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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지분 매각’ 삼성생명·화재, 지배구조 위협하는 ‘법률 리스크’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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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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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금융 계열사 지분 10% 제한
삼성전자 자사주 3조원 소각 앞둬
재계 안팎 금산분리 완화 목소리 ↑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2,800억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했다. 삼성전자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하면서 양사의 삼성전자 지분이 법적 허용치를 초과할 것으로 관측된 데 따른 결정이다. 다만 현재 논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 등 여전히 법률 위반의 불씨가 남아 있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삼성생명·화재 합산 삼성전자 지분 10%→9.92%

12일 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425만2,305주, 74만3,104주를 각각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금액은 10일 종가(5만5,600원)를 기준으로 각각 2,364억원, 413억원이며, 12일 장 개시 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다.

이날 매각 이후 정정공시된 최종 금액은 삼성생명 2,337억7,471만원, 삼성화재 408억5,288만원이다. 이로써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5억390만4,843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8,805만8,948주가 됐다. 각각 8.51%, 1.49%였던 양사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8.44%, 1.48%로 줄었다.

이 같은 결정은 금융사가 보유하는 비금융회사 지분이 10%를 넘지 못하도록 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분리법) 위반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해소하려는 조치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가 3조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고 이를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는데, 계획대로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하는 삼성전자 지분율이 상승해 금산분리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법률 위반 리스크를 사전에 해소하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면서 “다만 삼성전자 주식이 대거 장내에 풀릴 경우,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블록딜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종가에서 600원 내린 5만5,000원을 나타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삼성전자

계열사 지분 3%로 제한한 보험업법도 문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중간 고리 역할을 수행 중인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이 일부 축소됨에 따라 향후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삼성생명은 과거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던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에서부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정리된 지금까지 그룹의 지배구조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故 이건희 삼성 제2대 총수가 그룹 내에서 삼성전자와 더불어 삼성생명을 가장 주축으로 삼은 것은 삼성생명이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그룹 내 계열사 퇴직연금 창구 역할을 하면서 퇴직연금 부문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룹 외부적으로도 종신보험과 건강상해보험, 연금보험, 저축보험, 자산운용업, 대출업 등을 통해 꾸준히 매출을 늘려가는 추세다.

문제는 현행 ‘보험업법’이 보험사가 총자산 3% 이상의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금산분리법과 더불어 사실상 그룹의 금융지주사 역할을 해 온 삼성생명이 계열사 지분 보유를 두고 지속적으로 곤혹을 겪어 온 배경이다. 소위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 역시 직전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됐지만, 22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19대 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을 최초 발의한 이종걸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업법이 규정한 자산운용 비율 3%에 해당하는 금융상품의 가치를 취득원가로 산정하는 탓에 관련법의 규제가 유명무실하다고 주장했다. 삼성생명이 1980년대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할 당시 주당 가격은 1,072원 수준이었지만, 주가가 몇십 배로 뛴 만큼 시가를 기준으로 가치를 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삼성생명이 현재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보험법 개정안에 따라 시장가격으로 평가하면 11일 종가 기준 약 27조원에 달한다. 만약 법 개정에 따라 삼성생명이 총자산의 3%를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중간 고리가 끊어지면서 이 회장의 지배력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여기에 최근에는 검찰이 이 회장의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 대법원 상고를 결정하면서 사법 리스크 또한 장기화한 모습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을 속단할 수 없는 이유다. 삼성은 2022년부터 금융 통합 브랜드 ‘삼성금융네트웍스’를 출범하고 통합 앱 ‘모니모’를 내놓는 등 금융계열사 개편을 위한 움직임에 나선 바 있다.

“기업 성장 걸림돌” 지적 이어져

이처럼 금산분리의 장벽에 막혀 지주사 전환 및 지배구조 개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비단 삼성만의 일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하면 2023년 기준 공시대상 기업집단 81개 가운데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39개 만이 지주사 체제를 채택했다. 지주회사 제도 도입이 25년이 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저조한 성적이다.

재계 서열 3위 현대차도 지주사 체제 전환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여전히 해소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 2020년 10월 정의선 회장의 취임으로 순환출자 해소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논의로 전개되지는 않았다. 현대차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현대차증권 등의 금융사를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모든 계열사를 끌어모으면서도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의 전환까지는 추진하지 않았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계열사 지배가 목적인 회사가 소유한 자회사의 주식 가격 합산이 지배회사 자산 총액의 절반이 넘어야 지주사로 인정된다. 하지만 한화는 의도적으로 이 비율을 50% 미만으로 맞췄다. 주요 계열사인 한화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다.

재계 안팎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낡고 과도한 금산분리 규제가 지주사 체제 기업의 첨단 전략산업 투자와 신사업 진출 기회를 가로막고 있다”고 꼬집으며 “금융과 비금융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 시대가 도래한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금산분리 규제가 없고, 미국은 은행 소유만 금지하고 있다”며 “은행의 경우처럼 수신 기능이 있는 금융업은 차치하더라도 여신 금융업이나 집합투자업은 규제에서 배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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