기서 CEO의 정치적 성향은 공화당이냐, 민주당이냐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직 대통령이 속한 정당의 지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무역 관련 의사 결정이 추상적인 이념이 아니라 현 정부의 세계관과 정치적 입장에 대한 동의 여부에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가 된다.

이러한 의사 결정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지는 대선 결과로 대미 관계가 악화된 국가들에 대한 기업들의 전략 변화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예상대로 미국 행정부와 이해를 같이하는 CEO는 해당국으로부터의 수입 물량을 그렇지 않은 CEO보다 많게는 50%까지 줄였다.

자국 선거로 대미 관계가 악화된 국가와 강화된 국가에 대한 수입 물량 변화(상관관계)
주: 선거 전후 기간(6개월, 0=선거 시점, X축), 상관계수(Y축), 관계 약화 국가(청색), 관계 강화 국가(적색), *청색 점선 하단이 현 정부를 지지하는 CEO의 반응, 상단이 반대하는 CEO의 반응을 나타냄(적색 점선은 반대)/출처=CEPR

‘위험 인식’과 ‘애국심’이 동기

그렇다면 이러한 의사 결정의 동기는 뭘까? 위험 인식(risk perception)과 애국심(nationalism)으로 보인다. 정부를 지지하는 CEO들은 공식 의사소통을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여기에 애국심의 지표로 사용되는 참전 용사 기부에 참여한 경영진일수록 대미 관계가 악화된 국가들과의 거래를 거두어들일 확률이 높았다.

정부와 거래하는 회사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공공 부문 계약을 따내기 위해 공급망을 바꾼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그보다는 개인적인 신념과 가치가 기업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적 신념 따른 의사 결정’,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

그런데 문제는 CEO의 정치적 신념이 무역 상대방만 바꾸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선거를 통해 미국과 멀어진 무역 상대국과 거래하는 기업 중 현 정부를 지지하는 CEO가 경영하는 회사의 주가가 더 많이 떨어진 것이다. 해당국 수입 의존도가 큰 기업은 2.6%까지 차이를 보여 정치적 의사 결정의 부정적인 결과를 드러냈다.

하지만 기업 내에 견제 장치도 있다. 이사회 구성원 중 다수가 반대 정당 지지자인 경우 CEO의 정치적 입장에 의한 영향이 줄어든 것이다. 사내 다양성이 정상적인 의사 결정을 지키는 보호막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연구가 제시하는 시사점은 명확하다. 정치적 영향력이 기업 의사 결정까지 스며드는 가운데 경제적 합리성이 뒷전으로 밀릴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프렌드쇼어링 역시 국가 안보를 강화하겠지만 기업 경영의 효율성과 수익, 경쟁력을 대가로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적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는 프렌드쇼어링이나 정치적 신념이 좌우하는 공급망 의사 결정 모두 예기치 않은 부작용의 위험과 경제적 대가를 동반할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원문의 저자는 메가나 아야가리(Meghana Ayyagari) 조지 워싱턴 대학교(George Washington University) 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Partisan politics and global supply chains: How CEO political alignment shapes trade decisions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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