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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수도권 입주 물량 7만 가구 하회 2027년부터 물량 반등 가능성 커, 이후 전망은 '불투명' 건설업황 침체로 올해 인허가 물량 급감할 가능성도

내년 수도권 아파트 공급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2022년 주택 인허가 물량이 평균치 이하로 급감한 영향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건설 업황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점진적으로 회복되던 인허가 물량이 올해 재차 미끄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아파트 공급 위축
25일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6만9,642가구에 그친다. 수도권 입주 물량이 10만 가구를 밑도는 것은 2016년(9만2,640가구) 이후 10년 만이다. 최근 10년(2015~2024년)간 수도권 연평균 입주 물량이 14만4,977가구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입주 물량은 사실상 평년 대비 반토막 난 셈이다.
분양업계에서는 지난 2022년 수도권 인허가 물량(14만415가구)이 평균을 밑돌면서 입주 물량도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인허가 물량은 3~4년의 시차를 두고 입주 물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향후 2~3년간 입주 물량이 급감하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이라며 “여기에 공사비 인상,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 등으로 인한 신축 공급 지연 가능성을 고려하면 결국 신축 프리미엄은 더욱 치솟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올해 인허가 물량 감소 우려
시장은 2027년 이후부터 수도권 입주 물량이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입주 물량 수도권 인허가 물량은 2023년 18만2,266가구, 지난해 21만2,776가구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다만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며 올해 인허가 물량이 재차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낙관적으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실제 국내 건설업계는 지난해부터 업황 부진으로 인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어렵게 따낸 수주 계약을 해지하는 업체가 속출할 정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사들의 '단일판매 공급계약 해지' 건수는 20건(공시 대상 기업만 집계)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13건) 대비 7건, 2020년(6건)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계약 해지 사례가 급증한 주된 원인으로는 공사비 상승이 꼽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가 공사비 증액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발주처가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하며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100이었던 공사비지수는 지난해 130.45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설사 '줄폐업' 이어져
경기 침체를 버티지 못하고 아예 문을 닫는 건설사도 급증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의하면 지난해 간판을 내린 종합건설업체는 641곳에 달한다. 이는 2005년(629건) 이후 최대치이자, 2021년(305건)과 대비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보유 업종 중 일부만 폐업하거나 업종을 전문건설업으로 바꾼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폐업 사유는 ‘사업 포기’, ‘회사 도산’이었다. 지난해 부도 처리된 건설사 역시 30곳으로 2019년(49곳) 이후 가장 많았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통계상 지난 1월 폐업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58곳에 달한다. 이는 1월 기준으로 2011년(60곳) 이후 최대치며, 전월(40곳)과 비교하면 45% 늘어난 수준이다. 새해 첫 달에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2021년 20곳에서 2022년 31곳, 2023년 31곳, 지난해 40곳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폐업·부도 건설사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제기한다. 건설업계가 경기 호전 모멘텀(동력) 확보에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물량 감소, 경쟁 심화, 이익률 저하 등으로 대다수 건설 기업이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에 회복 국면을 기대하지만 의미 있는 물량 증가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